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일 참석했었던 듀발 르로아 시음회에서 마신 샴페인 5종에 대한 내용입니다.
듀발 르로아는 꼬뜨 데 블랑(Côte de Blanc)의 베르튀스(Vertus) 마을에서 시작된 샴페인 하우스로 1859년 포도 재배자인 쥴 듀발(Jules Duval)과 네고시앙인 에두아르 르로아(Edouard Leroy)가 손을 잡고 세운 합작 회사입니다. 상파뉴 포도밭들이 공식적인 등급을 받기 몇 해 전부터 네고시앙이었던 에두아르 르로아는 그랑 크뤼와 프르미에 크뤼 등급으로 지정될 포도밭에서 만들어지는 샴페인의 가치와 이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수요를 간파하고, 포도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는 신뢰할만한 포도 재배자를 찾게 됩니다. 그 결과 쥴 듀발에게 합작 회사를 제의하게 되고, 두 가문은 쥴의 아들 앙리(Henri)와 에두라르의 딸 루이즈 유제니(Louise Eugénie)의 혼사를 통해 더욱 굳건한 관계를 맺게 되죠.
1888년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의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듀발 르로아 샴페인은 명성을 떨치게 됩니다. 이후에도 파리를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고급 샴페인으로써 지속적인 평가를 받게 되죠. 1911년 마침내 상파뉴에서 포도밭에 공식적인 등급을 지정하면서 듀발 르로아는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의 포도로만 만든 ‘플뢰르 드 샴페인(Fleur de Champagne)’을 출시합니다. 프르미에 등급 포도밭의 포도로만 샴페인을 만드는 것은 당시로선 최초의 시도였고, 이는 샴페인 애호가들의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듀발 르로아는 오랫동안 가족 경영 체제로 운영되었고, 이러한 경영 체제는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현재 듀발 르로아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1991년 39세의 아까운 나이에 암으로 사망한 장 샤를(Jean Charles)의 미망인인 캐롤 듀발 르로아(Carol Duval-Leroy) 여사입니다. 그녀는 줄리앙, 샤를, 루이의 세 아들들과 함께 남편의 뒤를 이어 듀발 르로아의 발전을 위해 많은 공헌을 했죠. 와인 생산의 현대화, 전통적인 와인 공급 방식의 발전, 생산 라인 증대, 수출량 확대 등등이 모두 여사의 노력을 통해 이뤄진 일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여사의 공헌을 인정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했고, 샴페인 재배자 연합(Association Viticole Champenoise)은 그녀를 연합의 수장으로 선정했습니다.
현재 듀발 르로아는 총 200헥타르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는데, 꼬뜨 데 블랑의 그랑 크뤼 및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에선 샤르도네를 재배하고 몽타뉴 드 랭스_Montagne de Reims의 그랑 크뤼 및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에선 피노 누아를 재배하고 있죠. 생산량은 연 450만 병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60%를 80개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해 13개국에 공급되고 있죠.
2009년에 창립 150주년을 맞은 듀발 르로아는 매년 750여개의 이벤트에 참가하고 있으며, 70개국의 약 250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대표적인 샴페인으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1. 브뤼(Brut)
1859년 이래 듀발 르로아는 열정과 미적 감성의 균형을 통하여 논-빈티지 ‘브뤼’의 품질을 완성해오고 있습니다. 최고급 와인을 특징 짓는 고유한 힘과 특성을 바로 이 와인에서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일관성, 전문기술력, 그리고 창조성은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듀발 르로아 하우스의 피노 누아(Pinot Noir)와 샤르도네(Chardonnay)의 블렌딩은 예술적입니다. 약 15개의 크뤼와 많은 양의 리저브 와인으로 보완된 듀발 르로아의 ‘브뤼’는 복합적인 특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면서도 한결같은 품질로 인정받는 와인입니다.
이 와인은 힘과 우아함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선사하며 다크 초콜렛, 시나몬, 구운 노랑 무화과 풍미를 이끌어냅니다. 섬세하면서도 녹을 듯이 부드러운 미감 역시 듀발 르로아 ‘브뤼’의 특징입니다.
또한, 2008년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선정한 2008년 100대 와인 중 유일한 샴페인입니다.
+ 개인적인 느낌
이번에 시음한 브뤼는 2011년 빈티지 와인을 베이스로 만든 것입니다. 적당히 묵직하면서 진하고 상쾌한 느낌을 주는 샴페인으로 훌륭한 균형감과 깔끔한 풍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처음엔 노란 사과와 서양배의 과일향이 나다가 점차 누룩과 이스트, 시큼한 빵 내음이 납니다. 훌륭한 샴페인이지만 복합미는 나중에 마신 것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입니다.
1) 품종 : 피노 므니에(Pinot Meunier), 피노 누아, 샤르도네
2) 병 사이즈 : 20cl, 37.5cl, 75cl, 150cl, 300cl, 900cl
3) 서비스 : 8℃~10℃ 사이 서빙/ 식전주로 이상적/ 흰 살 육류와 환상의 궁합
2. 브뤼 프리미에 크뤼(Brut Premier Cru)
포도밭 분류가 공식화된 1911년부터 레이몽드 듀발 르로아(Raymond Duval-Leroy)는 선조들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자 특별한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그는 오로지 그랑 발리 드라 마른(Grande Vallée de la Marne), 몽따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 꼬뜨 데 블랑(Côte des Blancs) 지역에서 그랑 크뤼(Grand Cru)로 지정된 포도밭에서만 생산된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 포도 품종으로 샴페인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인 최초의 인물입니다.
레이몽드 듀발-르로아는 이 와인을 만들기 위한 첫번째 테이스팅에서 6월의 포도꽃 향기를 떠오르게 하는 다양한 흰꽃 계열의 아로마를 뽑아내게 됩니다.
‘브뤼 프리미에 크뤼’는 훌륭한 구조감과 섬세하면서 새틴 같이 매끄러운 버블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잘 균형잡힌 맛, 세련되고 기품 있는 특징을 조합한 이 샴페인은 훌륭한 식사에 어울리는 전주곡이 되기에 충분합니다.미네랄 풍미가 느껴지는 고귀하고 향기로운 뀌베(첫번째 압착으로 얻은 즙)로 만든 이 와인은 함께 마신 이와 나눈 감성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 개인적인 느낌
이번에 시음한 브리 프리미에 크뤼는 200년 빈티지 와인을 베이스로 만든 것입니다. 잘게 부서지는 버블은 매우 부드럽습니다. 브뤼보다는 좀더 가벼운 풍미를 지녔습니다. 덜 익은 적사과와 가벼운 누룩향이 먼저 느껴지고, 점차 라임과 레몬, 약간 노란 과일의 풍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네랄의 느낌도 납니다. 상쾌하고 깨끗하며 경쾌한 느낌이 드는 샴페인입니다.
1) 품종 : 프리미에 크뤼나 그랑 크뤼 포도밭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 & 샤르도네
2) 병 사이즈 : 75cl
3) 서비스 : 8℃~10℃ 사이 서빙/ 파인애플 카르파치오, 구운 작은 바닷가재와 잘 어울림.
3. 로제 프리스티지 프리미에 크뤼(Rose Prestige Premier Cru)
‘로제 프리스티지 프리미에 크뤼’는 현대적 의미의 조화로움과 매혹의 테마를 보여줍니다.
이 와인의 병은 구릿빛의 정교한 곡선을 가지고 있으며, 쏟아지는 핑크-골드 별들은 패러다임이 되었습니다.
진주알과 같은 섬세한 버블이 캐롤 듀발-르로아(Carol Duval Leroy)가 만든 수정같이 우아한 병목을 타고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프리미에 크뤼의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로 만들어진 이 와인은 연어 빛깔 핑크색이 시선을 사로 잡습니다. 향에서는 먼저 구수한 호박의 뉘앙스를 느낄 수 있고, 뒤이어 야생 체리, 무화과, 그리고 심지어 생강과 제라늄의 풍미까지 풍기며 다채로운 아로마가 부케를 만들어냅니다.
장기 숙성력을 지닌 균형 잡힌 ‘로제 프리스티지 프리미에 크뤼’는 식견 있는 와인 애호가와 고급 로제 와인 팬들에게 듀발 르로아가 선사하는 최고의 와인이 될 것입니다.
+ 개인적인 느낌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블렌딩하는 다른 로제 샴페인과 달리 세니에(Saignée) 방식으로 만든 피노 누아 로제 와인 80%에 샤르도네 와인 20%를 블렌딩해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로제 샴페인 중에서는 최초로 시도된 것입니다.
로제답게 다른 샴페인보다 좀더 묵직하며 풋풋한 식물성 풍미가 있습니다. 덜 익은 딸기와 적사과, 장미꽃 향이 나고 약하게 라즈베리 향도 풍깁니다. 누룩향은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싱그럽고 풋풋한 샴페인으로 탄탄하고 깨끗한 구조감이 일품입니다. 마치 유리 같이 맑고 투명하지만 강철처럼 강한 기질을 지닌 레이디 같은 샴페인.
1) 품종 : 피노 누아 & 샤르도네
2) 병 사이즈 : 37.5cl, 75cl, 150cl
3) 서비스 : 8℃~10℃ 사이 서빙
4. 뀌베 MOF 소믈리에(Cuvée des MOF Sommeliers)
‘뀌베 MOF(Meilleurs Ouvriers de France) 소믈리에'는 와인업계 최고의 명사 2인의 열정과 최고 품질의 블렌드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하우가 결합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듀발 르로아 샴페인 하우스와 프랑스 최고의 소믈리에 협회의 긴밀한 협력으로 탄생한 이 와인은 전통에 대한 존중과 탁월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황이 특출했던 해인 2008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뀌베 MOF 소믈리에’는 듀발 르로아 하우스의 명망있는 프리미에 크뤼와 그랑 크뤼에서 생산된 포도를 포함한 최고의 샴페인입니다.
놀랍도록 우아하고 훌륭한 이 와인은 깊고도 밝은 색상을 보여주며 신선함, 강렬함, 그리고 정교함으로 특징지어지는 향기로운 풍미를 자아냅니다.
섬세한 기포가 흰 꽃, 노란 과일, 그리고 브리오슈 향을 강조합니다. 이 훌륭한 조합은 이 와인의 모든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맛의 균형감이 훌륭하며 아름다운 산도가 가져오는 긴 피니쉬는 이 샴페인이 주는 즐거움을 연장시킵니다.
+ 개인적인 느낌
입안 가득 꽉차는 버블의 기운은 풍부하고 힘찹니다. 하지만 매우 부드러워서 마치 생크림 녹듯 입안에서 부스러지죠. 살짝 꿀향이 나면서 말린 노란 과일의 풍미가 있습니다. 후반부에는 누룩과 빵과 소금, 이스트 외에는 아무 것도 넣지 않은 빵의 구수한 내음이 이어집니다. 또한 마신 후에 남는 기분 좋은 쓴맛도 인상 깊습니다.
Meilleurs Ouvriers de France는 ‘프랑스의 상위 노동자’란 뜻으로 4년에 한 번씩 프랑스 각 분야의 명장을 뽑는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최고의 장인 칭호입니다.
1) 품종 : 프리미에 크뤼나 그랑 크뤼 포도밭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 & 샤르도네
2) 병 사이즈 : 75cl, 150cl, 300cl
3) 서비스 : 8℃~10℃ 사이 서빙/ 구운 닭고기(Saint-pierre) 요리와 잘 어울림.
5. 팜므 드 샴페인(Femme de Champagne) 2000
캐롤 듀발-르로아와 와인 메이커인 산드린 로제뜨-쟈르뎅(Sandrine Logette-Jardin)은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보석 같은 황금빛과 향수처럼 부드러운 최고의 샴페인을 보존할 수 있는 둥근 곡선의 독특한 병을 만들어냈습니다.
프레스티지 뀌베(최고의 와인에 붙이는 표현) ‘팜므 드 샴페인’은 듀발 르로아 하우스에 의해 엄선된 포도밭 구획에서 만들어진 와인입니다. 샤르도네는 여러 그랑 크뤼 마을 중에서도 슈이(Chouilly), 아비즈(Avize), 오제(Oger) 마을의 최고 포도밭에서 재배되며, 우아함과 생기를 강조하기 위해 오크통에서 개별 양조를 실시합니다. 여기에 약간의 피노 누아는 부드러움과 개성을 더합니다.
‘팜므 드 샴페인 2000’은 작황이 좋은 해에 만든 특별한 와인으로 1990, 1995, 1996에이어 4번째로 만들어진 빈티지 샴페인입니다. ‘팜므 드 샴페인 2000’의 눈부신 황금빛 가운데 섬세한 버블이 우아하게 올라옵니다. 이는 여전히 생생한 숙성력에서 기인한 것이며 복합적인 풍미를 돋보이게 합니다. 브리오슈, 바닐라, 우디_woody한 아로마가 레몬, 귤과 같은 시트러스 계열 과일의 아로마와 번갈아가며 나타나게 됩니다. 이들은 입안에서 멋진 풍미를 뽐낸 후, 엄청난 여운의 피니쉬와 함께 실크 같은 감촉을 선사합니다.
+ 개인적인 느낌
고귀하고 우아한 타입의 샴페인입니다. 구수한 풍미에 진득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가졌으며, 말린 과일과 꿀, 과즙, 진한 누룩향이 느껴집니다. 기분 좋은 씁쓸함도 살짝 있습니다.
<참고 자료>
1. 듀발 르로아 시음회 공식 자료
2. Suziewang’s food&wine pairings 블로그 미식 필수 와인 듀발 르로아(Duval-Leroy)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