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한국] 국산이라지만 알고 보면 칠레산 와인일 수 있는 - 마주앙 레드(Majuang Red) 2009

까브드맹 2011. 3. 8. 09:44

마주앙 레드 2009

1. 마주앙 레드

마주앙이 동양맥주에서 롯데 주류 B&G로 넘어간 다음 출시 33년 만인 2010년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서 새롭게 나온 마주앙 레드입니다. 레이블 디자인이 완전히 바뀌었고, 품종 표시도 예전에는 '국내산 및 수입 포도주 원액'이라고 두리뭉실하게 적었지만, 이젠 품종 이름뿐만 아니라 비율을 정확히 표기해 놓았습니다. 백 레이블을 보면 칠레산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95%에 국산 머스캣 베일리(Muscat Bailey) A 5%라고 나와있죠.

이름만 마주앙 레드를 이었을 뿐 기존 제품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와인이라고 봐야 하죠. 사실상 칠레산 까베르네 쇼비뇽 와인이나 다름없으며 맛과 향도 그러합니다. 다만 새로운 마주앙 화이트는 비슷한 가격의 칠레산 샤르도네 와인보다 풍미가 조금 더 좋지만, 마주앙 레드는 칠레산 와인보다 맛과 향에서 좀 떨어집니다. 게다가 이전 제품과 비교해서 수입산 원액을 얼마나 더 썼는지는 모르지만, 신제품의 가격을 30% 정도 올렸습니다. 이것도 감점 요인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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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의 맛과 향

맑고 깨끗하며 잔과 닿은 부분은 퍼플과 루비의 중간 정도 되는 색을 띱니다. 농도는 조금 옅어서 위에서 쳐다보면 보울(Bowl) 아래로 잔 받침의 둥근 테두리가 보일 정도입니다. 향은 강하지만 단순한 편입니다. 붉은 과일 향이 주로 나오며 오크 같은 나무 향도 약하게 납니다. 특이하게 말린 고추 같은 스파이시한 향이 미세하게 풍기네요. 나중에는 피망 향도 조금 납니다.

농도는 묽은 편이며 탄닌은 거칠어서 떫은맛이 좀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맞췄다면 부드러운 질감이 나오도록 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은 2009 빈티지라 아직 영(young)해서 그런 것인지, 와인의 콘셉트인 것인지, 아니면 양조 기술의 한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2009 빈티지를 2012년 즈음에 마셔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죠. 다만 2009 빈티지를 지금 마신다면 혀와 잇몸에 끼는 탄닌의 떫은맛 확실히 감수해야 할 겁니다. 

 

 

달지 않고 드라이하며 탄닌의 씁쓸한 맛과 날카로운 기운이 섞여 있습니다. 산도는 별로 강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미약한 단맛이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살아나는데, 마주앙을 즐겨 찾는 분들이 좋아할 만큼 달게 되진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탄닌의 날카로운 느낌이 줄면서 조금씩 둥글게 되고 맛이 점점 나아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칠레산 원액을 수입해서 만들었지만, 탄닌이 부드럽지 않고 메마른 느낌을 주는 것이 마치 유럽 와인 같은 느낌입니다. 결코 "맛있다!"라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1만 원 초반의 가격을 고려한다면 무난하게 마실만 합니다. 가격에 어울리는 단순하고 평이한 와인이죠. 여운은 그래도 긴 편입니다. 기분 좋은 여운이 아니고 단순히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라 아쉽지만요. 

지금까지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마주앙에 관해 원하고 느꼈던 맛을 생각한다면, 좀 더 단맛을 강조해서 만드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드라이하고 메마른 풍미를 가졌습니다. 달지 않은 와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맛있게 마실 수 있지만, 예전의 마주앙이 보여준 맛과 향을 생각하는 분이라면 조금 당혹해할 것 같습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소갈비와 양 갈비, 소고기 스튜, 기타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D-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1년 2월 24일 시음했습니다.

마주앙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는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한국] '마주 앉'아서 즐긴다 - 마주앙(Majuang)

1. 마주앙의 역사 국산 와인의 대표 브랜드인 마주앙(Majuang)은 1977년에 OB맥주를 생산하는 동양맥주에서 만들었습니다. 마주앙이란 이름은 얼핏 들으면 프랑스어처럼 들리지만 "'마주 앉'아서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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