와인/와인 시음기

[독일] 다음엔 과연 어떤 향과 맛이 나타날까? - Weingut Aldinger Unterturkheimer Gips Erste Lage Spätburgunder 2016

까브드맹 2020. 1. 9. 10:56

Weingut Aldinger Unterturkheimer Gips Erste Lage Spatburgunder Trocken 2016

바인구트 알딩어(Weingut Aldinger)의 운터투르크하이머 깁스 에르스트 라게 슈패트부르군더(Unterturkheimer Gips Erste Lage Spätburgunder) 2016은 독일의 뷔르템베르크(Württemberg) 지역에서 재배한 슈패트부르군더 포도로 만든 VDP. 에르스트 라게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주의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 있는 바인구트 알딩어는 슈투트가르트 일대에 여러 포도밭을 갖고 있습니다. 이 포도밭에서 재배하는 12종의 다양한 포도로 바인구트 알딩어는 스파클링 와인을 비롯한 37종의 와인을 생산하죠.

보유한 포도밭 중에 운터투르크하이머 깁스(Untertürkheimer Gips)가 있습니다. 이 포도밭은 슈투트가르트 분지의 기슭에 있으며 뛰어난 미기후를 갖고 있죠. 지난 수천 년 동안 이곳에선 뚜렷한 미네랄 풍미를 가진 와인을 생산해왔습니다. 약 200년 전에 포도 재배자들은 포도나무가 깊은 곳의 석고 층에 닿은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캐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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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알딩어 가문은 포도밭의 떼루아를 포도나무의 뿌리로 되돌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전의 석고 채굴로 인해 포도밭은 "Untertürkheimer Gips"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죠. Gips는 석고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운터투르크하이머 깁스는 바인구트 알딩어의 대표 포도밭이면서 단독적으로 소유한 포도밭이기도 합니다.

2. 와인 양조

VDP 마크
(이미지 출처 : https://www.vdp.de/en/der-vdp/the-history-of-the-vdp/)

바인구트 알딩어 운터투르크하이머 깁스는 독일의 대표적인 와인 협회인 VDP(파우데페)에서 만든 4개의 와인 등급 중 에르스트 라게에 속합니다. Erste Lage는 "1등급 부지(first-class site)"라는 뜻으로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등급 중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와 비슷한 등급입니다. 독특하고 뛰어난 떼루아를 가진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야 하며 헥타르당 수확량도 60헥토리터 이하로 해야 하죠. 다만 라인가우에서는 에르스트 라게가 아니라 에르스테스 게벡스(Erstes Gewächs)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수확한 포도 중 20%는 포도송이 전체를 사용해서 발효했습니다. 알코올 발효와 포도 껍질에서 탄닌과 색소를 뽑아내는 침용 기간은 3주이며, 숙성은 100% 바리끄 오크통을 사용해서 9개월간 했죠.

 

 

3. 와인의 맛과 향

Weingut Aldinger Unterturkheimer Gips Erste Lage Spatburgunder Trocken 2016의 색

아주 연한 루비색으로 맑고 영롱합니다. 딸기와 산딸기, 앵두, 레드커런트 같은 붉은 과일 향이 풍부하게 올라오며, 버섯과 흙, 타임(thyme) 같은 허브 향이 이어집니다. 그을린 나무의 그윽하고 향긋한 향도 함께 하네요. 슬슬 검은 과일 향도 올라오지만, 강도는 약합니다. 매운 향신료에 말린 붉은 체리와 산딸기의 달콤한 느낌, 덜 익은 딸기의 풋풋한 향이 있고, 사향과 가죽 같은 동물성 향도 풍깁니다. 여기에 생 파슬리와 박하, 향긋하면서 강한 나무 수지, 마른 낙엽 같은 식물성 향이 복합적인 느낌을 더해줍니다.

굳건한 탄닌은 강철처럼 탄탄하며 짜임새 있습니다. 구조는 빈틈이 없네요. 갈수록 볼륨이 커지는 느낌입니다.

드라이하지만 풍성한 붉은 과일 향이 코와 입에 달콤한 느낌을 줍니다. 새콤하고 생생한 산미는 짜릿하네요. 붉은 과일의 달콤한 풍미와 허브의 씁쓸한 풍미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향신료의 매콤한 풍미와 타임, 나무 등의 풍미가 복합적인 느낌을 더해줍니다. 대놓고 강한 느낌은 아니지만, 어지간한 음식에 밀리지 않는 은근한 기운을 가졌습니다. 그냥 마셔도 좋고 다양한 음식과 함께해도 좋은 와인으로 한방울 한방울 알코올이 들어간 싱그러운 과즙 같은 느낌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관능적인 느낌도 슬슬 나타납니다. 여운은 길게 이어지며 검붉은 과일의 새콤한 맛과 허브의 기분 좋게 씁쓸한 맛이 함께 남습니다.

얇고 탄탄한 탄닌과 짜릿하게 새콤한 산미, 13%의 알코올이 아름다운 균형을 이룹니다. 붉은 과일과 허브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향과 풍미가 이루는 복합적인 느낌은 마시는 내내 새로운 맛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합니다.

레어로 잘 구운 소고기 스테이크, 민트 소스를 곁들인 양 갈비, 로스트비프, 비프 리조또, 뵈프 부르기뇽(Boeuf Bourguignon)이나 갈비찜, 참치 머리 붉은 살, 고기 스튜, 각종 치즈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20년 1월 2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