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전통주] 앉은뱅이술! - 한산 소곡주(韓山 素麯酒)

까브드맹 2024. 1. 12. 07:00

한산 소곡주

한산 소곡주는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이름난 술입니다. 국내 전통주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술로 유구한 세월만큼이나 맛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한산 소곡주의 유래는 고증할만한 문헌이나 자료를 찾을 길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 민족이 즐겨 마신 술의 종류와 제조법을 기술한 문헌인 산림경제(1674∼1720)와 동국세시기(1849) 등에선 소곡주를 으뜸으로 칩니다.

1. 소곡주의 역사

소곡주는 백제 멸망 후에 백제 왕실과 유민이 건지산에서 백제 부흥을 꿈꾸며 주류성을 쌓고 슬픔을 달래려고 빚기 시작했다는 전설이 있는 술입니다. 소곡주(素穀酒)라는 이름은 멸망한 백제의 한을 달래려고 하얀 소복을 입고 빚어서 붙은 거라는 이야기가 전하죠.

소곡주의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소곡주에 대한 기록은 많습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비롯하여 <경도잡지(京都雜志)>, <음식디미방>, <음식보(飮食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규곤요람(閨壼要覽)>, <규합총서(閨閤叢書)>, <요록(要錄)>,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규합총서(閨閤叢書)>, <양주방(釀酒方)>, <역주방문(曆酒方文)>, <시의전서(是議全書)>와<부인필지(婦人必知)>, <술 만드는 법>과 같은 문헌에서 소곡주를 언급합니다. 조선시대 문헌에 소곡주가 자주 등장하는 걸 보면 조선시대에 이르러 대중화된 것으로 짐작됩니다.

1960~70년대 양곡관리법으로 허가받지 않은 술 제조가 금지되었을 때에도 한산 지역에선 집집마다 소곡주를 몰래 빚었습니다. 현재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3호,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19호인 우희열 명인이 처음 시집왔을 때에도 시어머니인 고 김영신 명인이 몰래 소곡주를 빚어왔고, 본인도 그때부터 배웠다고 합니다.

소곡주의 명성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려고 전통주를 발굴했을 때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래서 안동소주를 비롯한 8종의 전통주가 합법화되었을 때 소곡주도 당당히 선정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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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곡주 양조법

주재료로 찹쌀과 백미를 8:2 가량 사용하며 양조장마다 조금씩 비율이 다릅니다. 부재료로 들국화와 메주콩, 생강, 엿기름, 홍고추 등이 들어가죠. 전통 누룩으로 발효하며 밑술과 덧술을 사용하는 전통 양조법으로 양조합니다. 소곡주는 다른 전통주보다 사용하는 누룩 양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땅속에 묻은 항아리에서 저온으로 장기간 발효해서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100일 동안 익혀서 만든다고 백일주라는 별칭도 있죠.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기에 양조 기간은 길지만 현대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처럼 맛과 향이 차분하고 거칠지 않습니다.

3. 앉은뱅이 술

소곡주에 앉은뱅이 술이란 별명이 붙은 유래는 여러 개입니다. 그중에서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가 한산에서 소곡주를 마시고 그 맛과 향에 취해서 매일 앉아서 술잔만 기울이다가 과거 보는 날짜를 놓쳤다는 이야기, 남의 집에 들어간 도둑이 소곡주를 마시고 취해서 일어서지 못했다는 이야기, 소곡주를 빚던 며느리가 술맛을 보느라 젓가락으로 찍어 먹다가 맛이 좋아서 저도 모르게 계속 먹게 되었고 결국 취해서  앉은뱅이처럼 엉금엉금 기어 다녔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라는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너무 맛있어서 계속 마시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일어서지도 못할 만큼 취했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모두 소곡주의 맛과 향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여주는 이야기들이죠.

 

 

4. 소곡주의 맛과 향

소곡주의 색은 매우 진한 황금빛입니다. 옅은 호박색으로 볼 수도 있을 만큼 진하죠. 탁하지 않고 맑고 깨끗하며 영롱한 빛이 돕니다. 달콤한 전통 조청 향과 밤꿀 같은 진한 향을 풍깁니다. 스위트 와인인 쏘테른과 향이 비슷하면서 구수한 동동주 향이 섞여있습니다.

부드럽고 진하면서 약간 끈적한 느낌이라 입에 착착 감깁니다. 부드러운 신맛과 진한 단맛이 조화를 이루고 은은한 쓴맛이 남습니다. 조그만 잔에 마시면 느끼기 어렵지만, 와인 잔에 마시면 어지간한 디저트 와인에 못지않은 달콤한 풍미가 나오죠. 진한 맛과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집니다. 18%의 알코올이 주는 화끈한 느낌과 함께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남습니다. 향과 질감, 여운 등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술입니다. 소곡주는 술맛만 좋은 것이 아니라 청혈 해독의 약리작용과 함께 말초혈관을 확장하고 혈관운동 중추를 억제하는 혈압강화작용이 있어서 고혈압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5. 소곡주 생산과 유통

서천군에서 소곡주를 지역 특산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기에 생산과 유통이 활발합니다. 한산 지역에만 70여 곳의 양조장이 있고 영세 양조장들에겐 공동 패키지도 제공하고 있죠. 면허 없이 만드는 가양주까지 합치면 숫자가 엄청납니다. 우희열 명인의 소곡주가 가장 유명하지만 다른 양조장의 소곡주 중에도 품질 좋은 것이 많고,  양조장마다 재료와 양조법이 조금씩 달라서 맛도 다릅니다.

2013년 6월에 서천군이 대한민국 특허청에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최초로 등록하면서 한산 지역에서 만드는 소곡주만 “한산소곡주”라는 이름을 쓸 수 있습니다. 서천군에선 2015년부터 매년 10월 마지막 주에 한산 소곡주 축제가 열리며 관광객이 함께 할 수 있는 소곡주 빚기 체험, 품평회, 안주 경연대회, 소곡주 경매 행사 등을 진행합니다. 우희열 명인의 소곡주와 40여 개의 다른 양조장의 소곡주를 함께 맛보면서 즐길 수 있습니다.

 

'천오백년의 맛과 향'…제1회 한산소곡주축제 30일 개막 | 연합뉴스

(서천=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제1회 한산소곡주축제'가 오는 30일부터 3일간 충남 서천군 한산시장 일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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