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포르투갈] 낯선 포르투갈 와인의 훌륭한 풍미를 맛보세요 - Quinta do Crasto Douro 2007

까브드맹 2010. 12. 20. 12:03

퀸타 도 크라스토 도오루 2007

1. 포르투갈 와인

포르투갈 와인은 우리나라에서 참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마 아시아에서 생산하는 와인을 제외하고 가장 잘 알려지지 않고 소외된 와인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포르투갈의 전통 명주인 포트 와인(Port Wine)은 잘 알려졌지만, 일반적인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은 소비자들이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와인 샵에서 찾아보기도 힘들죠. 판매량이 적다고 울상짓는 호주 와인이나 남아공 와인조차 포르투갈 와인과 비교하면 응석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죠.

스페인과 같이 이베리아반도에 있고 역사와 문화도 비슷한 포르투갈의 와인 산업이 낙후된 것은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정치적인 문제가 큽니다. 한때 스페인과 함께 전 세계의 바다, 특히 아시아 일대의 해안을 주름잡는 바다의 왕자였던 포르투갈이었지만, 17세기에 네덜란드가 동남아의 향신료 루트에 침을 흘리며 달려들자 아시아에서 쫓겨나게 되죠. 게다가 19세기 초에는 프랑스에게 정복당하는 사태까지 일어납니다. 다행히 나폴레옹이 몰락하면서 프랑스의 점령에서 벗어나지만, 각지의 식민지가 독립하면서 포르투갈의 국력은 점차 쇠퇴합니다. 그러다가 1930년대에 독재자 살리에르가 권좌에 올라 장기집권 했고, 1974년에 좌파 쿠데타로 불리는 카네이션 혁명 전까진 살리에르 독재정권의 억압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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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에 프랑스 와인은 AOC 제도 등 각종 법령을 정비하고 엄격한 품질 관리로 세계 시장에서 우뚝 솟았고, 이탈리아도 프랑스를 본떠서 DOC 규정을 제정하면서 해외에 이탈리아 와인의 이름을 널리 알리죠. 포르투갈 옆에 있는 스페인도 이 대열에 동참해 가격보다 뛰어난 품질로 세계 와인 시장에서 스페인 와인의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나갔습니다. 하지만 포르투갈 와인은 와인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법령도 품질 관리도 없이 다른 나라보다 오랫동안 전근대적인 방법으로 와인을 생산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포트 와인과 마데이라(Madeira)처럼 전통 깊은 강화 와인이나 몇몇 회사의 와인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와인이 나오지 못했죠. 하지만 최근 법규의 제정과 품질 관리, 그리고 EU의 막대한 지원으로 포르투갈 와인도 점차 뛰어난 품질을 갖춰가고 있으니 멀지 않아 포르투갈 와인을 쉽게 볼 수 있는 때가 올 겁니다.

전통적으로 최고의 포르투갈 레드 와인은 북부의 도오루(Douro)와 다옹(Dão), 베이라다(Bairrada)에서 생산합니다. 여기에서 생산하는 레드 와인은 탄닌과 산도가 높은 편인데, 최근엔 부드럽고 과일 향이 풍부한 와인도 만들고 있습니다. 남동부의 알렌떼쥬(Alentejo)와 비뇨 레지오날 알렌떼쟈노(Vinho Regional Alentejano)에서도 토착 품종과 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같은 글로벌 품종으로 묵직한 레드 와인을 생산하죠. 이 지역의 레드 와인은 블랙베리와 자두 같은 검은 과일 향이 진하게 나오며 감초 같은 스위트 스파이스 향과 토스트, 초콜릿 향도 나타납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퀸타 도 크라스토(Quinta do Crasto)의 도오루 와인은 북부의 도오루에서 수확한 포도로 생산합니다. 틴타 로리츠(Tinta Roriz, 뗌프라니요), 틴타 바로카(Tinta Barroca), 투리가 프랑카(Touriga Franca), 투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 같은 스페인의 포도 품종과 포르투갈 전통 품종을 고루 섞어서 만들죠. 처음엔 포르투갈 레드 와인이라 큰 기대 없이 마셨습니다만, 품질이 꽤 뛰어나서 맛과 향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맑고 진한 자주색입니다. 블랙 체리와 서양 자두 같은 과일 향과 함께 과일로 만든 붉은 푸딩이 떠오르는 향이 납니다. 가죽 같은 동물성 향과 허브 같은 식물성 향도 함께 나오죠.

조금 굳건하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마치 예리한 대패로 깔끔하게 깎아낸 삼나무의 속살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며, 강한 힘이 느껴지는 풀 바디 와인입니다. 달콤한 향과 달리 맛은 드라이하며 약간 높은 산미가 느껴지네요. 잘 숙성된 탄닌은 와인에 힘을 부여합니다. 과일과 꽃의 뉘앙스와 함께 생나무에서 맡을 수 있는 약간 비릿한 식물성 풍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높은 알코올과 진한 탄닌 덕분에 제법 무거운 여운이 길게 이어지네요. 각 요소가 균형을 잘 이루어 매우 좋은 맛을 보여줍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양 갈비, 고기를 주재료로 한 요리와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1년 4월 11일 시음했습니다.

포르투갈 와인과 생산지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포르투갈] 포르투갈 와인 개괄

지난 2018년 7월 12일에 서울 시청 앞 더 프라자 호텔 4층 메이플 홀에서 있었던 포르투갈 와인 마스터 클래스에서 표했던 포르투갈 와인에 관한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1. 포르투갈의 와인 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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