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음회&강좌

그리스 와인 주간_Greek Wine Week 시음회

까브드맹 2017. 7. 5. 22:30

최근 그리스 와인의 마케팅 활동이 대단합니다. 지난 2017년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열렸던 <서울국제와인&주류박람회 2017>에서 그리스 대사관과 관련 업체들은 큰 부쓰를 열고 초대 손님만 입장시키는 시음회를 진행했습니다. 그 성과 때문인지 최근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그리스 와인에 대한 관심이 꽤 높습니다. 여기에 추진력을 더하려는 듯 이번에는 서울특별시 중구 소월로에 있는 힐튼 호텔에서 그리스 와인 주간 시음회가 열렸습니다.

와인은 원래 중동의 조지아_Georgia에서 탄생했지만,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와인 문화를 꽃피운 민족은 그리스인이라고 할 수 있죠. 알프스 너머까지 와인을 퍼뜨린 사람들은 로마인이지만, 그들은 그리스인에게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법을 배운 충실한 제자입니다.

고대에 화려한 와인 문화를 꽃피우면서 에게해 일대에서 뛰어난 와인을 생산했던 그리스이지만, 투르크의 지배를 받으면서 와인 문화는 더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와인 문화가 거의 사멸한 북아프리카와 달리 전통 와인인 렛시나_Retsina를 계속 생산하는 등 그리스의 와인 산업은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왔습니다. 

투르크로부터 독립한 후에도 그리스 와인은 세계 와인 시장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와인 산업이 낙후했고, 땅이 넓지 못해 품목별 생산량도 많지 않았으며, 생산된 와인은 지역 내에서 거의 다 소비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EU 가입으로 지원금과 산업 자본이 들어오면서 그리스 와인 산업은 현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소수의 대규모 와인 회사가 산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외국에서 본격적으로 양조학을 배워 와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는 부띠끄 와이너리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리스 와인은 예전에는 일반 와인에 적용하는 아뻴라씨옹 도리진느 드 깔리떼 쉬뻬리오르_Appellation d’Origine de Qualité Supérieure, AOQS와 리큐어 와인에 적용되는 아뻴라씨옹 도리진느 꽁뜨롤레_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그리고 국제 품종을 사용하고 전통 스타일이 아닌 와인에 적용되는 뱅 드 뻬이_Vin de Pays로 분류되었습니다. 하지만 2009년 8월 1일부터 EU에 속한 국가들에 새롭게 적용되는 법령에 따라 현재는 원산지의 명칭으로 보호받는 PDO_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와 지리적인 표시로 보호받는 PGI_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로 분류합니다. PDO로 분류되는 와인은 프랑스의 AOC(또는 AOP) 등급과 같습니다. PGI 와인보다 고급이고 생산량은 적은 편이죠.

그리스의 PDO 와인 생산지 지도입니다.

그리스의 PGI 와인 생산지 지도입니다.

행사가 열린 힐튼 호텔은 교통편이 좋아서인지 예전부터 와인 행사가 자주 열렸습니다. 매년 11월이면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 시음회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죠. 

1층 로비에 도착하니 <오늘의 행사> 안내판이 보였습니다. 중간에 그리스 행사 안내 표시가 보이네요.

3층 아트리움 홀에서 진행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니 안내판이 보였습니다.

접수대에서 블로거로 등록된 제 이름을 확인하고 “Media”로 적힌 목걸이 표지판(?)과 책자 두 권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그리스 와인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서, 다른 하나는 오늘 와인을 출품한 와이너리와 와인에 대한 자료집이었습니다.

잔은 1인당 하나씩. 

실내는 생각보다 한산했습니다. 월요일 오후라는 시간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참석하기 어려웠던 점, 이날 오후에만 진행하지 않고 오전에도 진행했던 점, 또 같은 시간대에 다른 장소에서 별도의 세미나를 진행했던 점 등이 사람들이 몰리지 않은 이유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여유 있게 관찰하고 시음할 수 있었습니다.

채광이 좋고 실내가 서늘해서 와인을 시음하기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수 많은 와인이 나왔습니다만, 시간 관계상, 또 체력 관계상 모든 와인을 시음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4월에 시음했거나 예전에 시음했던 와인들은 비록 맛과 향이 훌륭해도 시음하지 않고 새롭게 만난 와인들 위주로 시음을 진행했죠. 이 포스트에 보이지 않는 그리스 와인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서울국제와인&주류박람회 Greek Wine Bar 2017 시음회 참석 후기

총 21개의 와인을 시음했습니다. 주로 화이트 와인이었고, 일부 레드 와인이 있습니다. 우선 화이트 와인입니다.

◯ 화이트 와인 & 스파클링 와인 시음기

1. 산토 브뤼 메쏘드 트라디시오넬레_Santo Brut Methode Traditionnelle 2014

고급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때 사용되는 "전통 방식". 즉, 병 안의 와인에 당분과 이스트를 넣고 병 입구를 막아 2차 발효한 후 이스트 찌꺼기를 병마다 따로따로 제거해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샴페인만큼 이스트와 구운 빵 내음이 나진 않지만, 깨끗하고 훌륭한 풍미를 지녔습니다. 생강이나 시나몬 같은 시원한 향신료 향이 느껴지는 것이 독특했습니다. 생산자가 추천하는 어울리는 음식은 해산물과 그릴에 구운 생선, 초밥입니다.

2. 시갈라스 산토리니_Sigalas Santorini 2016

산토리니 섬의 대표적인 청포도인 아씨르티코_Assyrtiko로 만든 화이트 와인입니다. 견과류와 그윽한 나무 향이 풍기고, 풍부한 질감을 지녔습니다. 프랑스의 비오니에 와인과 유사하면서 나름의 개성을 지녔습니다. 생산자가 추천하는 어울리는 음식은 가벼운 소스를 곁들인 해산물과 흰살 고기 요리입니다.

3. 시갈라스 에프타 이메로비글리_Sigalas Epta Imerovigli 2015

양조 후 침전물(아마도 이스트 찌꺼기인 리_lee인 듯)과 함께 12개월간 숙성해서 만듭니다. 앞의 와인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과일과 풀의 풍미가 더 나고, 쌉쌀한 뒷맛이 있습니다. 생산자가 추천하는 어울리는 음식은 해산물과 가벼운 소스를 곁들인 흰살 육류입니다. 에프타는 그리스어로 7이란 뜻. 무엇을 의미하는 7인지는 알 수 없군요.

4. 테트라미토스 렛시나_Tetramythos Retsina NV

렛시나 와인은 송진을 첨가해 향을 더한 그리스 전통 와인입니다. 일찍이 기원전 3세기부터 작가들이 인용한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만들었을 겁니다. 원래 송진은 와인의 변질을 막기 위해 넣었던 것인데, 풍미가 좋다 보니 하나의 양조법으로 자리 잡은 것이죠. 송진은 발효가 끝난 후 와인이 덜 숙성되었을 때 넣었다가 첫 번째로 통갈이 할 때 제거합니다. 예상대로 송진과 나무 향이 납니다만, 거슬리지 않고 적당히 향기롭습니다. 훌륭하군요. 생산자가 추천하는 음식은 짭짤하고 기름기 많은 생선과 새우튀김, 생선튀김, 해산물, 초밥, 생선회 등입니다.

5. 그릭 와인 셀러 D.쿠르타키스 렛시나 오브 아티카_Greek Wine Cellars D. Kourtakis Retsina of Attica NV

4번과 같은 렛시나 와인입니다만, 4번은 로디티스_Rhoditis 포도로 만든 것이고, 이 와인은 사바티아노_Savatiano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나무와 송진 풍미가 나지만 4번에 비해 맛이 조금 떨어집니다. 독특하게도 은단 향이 나더군요. 생산자가 추천하는 음식은 향신료를 써서 강한 풍미가 나는 흰색 육류와 생선 요리입니다. 식전주로도 좋다고 합니다.

6. 이스테이트 아르기로스 아씨르티코_Estate Argyros Assyrtiko 2016

역시 산토리니의 대표 청도포인 아씨르티코로 만들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이 150년이나 된다는 것! 산미가 좋고 둥글둥글 부드러운 맛을 보여줍니다. 80%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20%는 500리터짜리 프렌치 오크에서 발효한 후 5개월간 숙성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오크통은 중고 오크통을 사용합니다. 생산자가 추천하는 음식은 지방이 많은 생선과 가금류, 돼지고기, 스모크 치즈입니다.

7. 리코스 말라구지아_Lykos Malagousia 2016

1991년에 설립된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입니다. 말라구지아는 마케도니아에서 주로 재배하는 청포도로 우아한 풀 바디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파인애플 같은 열대 과일 향에 잘 익은 사과 향이 함께 나옵니다. 부드러운 맛에 산미는 중간 정도이고, 뒷맛이 좀 씁쓸합니다. 생산자가 추천하는 음식은 랍스터 파스타와 같은 해산물 요리, 그릴에 구운 자연산 도미와 오징어, 채소 리조토, 레몬 치킨과 파스타입니다. 

8. 카라디모스 팔레오카스트라_Karadimos Paleokastra 2016

유기농으로 재배한 말라구지아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라이트 바디의 상쾌한 와인으로 미네랄과 허브 풍미가 있으며 견과류 느낌도 살짝 납니다. 팔레오카스트라는 포도밭의 이름. 어울리는 요리는 해산물과 생선요리입니다.

9. 리라라키스 빌라나 피로보리케스_Lyrarakis Vilana Pirovolikes 2016

빌라나라는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생산지인 크레테_Crete에서 주로 재배하는 포도로 키우기 어려워서 그리스 외의 지역에선 거의 볼 수 없습니다. 라이트 바디의 와인으로 기분 좋고 둥글둥글한 산미를 지녔습니다. 열대 과일과 노란 과일 향이 나며 오렌지 같은 시트러스 풍미도 조금 있습니다. 그릴에 굽거나 튀긴 생선과 치즈에 어울린다고 하는데, 양념을 강하게 하지 않은 음식과 좋을 것 같습니다.

10. 파블리디스 테마 화이트_Pavlidis Thema White 2016

아씨르티코와 쇼비뇽 블랑을 반반씩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2개월간 침전물과 함께 숙성했는데, 그래서인지 처음에 살짝 볶은 커피콩, 혹은 견과류 향이 납니다. 살짝 스모키한 느낌도 있습니다. 산미가 아주 좋고 쇼비뇽 블랑의 맛이 약간 납니다. 미네랄 풍미가 있으며 여운은 좋습니다. 파블리디스 와이너리는 65ha의 넓은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어 와인 생산량이 많습니다. 이 와인 역시 연간 15만 병으로 가격만 맞으면 국내에서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간단한 해산물 요리와 생선, 샐러드에 곁들이면 이상적입니다.

11. 둘루파키스 페미나_Douloufakis Femina 2016

말바지아 디 칸디아 아로마티카_Malvasia di Candia Aromatica라는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말바지아는 지중해 인근에서 많이 재배하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복숭아나 자두 같은 핵과일의 달달한 향이 납니다. 다양한 변종이 있는데 말바지아 디 칸디아 아로마티카 역시 말바지아의 변종입니다. "Aromatica"라는 단어에서 향이 화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역시 그러했습니다. 여러 향신료와 리이치 같은 열대 과일 향이 납니다. 과즙과 꿀 같은 달콤한 향도 나죠. 향이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달콤합니다. 미디엄 바디의 와인으로 산미가 훌륭하고 여운도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볶은 견과류의 향도 나타납니다. 비슷한 느낌의 포도라면 게뷔르츠트라미너를 들고 싶군요.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가벼운 샐러드, 초밥, 향기로운 허브와 함께 조리한 생선입니다. 이날 가장 인상적인 화이트 와인이었습니다.

12카라니카 브뤼 퀴베 스페시알레_Karanika Brut Cuvee Speciale 2015

적포도인 시노마브로_Xinomavro를 사용해서 만든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하는 통방식으로 만들어서인지 품질이 우수하군요. 살구나 복숭아 같은 단 핵과류 향이 납니다. 맛에선 사과 풍미가 강합니다. 탄산가스의 힘이 좋고 산미 또한 훌륭합니다. 식전주로 마시거나 생선회, 샐러드와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13아르테미스 카라몰레고스 아씨르티코 산토리니_Artemis Karamolegos Assyrtiko Santorini 2016

산토리니 섬에서는 강한 바람으로부터 포도를 보호하려고 바구니 형태로 땅을 판 다음 그 안에서 포도를 키웁니다. 이를 '쿨루라'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이 와인은 쿨루라 시스템으로 재배한 아씨르티코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배와 사과 같은 과일 향이 나며 미네랄 풍미가 있는 맑고 깨끗한 맛의 와인입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6개월간 숙성했습니다. 생산자가 추천하는 음식은 그릴에 구운 생선이나 생선 카르파치오입니다. 레몬즙을 2~3방울 떨어뜨리고 요구르트를 바른 양고기 케밥과 먹어도 좋다고 합니다.


다음은 레드 와인입니다.

◯ 레드 와인 시음기

1. 부따리 그란데 리저브 나우싸_Boutari Grande Reserve Naoussa 2010

1879년에 설립되어 138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부따리 와이너리의 와인입니다. 나우싸 지방의 여러 지역에서 재배한 시노마브로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체리와 자두, 라즈베리 같은 붉은 과일의 향이 나며, 우아하고 향긋한 나무 향이 함께 합니다. 피노 누아가 연상되지만 좀 더 탄닌이 강한 맛을 지녔고, 여운의 느낌은 매우 훌륭합니다. 생산자가 추천하는 음식은 블랙 올리브와 햇빛에 말린 토마토를 곁들인 양고기, 카세롤_Casserole, 그릴에 구운 최상등급 부위의 붉은 고기 요리입니다.

2. 찬탈리 랍사니 그란데 리저브_Tsantali Rapsani Grande Reserve 2010

1890년에 설립된 찬탈리 와이너리는 북부 그리스에 여러 포도밭을 갖고 있습니다. 이 와인은 북부의 대표적 품종인 시노마브로 에 크라사토 , 스타브로토 ⅓을 섞어서 오픈탑 시멘트 탱크에서 공동 발효해서 만들었습니다. 숙성은 300ℓ 배럴에서 18개월 동안 하며, 병입 후 출시 전까지 18개월 병 숙성을 합니다. 자두와 검은 과일 향이 나며, 부드러운 탄닌을 지녔습니다. 오크와 나무 향은 적당합니다. 랍사니는 생산지의 지역명입니다. 어울리는 음식은 향이 강한 치즈와 붉은 육류.

3. 티미오풀로스 나우싸_Thymiopoulos Naoussa 2014

설립은 2003년이지만, 몇 세대에 걸쳐 포도를 재배해 온 와이너리입니다. 오직 시노마브로만 재배하며, 이 포도로 7종류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토종 효모만 사용해서 양조했고, 생산량은 17만 병에 달합니다. 가격만 적당하다면 국내에서 계속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시노마브로치고 탄닌은 부드러우며, 라즈베리와 체리 같은 붉은 과일 향에 나무 향이 그윽하게 섞여 있습니다. 붉은 육류 요리와 고기 카세롤, 향이 강한 치즈하고 어울립니다.

4. 타치스 올드 루츠_Tatsis Old Roots 2013

도멘 타치스는 1998년부터 유기농 재배를 인증받았고, 2002년부터 일부 생산량을 바이오다이나믹 농업으로 재배하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새 와이너리에선 배양 이스트와 청징제 등과 같은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위적으로 조절한 맛이 아닌 자연스러운 맛을 추구하고 있는 거죠. 이 와인 역시 천연 효모를 사용해서 양조했고 여과 없이 병입했습니다. 좋은 산미를 지녔고 처음엔 맛이 부드럽다가 후반에 탄닌의 느낌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탄닌의 맛과 체리 같은 과일 풍미가 어울려 흡사 끼안티 클라시코 같은 느낌을 줍니다.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육류, 사냥한 야생 조수, 트러플 리조또 등입니다.

 5. 카라디모스 비싸_Karadimos Vissa 2012

시노마브로로 만든 유기농 와인입니다. 먼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 후 14개월 동안 오크통에서 숙성합니다. 이때 70%는 새 오크통에서, 20%는 두 번째 사용하는 오크통에서, 10%는 세 번째 사용하는 오크통을 씁니다. 라즈베리 같은 붉은 베리류 과일과 오크향의 조화가 좋군요. 탄탄한 탄닌으로 인해 얇지만 강건한 구조감을 지녔고, 여운은 길고 좋습니다. 생산자가 추천하는 음식은 사슴고기와 그릴에 구운 붉은 육류 요리입니다.

6. 파파이완누 올드 바인_Papaioannou Old Vines 2010

그리스 북부의 대표적인 적포도가 시노마브로라면 남쪽의 대표적인 적포도는 아기오르기티코_Agiorgitiko입니다. 그리스 남쪽의 유명한 와인 생산지인 네메아_Nemea의 아기오르기티코로 만든 와인으로 검은 과일 향에 스파이시한 향과 풍미를 지녔습니다. 탄닌은 두텁고 부드럽지만 후반에는 강한 맛을 남겨줍니다. 원래 아기오르기티코는 좀 더 가볍고 붉은 과일의 풍미를 지닌 편이라는데, 이 와인은 평균 수령 45년의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서인지 좀 진합니다. 이탈리아 남부의 타우라시 와인과 스타일이 비슷하네요.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스파이시한 소스를 곁들인 붉은 육류, 장시간 조리한 양고기와 그릴에 구운 돼지고기입니다.

7. 루 스키퍼_Rhous Skipper Red 2015

코치팔리_Kotsifali와 만딜라리_Mandilari라는 포도를 각각 50%씩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두 포도 모두 크레테 섬에서 많이 재배합니다. 코치팔리는 색을 짙게 하려고 만딜라리나 시라 포도를 블렌딩해서 와인을 만들며, 만딜라리는 탄닌이 강해서 와인을 부드럽게 하고자 다른 포도를 섞어서 와인을 만듭니다. 담배와 검은 과일의 향이 나며, 약하지만 좋은 나무 향이 납니다. 숙성된 치즈나 야생 고기, 참치나 연어 요리와 어울립니다.

8. 코스타 라자리디 외노트리아 랜드 까베르네 아기오르기티코_Costa Lazaridi Oenotria Land Cabernet Agiorgitiko 2014

까베르네 쇼비뇽 90%에 아기오르기티코를 10% 블렌딩해서 만들었습니다. 사실상 까베르네 쇼비뇽 와인이며, 수퍼 투스칸 와인의 그리스판이라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숙성도 프렌치 오크를 사용했기 때문에 더욱 익숙한 맛과 향이 납니다. 처음엔 볶은 부드러운 견과류 향이 나고 이어서 검은 과일과 바닐라 향이 납니다. 질 좋은 산미를 지녔고, 탄닌은 잘 숙성되어서 둥글고 두텁습니다.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붉은 소스와 쇠고기, 토마토 소스와 스파이시한 미트볼입니다.


이렇게 해서 와인 시음을 마쳤습니다. 사실 위에 적은 와인 외에도 빈 산토를 비롯해 몇 가지 와인을 더 마셨는데, 더는 제대로 시음할 수 없어 시음기를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스 와인은 갈수록 좋은 와인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훌륭한 품질을 지녔고, 시노마브로와 아기오르기티코, 아씨르티코라는 전통 포도로 충분히 개성 있는 와인을 선보이고 있죠. 아쉬움이라면 생산량이 적은 편이라 반응이 좋더라도 충분한 수량이 들어올 수 있을까? 염려된다는 겁니다. 생산자와 수입사 사이에서 수량과 가격에 대한 좋은 협의가 이뤄져 앞으로 국내 와인 시장에서 맛있는 그리스 와인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