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루이 로드레의 역사
최고의 샴페인으로 인정받는 더 프리스티지 뀌베 크리스탈(The prestige cuvée Cristal)의 생산자인 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는 프랑스 샹파뉴의 렝스(Reims)시에 있는 샴페인 하우스입니다. 1776년에 뒤부아 페레 에 피스(Dubois Pere & Fils)가 설립했으며 니콜라 슈레이더(Nicolas Schreider)가 사들였다가 1833년에 조카인 루이 로드레에게 물려준 곳이죠. 루이 로드레는 샴페인 하우스의 상호를 자신의 이름을 따서 "루이 로드레"로 바꿨습니다.
샴페인 하우스를 물려받은 루이 로드레는 샴페인의 생산 과정을 최대한 길게 하고, 가장 엄정한 기준으로 만들기로 합니다. 그래서 루이 로드레의 그레이트 빈티지 샴페인은 최장 5년까지 천천히 숙성하며, 넌 빈티지 샴페인은 가장 오래된 뀌베를 선별해서 매번 다른 해의 포도즙과 혼합하죠. 루이 로드레는 하우스의 모든 와인이 완전무결한 품질을 갖게 하려면 샴페인 제조 공정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뿐만 아니라 포도밭도 잘 파악하고 가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루이 로드레의 포도밭은 모두 샹파뉴의 최고급 포도 산지에 있으며, 98%가 그랑 크뤼(Grand Crus)와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s)일 정도로 토양이 훌륭하죠.
이런 과정을 거친 루이 로드레의 샴페인은 다양한 맛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게 되며 아주 독특하고 우아한 맛을 유지합니다. 이러한 방침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져서 후계자들은 아직도 루이 로드레와 똑같은 마음으로 회사를 이끌어 가고 있죠.
포도 재배와 샴페인 제조 양 측면에서 뛰어난 품질을 갖도록 노력한 루이 로드레는 샴페인 판매의 목표를 해외 시장으로 결정합니다. 그래서 러시아를 포함한 몇몇 국가에 집중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그 결과 러시아의 짜르(Tsar) 알렉산드르 2세(Aleksandr II)와 니콜라이 2세(Nicholas II)가 러시아 황궁에서 사용할 와인의 공식 공급자로 루이 로드레를 지정할 만큼 성공을 거둡니다. 러시아 혁명과 미국의 금주법 때문에 루이 로드레 샴페인 하우스는 20세기 초반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 회장인 장 클로드 루조(Jean-Claude Rouzaud)의 지도로 "위대한 브랜드(Grandes Marques)"의 생산자로서 하우스를 재정비했으며 오늘날에도 훌륭한 샴페인을 생산합니다.
2. 루이 로드레의 포도밭과 샴페인
포도밭의 총면적은 214헥타르로 샴페인 생산에 필요한 포도를 재배하며 부족한 포도는 외부의 농부들에게 구매합니다. 포도밭은 샹파뉴 최고의 포도 생산지에 있으며 그랑 크뤼와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이 98%일 정도로 루이 로드레에선 포도 품질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포도가 아주 잘 영근 해에만 생산하는 빈티지 샴페인은 최장 5년까지 천천히 숙성해서 최고의 맛과 향을 갖도록 하죠. 재료 선정과 샴페인 생산에 큰 노력과 시간을 들였기에 로드레의 샴페인은 다양한 맛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지녔고 아주 독특하면서 우아한 맛이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루이 로드레에서 만드는 넌 빈티지(Non Vintage) 샴페인은 "브뤼 프르미에(Brut Premier)"와 "그랑 뱅 섹(Grand Vin Sec)", "더 데미 섹 까르뜨 블랑슈(The demi-sec Carte Blanche)"의 세 종류입니다. 브뤼 프르미에는 전혀 달지 않고, 데미 섹 까르테 블랑슈는 달며, 그랑 뱅 섹은 중간 정도의 단맛이 나죠. 세 샴페인 모두 피노 누아(Pinot Noir)와 샤르도네(Chardonnay)를 약 2:1의 비율로 혼합하고 여기에 소량의 피노 므니에(Pinot Meunier)를 섞어서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도자쥬(Dosage) 과정에서 넣는 사탕수수 용액의 양으로 당도를 조절하죠.
빈티지(Vintage) 샴페인은 "더 브뤼 빈티지(The Brut Vintage)"와 "로제 빈티지(Rose Vintage)"가 있습니다. 더 브뤼 빈티지는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약 7:3의 비율로 혼합하며, 만약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이라면 100% 샤르도네로 만들죠. 로제 빈티지는 일반적인 로제 와인 양조법이 아니라 화이트 와인에 레드 와인을 섞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프랑스 와인법에서 이런 방식으로 로제 와인을 만드는 것은 샴페인 양조에만 허용합니다.
루이 로드레의 최고급 와인인 "더 프리스티지 뀌베 크리스탈(The prestige cuvee Cristal)"은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같은 비율로 섞어서 만듭니다. 로제 크리스탈은 피노 누아의 함량이 조금 더 많으며 역시 레드 와인을 첨가하는 방법으로 만듭니다.
루이 로드레 하우스의 샴페인 총생산량은 매년 320만 병가량 되며 이 중 70~80%가 루이 로드레 브뤼 프르미에입니다. 국내 자료에는 브뤼 프르미에의 혼합 비율이 피노 누아 56%, 샤르도네 34%, 피노 므니에 10%로 나와 있지만, 혼합비율은 해마다 포도의 작황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3. 더 프리스티지 뀌베 크리스탈
더 프리스티지 뀌베 크리스탈은 최고의 샴페인을 뜻하는 프리스티지 뀌베(Prestige Cuvee)의 선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876년에 처음 세상에 나왔고, 1918년까지 오로지 러시아 황실에만 공급했습니다. 이때 샴페인 병의 소재로 최고급 크리스탈 유리병을 사용해서 샴페인 이름도 크리스탈이 된 거죠. 지금도 다른 샴페인은 색이 들어간 유리병을 쓰지만, 크리스탈은 색이 없는 투명한 유리병을 사용합니다.
크리스탈이 처음 나왔을 즈음의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는 러시아 황실 전용 샴페인이 남다른 모습을 가진 특별한 제품이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매년 황실의 와인 셀러 담당자를 로드레 샴페인 하우스로 보내서 납품할 샴페인을 선별하도록 했죠.
1876년에 알렉산드르 2세는 훗날 알렉산드르 3세가 되는 아들 차레비치(The tsarevitch)와 함께 프랑스 파리의 까페 앙글레(Cafe Anglais)에서 프러시아의 황제 빌헬름 1세( Wilhelm I)를 만납니다. 세 사람은 "세 황제의 만찬(Three Emperors Dinner)"이라 부르는 연회에서 8시간이 넘도록 8종의 와인과 함께 16개의 코스 요리를 즐겼죠. 당시 러시아의 정치 상황은 매우 불안정했고, 황제는 늘 암살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알렉산드르는 루이 로드레에게 자신을 위해 특별한 샴페인을 만들도록 합니다. 황제의 조건은 샴페인의 색깔과 거품을 볼 수 있어서 독살을 막고 움푹 팬 바닥에 폭탄을 감출 수 없도록 병이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루이 로드레는 플랑드르의 유리 제작자에게 투명한 크리스탈 유리로 바닥이 평평한 병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해서 황제의 요청을 수행합니다. 이런 연유로 투명한 유리병에 담은 샴페인이 탄생했고, 이후 크리스탈로 알려집니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후 크리스탈은 호화로운 디자인과 뛰어난 품질로 인해 세계 최고의 샴페인으로 급부상합니다. 더욱이 1917년 2월 혁명으로 러시아 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약 40년 동안 오로지 러시아 황실에만 공급했고, 이후에도 1945년까지 일반인에게 판매하지 않았기에 크리스탈은 마시기 힘든 환상의 샴페인으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러시아 황실이 사라진 지금은 더는 특별한 소수를 위한 샴페인이 아니라 일반인도 돈만 내면 마실 수 있게 되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세계 최고의 샴페인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죠.
크리스탈은 오랫동안 샴페인 중의 샴페인으로 명성을 떨쳤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성공한 사람은 누구나 마시고 싶어 하는 샴페인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람 중에는 미국의 성공한 힙-합 가수들도 있었죠. 힙-합 가수들이 샴페인을 즐겨 마시는 것은 일종의 유행이었고 수많은 샴페인 중에서 크리스탈은 당연히 1순위로 손꼽혔죠. 힙-합 가수들의 크리스탈 구매로 루이 로드레사는 엄청난 매출을 올렸지만, 크리스탈 샴페인의 책임자는 이게 좀 못마땅했나 봅니다. 어느 날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힙-합 가수들이 우리 크리스탈을 즐겨 마시는 건 잘 알고 있는데, 이건 경쟁사인 크룩이나 돔 페리뇽이 좋아할 일이다."
라고 발언을 하죠. 힙-합처럼 하류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크리스탈을 마시는 건 우아함과 최고급을 상징하는 우리 이미지에 좋지 않으므로 달갑지 않다는 뉘앙스가 숨어있는 말이었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미국의 대표적인 힙-합 가수 제이-지(Jay-Z)는 발끈합니다. 그는 원래 크리스탈 광이었고 그가 운영하던 미국 각지의 40-40 클럽에서도 크리스탈을 취급했죠. 하지만 제이-지는 다시는 크리스탈을 팔지 않을 거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거래를 끊어버립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부른 "쇼우 미 왓 유 갓(Show Me What You Got)"의 뮤직비디오에서 크리스탈을 무시하는 장면을 넣는 등 철저하게 배척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런데 제이-지가 이런 행동을 한 배경에는 크리스탈을 대신해서 들고나온 "아르망 드 브리냑(Armand de Brignac)"이라는 샴페인과 얽힌 얘기가 있다고 합니다. 네, 제이-지가 아르망 드 브리냑과 사업적으로 연결되었다는 거죠.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있는 꾸브와제님의 포스트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글 : 어느 샴페인의 영리한 마케팅 작전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
어쨌든 이 사건으로 미국에서 크리스탈 샴페인의 매출액은 많이 줄어들었고, 로드레사는 인종 차별과 관련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제이-지의 행동이 자기 이익을 위해 의도적이라고 해도 로드레사 측에서 빌미를 준 것은 사실이죠. 역시 사람은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4. 루이 로드레 샴페인 시음기
<참고 자료>
1. 김혁 저, 김혁의 프랑스 와인 명가를 찾아서, 서울 : 세종서적(주), 2006
2. 영문 위키피디아 루이 로드레 항목
3. 영문 위키피디아 크리스탈 항목
4. 와인 21닷컴 루이 로드레 브뤼 프르미에 항목
5.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