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달착지근한 맛과 과일 향, 가격은 부담 없는 초보자용 레드 와인 - Laroque

까브드맹 2011. 7. 18. 06:00

라로끄

라로끄(Laroque) 프랑스의 다양한 레드 와인용 포도를 사용해서 만드는 뱅 드 따블(Vin de Table) 등급의 저렴한 와인입니다. 기본적으로 "달콤하고 마시기 편한 값싼 와인"이란 개념에 맞춘 제품으로 가격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품질입니다. 

1. 값싸고 달콤한 와인

와인에 관심이 가서 한 번 마셔보려고 할 때 부딪치는 난관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레드 와인에 들어있는 탄닌의 떫은맛, 또 하나는 달지 않은 맛입니다. 두 가지 난관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늦게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레이트 하베스트(Late Harvest)처럼 단맛이 나는 화이트 와인을 골라서 마시는 거죠. 달콤한 독일산 화이트 와인도 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에겐 "와인은 레드 와인! 화이트는 어째 탐탁지 않고... 로제?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라는 고정 관념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떫지 않고 달착지근한 와인을 찾는 분에게 화이트 와인을 권해도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도 와인은 레드 와인이지."하면서 말이죠. 최근 화이트 와인의 판매량이 많이 늘었지만, 화이트 와인을 주로 구매하는 분은 와인에 어느 정도 즐겨 마시는 분이지 와인을 처음 접하는 분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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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와인을 많이 마시지 않는 분이 주로 찾는 와인이 미국산 콩코드 포도로 만든 "콩코드(Concord) 와인"입니다. 이 와인은 달콤한 맛과 향이 나며 알코올 도수도 11%로 별로 높지 않아서 좋아하는 분들이 많죠. 게다가 가격이 8천 원 중후반대여서 구매하기에 별로 부담 없는 것도 장점입니다. 물론 콩코드 와인 말고도 단맛 나는 레드 와인이 몇 종류 더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콩코드 와인보다 가격이 비싸죠. 콩코드 와인보다 값싼 레드 와인도 있긴 하지만, 맛이 단 것은 별로 없습니다. 이렇게 단맛이 나면 콩코드보다 비싸고, 콩코드보다 가격이 싸면 단맛이 없다 보니 콩코드 와인은 다른 달콤한 레드 와인을 제치고 와인 초보자와 할머니, 아주머니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수입사 창고에 재고가 떨어지는 일도 종종 일어나더군요.

하지만 와인의 세계는 넓고, 아직 수입되지 않은 값싸고 달콤하면서 뛰어난 와인도 많습니다. 최근 국내로 들어오는 와인 중에는 명성이 콩코드보단 못하지만, 색다른 개성을 가진 스위트 와인이 종종 눈에 띕니다. 물론 콩코드보다 값싼 것 중에서 말이죠.

 

 

2. 라로끄(Laroque)

마트에 갔다가 매니저가 강력하게 추천해서 구매한 와인 중에 "라로끄"라는 와인이 있었습니다. 보통 스위트 와인은 레이블에 큼지막하게 "SWEET"라는 글자를 넣는데 이 와인은 작게 적어놓아서 그냥 뱅 드 따블(Vin de Table) 등급의 드라이 레드 와인인 줄 알고 한 병 샀습니다. 집에 와서 보니 미디엄 스위트 와인이더군요. "급" 실망했지만, 그래도 맛이나 보자 해서 마셔봤더니 나름 괜찮았습니다. 달지 않은 드라이한 와인을 싫어하는 분에겐 좋은 선택이 될 듯하며 가격도 꽤 싸서 콩코드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죠. 더구나 향은 콩코드보다 좋으니 말입니다. 물론 저는 단맛이 나는 레드 와인을 좋아하지 않아서 한 잔 마신 후에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나중에 목이 마를 때 얼음과 물을 타서 시원하게 마셨습니다. 흠, 이렇게 마셔도 탄닌이 강하지 않아 떫은맛 없이 잘 넘어갔습니다.

라로끄는 유통사인 이마트와 수입사인 길진인터내셔날이 함께 기획해서 프랑스의 와인 회사에 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만든 와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잘 맞을만한 부드러운 탄닌과 적당한 당도를 가졌죠. 우리나라의 어떤 육류 요리와 먹어도 무리 없이 잘 어울릴 만한 맛과 향이 나고요. 달콤한 레드 와인을 좋아하는데, 콩코드를 너무 오랫동안 마셔서 지겨운 분이라면 라로끄를 한 번 마셔보세요. 콩코드만큼 달진 않지만, 여러모로 훨씬 나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맛을 맞추려고 프랑스 여러 곳에서 수확한 다양한 포도를 혼합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프랑스 와인 중에서 제일 낮은 뱅 드 따블 등급이지만, 덕분에 가격은 꽤 쌉니다. 와인의 단맛은 설탕을 넣어서 그런 게 아니라 알코올 도수를 11%로 낮게 하는 대신 당분을 남기고 발효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색은 맑고 깨끗하며 별로 진하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바라보면 잔 아래의 받침 부분이 보일 정도죠. 색깔은 루비와 퍼플의 중간 빛입니다. 향은 풍부하지만, 매력적이지 않고 평범합니다. 딸기와 서양 자두, 딸기 맛 젤리처럼 달콤한 향이 주로 나오고 오크 향도 조금 있습니다. 블랙커런트 잎의 푸릇푸릇한 향도 약간 나타납니다. 시간이 지나면 구린 단내가 올라옵니다.

떫은맛이 전혀 없고 부드럽지만, 무게감도 별로 없어서 가볍습니다. 맛은 살짝 답니다. 마치 무가당 딸기 주스 같은 느낌이네요. 산도도 별로 높지 않고 탄닌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딸기 주스가 저절로 생각나는 맛으로 복합적인 풍미는 없고 단순합니다. 하지만 와인을 처음 마셔보는 분에겐 추천해줄 만 합니다. 여운은 삼키는 순간 바로 사라지는 수준입니다. 

향과 맛과 질감은 괜찮으나 여운이 너무 짧습니다. 달콤한 레드 와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 시음해보세요. 달게 양념한 불고기와 갈비, 데리야끼 소스를 사용한 육류 요리, 탕수육, 각종 육류 요리, 피자, 과자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E로 맛과 향이 보잘것없는 와인입니다. 2011년 5월 20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