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전통주] 청량한 배와 생강 향 그윽하여라 - 이강주(梨薑酒)

까브드맹 2024. 1. 10. 07:00

이강주

조선시대 3대 명주의 하나로 평가받는 이강주, 또는 이강고는 전통 소주에 배와 생강, 울금, 계피를 넣고 3개월 이상 성분을 추출한 다음 꿀을 가미한 후 숙성시켜서 만듭니다. 예전에는 약소주로 분류되었지만, 지금은 리큐르로 분류됩니다.

1. 이강주의 역사

죽력고(竹瀝膏), 호산춘(湖山春)과 함께 조선시대 3대 명주 중 하나인 이강주는 조선 중엽부터 전라도와 황해도에서 제조된 약소주입니다. ‘경도잡지’와 ‘동국세시기’, ‘임원 16지’, ‘동국세시기’, ‘한국의 명주’ 등등 다양한 기록에서 이강주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있죠. 동국세시기에는

소주는 공덕 옹막에서 삼해주를 빚는 독에서 만든 천백독의 술이 가장 유명하다. 평안도 지방의 감홍로·벽향주, 그리고 황해도 지방의 이강주, 호남 지방에서 나는 죽력고·계당주, 충청도 지방에서 나는 노산춘 등이 가장 좋은 술들이다. 또 이 술들 가운데는 선물로 오는 것도 있었다.

임원 16지에는

아리(배의 품종 중 하나)의 껍질을 벗기고 돌 위에서 갈아 즙을 고운 베주머니에 걸러서 찌꺼기는 버리고, 생강도 즙을 내어 밭친다. 배즙, 좋은  적당량, 생강즙 약간을 잘 섞어 소주병에 넣은 후 중탕하는 방법은 죽력고와 같다.

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통 소주에 배와 생강을 넣고 만들어서 배 리(梨), 생강 강(薑)을 이름에 붙인 이 술은 선조 때부터 상위 양반가에서 즐겨 마시는 고급 약소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호남을 대표하는 술로 조선시대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했고, 특히 고종 때 한미 통상 조약 체결을 맺으면서 회담의 대표들이 마셨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1882년 조선과 미국이 인천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시 이강고(梨薑膏)가 동참되었는데 기록을 발취하면 음식은 조선의 최상품이었고 술은 이강고(梨薑膏) 술로서 은도금한 술잔으로 각기 일곱 잔씩 들었다. 전복, 잣, 구기자나물, 약밥, 정과, 다식 따위도 내놓았는데 미국 대표 펠트가 칭찬이 대단하여 어느 곳을 막론하고 음식을 보면 그곳의 풍토와 인물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는데, 오늘 내놓은 음식은 그 진미가 뛰어나고 과일도 싱싱하니 다음에 무궁한 발전이 있겠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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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946년에 최남선이 저술한 조선상식문답에는

가장 널리 퍼진 것은 평양의 감홍로니 소주에 단맛이 나는 재료를 넣고 홍곡으로써 발그레한 빛을 낸 것입니다. 그다음은 전주의 이강고니 뱃물과 생강즙과 꿀을 섞어 빚은 소주입니다. 그다음은 전라도의 죽력고니 청대를 숯불 위에 얹어 뽑아낸 즙을 섞어서 곤 소주입니다. 이 세 가지가 전날에 전국적으로 유명하던 술입니다.

라고 나와있죠.

이강주는 백미를 약주를 빚은 다름 소주고리로 소주를 내리고 배, 생강, 울금, 계피, 꿀을 넣어서 장기간 숙성해서 만드는데, 왕실에 진상품으로 올리던 울금을 전주에서 재배했던 것이 이강주가 전주에서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합니다. 마실 때 부담 없는 명주인 이강주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면서 정부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려는 방편의 하나로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던 전통주 중 8개를 선정해서 판매를 허가할 때 면천 두견주 등과 함께 선정되어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동시에 무형문화재 제6-2호로 지정되었죠. 현재는 전주의 조정형 씨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이면서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9호로 지정되어 이강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2. 이강주 만드는 법

1) 먼저 누룩을 만듭니다. 햇밀을 거칠게 빻고 물로 버무려서 포로 덮은 다음 곡자틀에 넣어 단단하게 모양을 뜹니다. 모양을 뜬 곡자를 실온이 약 25℃에 적당한 습도가 있는 장소에 놓고 발효하는 곡자의 최고 온도가 45℃가 넘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약 10일 정도 지나면 곡자의 온도가 점차 내려가는데 이때 실온 약 30℃에서 7일 정도 보관하고 건조한 곳에서 14일 정도 보관합니다. 이 과정을 끝낸 후 약 2개월 정도 저장하면 좋은 누룩이 만들어집니다.

2) 백미로 고두밥을 짓고 토종 누룩, 깨끗한 물과 함께 항아리에 넣어 밑술을 잡습니다.

3) 3일 후 보리쌀과 전통 누룩, 물을 밑술과 합하여 덧술을 합니다. 이처럼 밑술에 덧술을 하고 각종 약재와 향신료를 추가하는 것이 우리 술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4) 덧술하고 4일 동안 숙성하면 술의 알코올 도수가 15% 정도 됩니다.

5) 숙성한 약주를 소주고리에 넣고 소주를 내립니다. 한 솥에 숙성한 약주 1말을 넣고 내린 후 다시 소주고리에 넣고 내리면서 냉각수를 바꿔줍니다. 이렇게 4회가량 반복하면 소주 도수가 35% 정도 됩니다.

6) 내린 소주에 배와 생강, 울금, 계피를 넣고 1년 이상 이상 성분을 추출한 다음 꿀을 더해서 숙성합니다.

7) 이강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서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으며 오래될수록 맛과 향이 좋아집니다. 위스키나 브랜디의 숙성과 비슷한 효과가 나오는 거죠.

3. 이강주의 맛과 향

연한 황색으로 계피향과 생강향이 그윽하게 퍼집니다. 달콤하고 매콤하면서 배와 생강의 풍미 덕분에 청량하고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름에 아주 차갑게 해서 마신다면 입에서 한겨울의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좋은 향과 깔끔한 맛을 지닌 매력적인 술로 마신 후에도 뒤가 깨끗하고 숙취가 없는 고급 명주입니다. 물론 지나친 과음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이강주는 대형 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으며, 전통주라서 인터넷 판매도 허용되어 있으니 마셔보지 못했다면 한 번 시음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