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호주] "사과와 배의 풍미, 그리고 바닐라 터치를 지닌 세련된 샤르도네" - Simply Reserve Chardonnay

까브드맹 2012. 11. 7. 06:00

심플리 리저브 샤도네이

테스코(Tesco)에서 유통하는 심플리 리저브 샤도네이(Simply Reserve Chardonnay) NV는 남호주(South Australia)에서 수확한 샤도네이(Chardonnay) 100%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입니다.

1. 호주산 샤도네이 와인

세계 각지에서 다양하게 양조되는 샤도네이는 호주 와인 생산자들의 노력으로 멋지게 변신했습니다. "훌륭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와인을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라는 좌우명을 가진 호주 와인 생산자들은 맛있는 와인을 만들려고 다양한 와인 양조법을 개발했습니다. 그들이 고안한 여러 가지 기법은 오늘날 전 세계로 퍼져서 와인 발전에 큰 공헌을 했죠.

호주 와인 생산자들이 만든 수많은 양조 기술 중 개인적으로 손꼽는 가장 위대한 두 가지는 <온도 조절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 탱크>와 <오크칩 사용>이라고 봅니다.

온도 조절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 탱크를 개발하면서 와인을 발효할 때 정확한 온도 조절이 가능해졌고, 더운 곳에서도 신선한 풍미를 가진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게 되었죠. 이 기술이 개발되면서 호주에서도 서늘한 유럽 지역에서 나오는 화이트 와인 못지않게 상쾌한 과일 풍미를 가진 와인을 만들게 됩니다. 오늘날 온도 조절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 탱크는 날씨가 서늘한 몇몇 지역을 제외한 세계 각지에서 널리 사용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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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위대한 양조 기술인 오크칩 사용은 약간 편법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영세한 와인 양조자에게 축복 같은 방법이었고, 소비자들도 좋은 맛의 와인을 싸게 마실 수 있도록 해줬죠.

제대로 만든 새 오크통은 굉장히 비싼 물건입니다. 프랑스산 오크로 만든 225ℓ 짜리 오크통은 하나당 약 64만 원이나 되며, 동유럽산은 약 50만 원, 미국산은 약 30만 원에 육박하죠. 그래서 영세한 와인 생산자는 중고 오크통을 많이 쓸 수밖에 없습니다. 중고 오크통을 많이 사용할수록 와인에 좋은 오크 풍미가 배는 것을 기대하기란 점점 어려워지기 마련이죠.

그러나 오크통을 제작 시 부산물로 나오는 오크 조각을 숙성할 때 함께 넣어서 오크 풍미가 배도록 하면 이런 경제적 문제를 많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많은 호주산 샤도네이 와인이 가격이 싸면서도 바닐라와 토스트 향을 많이 풍길 수 있는 것은 이 기술 덕택이죠.

이러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호주 와인 생산자들은 신세계 샤도네이 와인의 전형적인 형태를 창조했습니다. 영국의 와인 평론가 오즈 클라크(Oz Clarke)는 호주에서 탄생한 신세계 샤도네이 와인에 대해

"복숭아, 살구, 열대 과일의 향과 새 오크통 숙성으로 생겨난 바닐라, 토스트 냄새, 버터 스카치의 향을 감미롭게 풍긴다. 모두 맛이 좋고, 입에 닿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오면서 자꾸 마시고 싶은 와인이다." 

라고 말합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테스코(Tesco)에서 기획하고 유통하는 심플리 와인 중 심플리 리저브 샤도네이(Simply Reserve Chardonnay) NV는 "사과와 배의 풍미, 그리고 바닐라 터치를 지닌 세련된 샤도네이"라는 설명이 레이블에 적혀있습니다. 맛과 향이 상당히 괜찮은 화이트 와인으로 남호주의 광활한 대지에서 재배한 샤도네이를 온도 조절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 다음 오크칩을 넣고 숙성해서 풍부한 맛과 향이 나오죠.

색은 샛노란 황금빛을 띠며 아주 예쁩니다. 잘 익은 사과와 농익은 서양배, 모과, 오렌지 향이 나오고, 바나나와 파인애플 같은 달착지근한 열대과일 향도 풍깁니다. 약간의 버터향과 오크, 향긋한 식물성 오일 향도 함께 풍기죠. 향이 풍부하고 시간이 흘러도 강도가 별로 떨어지지 않아서 좋지만, 매력적인 느낌은 좀 덜합니다.

풀바디 와인으로 묵직하고 농밀해서 매우 부드럽고 진한 질감을 맛볼 수 있죠. 드라이하며 잘 익은 사과 같은 신맛이 납니다. 풍부한 산미는 품질도 제법 좋습니다. 사과와 배, 시트러스류의 과일, 모과, 덜 익은 파인애플 같은 열대 과일의 풍미가 나옵니다. 오크 풍미에 버터 느낌도 살짝 있군요.

그러나 식물성 비린내가 조금 있고, 살짝 쓴맛이 도는 것은 저가 와인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 같습니다. 샤도네이 와인은 산미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많지만, 이 와인은 짜릿한 신맛이 침샘을 기분 좋게 자극합니다. 그래서 산미가 풍성하고 묵직한 느낌의 화이트 와인을 선호하는 분에게 아주 적격일 듯하군요.

 

 

전체적으로 단조롭고 고급스럽지도 않지만, 그래도 맛있는 와인입니다. "맛있는 와인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는 호주 와인 생산자들의 철학이 느껴지는 것 같군요. 그냥 마셔도 좋지만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여운은 꽤 길게 이어집니다. 느낌은 괜찮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습니다. 

묵직한 바디와 12.5%의 알코올, 풍성하고 강한 산도가 어울려 꽤 좋은 균형을 보여줍니다. 다만 저가 와인이다 보니 각 요소의 품질은 훌륭한 편이 못됩니다. 고급 샤도네이 와인과 비교하면 표면 처리를 잘한 금속과 플라스틱의 차이랄까요? 싸구려 같은 느낌은 아니라도 플라스틱이 주는 미감엔 한계가 있듯이 가격보다 빼어난 맛과 향을 가졌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한계 안에서는 무척 잘 나온 와인입니다.

오븐에 구워서 새콤한 타르타르소스를 뿌린 생선 요리, 튀김, 생선가스, 향신료를 넣어서 조리한 닭고기 요리, 그릴에 구운 바비큐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2년 9월 19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