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저렴한 칠레 샤도네이의 모습에 충실한 - Undurraga Lazo Chardonnay 2008

까브드맹 2009. 11. 3. 14:37

운두라가 라조 샤도네이 2008

1. 샤도네이 포도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 수십 종류의 포도 품종이 있지만, 샤도네이(Chardonnay)만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포도 품종도 드물 겁니다. 물론 와인이란 것이 지역마다 양조자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샤도네이만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요. 같은 부르고뉴라고 하더라도 뫼르소샤블리, 몽라셰의 샤도네이 와인은 정말 이것이 같은 품종의 포도로 만든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이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샤도네이의 다양한 맛은 신대륙으로 넘어가면 또 달라지지요. 미국 샤도네이의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녹인 듯한 맛에, 호주 저가 샤도네이의 믿을 수 없을 만큼 산도가 느껴지는 청량한 맛을 보게 된다면 샤도네이 와인의 다양성에 새삼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무엇이든 그려낼 수 있는 하얀 도화지'라는 말이야말로 샤도네이의 특징을 정확히 표현한 말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샤도네이 와인으로서 운두라가 라조 샤도네이는 칠레의 저렴한 샤도네이 와인의 맛과 향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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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시음기

칠레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의 샤도네이 100%로 만드는 라조 샤도네이 2008의 색은 옅은 밀짚 색입니다. 은은한 노란 빛이 꽤 이쁩니다. 향은 아주 옅은 배와 파인애플 향. 호주의 샤도네이가 파인애플을 비롯한 열대과일의 향이 강세고 부르고뉴의 샤도네이는 사과와 배의 향이 지배적인데, 적도와 가깝지만 낮은 지역도 해발 수백 미터인 안데스의 고산 지역에서 재배되어서 그런지 향도 양쪽의 특징이 조금씩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맛을 보면 산도가 느껴지고 조금 달며 약간의 오크 터치를 한 듯 살짝 오일리합니다. 운두라가의 모든 와인은 오크 숙성을 한다고 하니 그것 때문일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 급의 와인이라면 오크 숙성보다는 차라리 스테인리스 스틸 숙성을 통해 과일 향과 산도를 좀 더 살린 쪽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지요. ^^ 과일 향과 산도를 강조한 저렴한 샤도네이 와인을 드시고 싶으신 분은 울프 블라스의 이글호크 샤도네이 와인을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마침 오징어 찌개가 있어 운두라가 라조 샤도네이와 함께 먹어줬는데,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그럭저럭 무난한 맛의 궁합을 보여줬습니다. 상호 간에 맛의 상승을 꾀하지는 않지만, 라조 샤도네이가 입맛을 개운하게 해주는 역할은 하더군요. 기름진 해물파전이나 버터를 두른 새우구이와 마신다면 좀 더 나은 맛을 보여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덜 익힌 땅콩의 비릿한 향과 버터가 살짝 섞인 향이 나고 적당한 산도가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합니다. 그리고 좀 더 지나니 복숭아씨의 냄새도 풍기는군요. 전체적으로 너무 드라이하지 않아 좋지만, 맛 자체가 매끄럽진 못하고 조금 거친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저렴한 샤도네이 와인치고는 괜찮다고 할까요? ^^

생선회처럼 익히지 않은 해물 요리는 피하고, 양념을 가미한 해물 요리나 크림과 버터 소스를 얹은 농어 스테이크 같은 생선 요리와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2009년 11월 3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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