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파인애플이 들어간 후르츠 칵테일처럼 달착지근한 열대 과일향이 풍부한 - Bacio di Fiori Moscato d'Asti 2009

까브드맹 2010. 12. 11. 08:33

바쵸 디 피오리 모스까토 다스티 2009

1. 모스까토 다스티(Moscato d'Dasti)

모스까토 다스티는 국내에서 꽤 인기 있는 이탈리아산 스위트 세미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향긋한 과일 향과 맛있어 보이는 진한 밀짚 색,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맞는 달콤한 맛과 살짝 느껴지는 신맛, 그리고 입안에서 부드럽게 느껴지는 약한 탄산이 어우러져 많은 소비자가 선호하죠. 그래서 와인을 처음 마셔보는 사람이나 단맛을 좋아하는 여성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런 맛과 향을 가진 와인은 2000년대 초반에 수입된 "빌라 무스까델(Villa Muscatel)"이란 와인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전에 이런 와인이 수입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진 않았죠. 달콤한 맛과 향으로 국내 와인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던 빌라 무스까델은 수입사의 요청에 따라 이름을 빌라 엠(Villa M)으로 바꾸면서 더욱더 인기를 끕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와인의 긴 이름은 우리나라 사람에겐 외우기 어려웠는데, 단 세 글자로 줄여버려서 기억하기 쉽게 했으니 인지도가 확 뛰어오른 거죠. 이후 빌라 무스까델, 즉 빌라 엠은 부담 없는 달콤한 맛과 외우기 쉬운 이름으로 와인을 처음 마시는 사람에게 많이 추천되었고, 와인 시장에서 승승장구합니다. 그러자 빌라 엠의 성공을 지켜보던 다른 와인 수입사도 빌라 엠과 같은 스타일의 와인을 수입해서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죠. 그게 바로 일련의 모스까토 다스티 와인들입니다. 

모스까토 다스티가 국내에 들어온 시기는 2004~5년 정도로 기억됩니다. 처음엔 가격도 만만치 않고 사람들이 잘 몰랐기에 판매량에서 빌라 엠의 상대가 되지 않았죠. 하지만 시장의 가격 결정 원리에 따라 수요가 급증한 빌라 엠은 자연스레 가격이 올라갔고, 주머니가 가벼운 소비자로선 구매하기 망설여지는 제품이 돼버립니다. 반면에 모스까토 다스티는 다양한 가격의 제품이 들어오면서 때로는 빌라 엠의 대체품으로, 때로는 모스까토 다스티 자체로 고객들에게 선택되기 시작하죠. 그래서 요즘은 샵이나 마트에서 처음부터 빌라 엠이 아닌 모스까토 다스티를 찾는 분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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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까토 다스티 제조법은 다른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과 다릅니다. 샴페인을 비롯한 일반 스파클링 와인은 기본 재료가 되는 화이트 와인을 만들어서 병에 넣은 다음 이스트와 설탕을 넣고 발효해서 탄산가스가 와인 안에 녹아들도록 합니다. 효모 찌꺼기를 빼낼 때 전통 방식대로 사람이 빼느냐, 탱크에 붓고 필터로 걸러내냐의 차이는 있지만, 당분을 추가하는 과정이 들어가는 것은 같죠. 

하지만 모스까토 다스티를 만들 땐 당분을 추가하는 과정이 없습니다. 모스까토 다스티 제조는 먼저 잘 익은 모스까토(Moscato) 포도에서 짜낸 과일 주스를 탱크에 넣습니다. 과일 주스를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발효하다가 주스의 알코올 도수가 5% 정도 되면 탱크를 더 차갑게 해서 발효를 멈춰버립니다. 그리고 필터로 효모를 걸러내서 더는 발효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 다음 병에 담죠. 이 과정에서 와인 안에 미처 발효하지 못한 포도의 잔당이 남게 되고, 이 잔당 때문에 단맛이 나는 겁니다. 이때 차가운 온도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탄산가스 일부가 와인에 남게 되므로 모스까토 다스티는 세미 스파클링 와인(Semi Sparkling wine)이 되는 것이죠. 이렇게 생산된 모스까토 다스티는 본고장인 이탈리아 피에몬테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가볍게 마시는 파티용 술이나 디저트 와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피에몬테(Piemonte)의 아스티(Asti) 지역에서 재배한 모스까토(Moscato)로 만드는 바쵸 디 피오리 모스까토 다스티는 맑고 연하며 살짝 연둣빛 기운이 도는 밀짚 색입니다. 세미 스파클링이라 와인과 잔의 접촉면에 지름 1~0.5mm 정도의 탄산 방울이 맺힌 것을 볼 수 있죠. 거품은 잔 바닥에서 가끔 한두 방울씩 올라올 뿐 일반 스파클링 와인처럼 세차게 올라오지 않습니다. 매우 달콤한 열대 과일 향이 나옵니다. 파인애플이 많이 들어간 과일 칵테일 같은 달콤한 향이죠. 여기에 제가 종종 분향(?)이라고 표현하는 이탈리아 스파클링 특유의 이스트 향도 흘러나옵니다.

깨끗하고 깔끔하면서 풍부한 잔당 때문에 끈적한 기운이 혀와 입안을 슬쩍 스치는 게 느껴집니다. 무게는 미디엄 바디 정도입니다. 다른 모스카토 다스티보다 단맛은 더 강하고 신맛은 더 약합니다. 파인애플과 사과, 복숭아즙을 농축한 듯한 느낌으로 마치 과일 통조림 국물을 조금 희석해서 마시는 느낌이랄까요? 거품은 오래 가지 않고 금방 사라지므로 별달리 강한 인상을 주지 않습니다. 고급 모스카토 다스티에서 느껴지는 무스 케이크처럼 부드러운 느낌이나 복합적인 풍미도 약합니다. 여운이 있긴 하지만 와인의 풍미나 힘이 아니라 단맛이 주는 자극 때문입니다. 균형과 조화는 어느 정도 이뤄졌으나 단맛이 너무 강해서 몇 잔 마시다 보면 쉽게 질립니다. 단맛을 현재의 80% 정도로 하고 탄산이 10%가량 더 들어갔다면 훨씬 상쾌하고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림 케이크, 티라미수 케이크, 과일 또는 말린 과일, 아이스크림, 기타 디저트 음식 같은 달콤한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2010년 11월 22일 시음했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D로 맛과 향이 미흡한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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