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부드럽고 풍만한 아가씨 - Bersano Barbaresco "Mantico" DOCG 2007

까브드맹 2010. 6. 21. 12:53

베르사노 바르바레스코 "만티코" DOCG 2007

1.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바르바레스코는 바롤로(Barolo)와 자매 같은 와인입니다. 바롤로 동북쪽에 있는 이웃 마을인 바르바레스코에서 바롤로와 마찬가지로 네비올로 포도로 만든 와인이기 때문이죠.

바롤로과 바르바레스코의 위치
(빨간 A가 바르바레스코, 노란 A가 바롤 로입니다)

두 마을이 서로 가깝고 양조에 쓰는 품종도 같으므로 와인 성격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강건한 바롤로보다 바르바레스코는 조금 더 부드럽습니다. 그래서 바롤로를 '왕들의 와인', 바르바레스코를 '여왕들의 와인' 혹은 '귀족들의 와인'이라고 부른답니다. 이렇게 지리적으로 비슷한 곳에 있고 같은 포도를 사용해서 와인을 만들었는데 성격이 미묘하게 다른 것은 토양의 차이뿐만 아니라, 양조 방식의 차이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바롤로가 최소 3년 이상 숙성해야 하고 그중 2년 이상은 오크통에서 숙성해야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해 바르바레스코는 최소 2년 이상 숙성하고 그중 1년 이상만 오크통에서 숙성하기만 하면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기간이 더 짧고 그만큼 오크의 탄닌이 적게 들어가므로 바르바레스코는 더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또한, 규정상 바롤로는 알코올이 13% 이상이어야 하지만, 바르바레스코는 12.5% 이상이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더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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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르바레스코 "만티코(Mantico)" 2007

베르사노(Bersano)의 바르바레스코 "만티코(Mantico)"는 같은 와이너리의 바롤로 "니르바스코(Nirvasco)"와 비교해 색이 조금 흐립니다. 전체적인 색상도 역시 옅은 편이죠. 향을 맡으면 신내가 올라오는데, 마늘장아찌나 피클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입니다. 와인이 상한 것은 아니고, 원래 그런 향이 나는 것 같은데 조금 색다른 경험이더군요. 향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맛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바롤로보다 과일의 단맛이 좀 더 느껴지고 매우 부드럽습니다. 글리세린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기름기와 살짝 달콤한 느낌이 잘 살아있더군요. 바롤로보다 더 여성스럽고 부드러우며 풍만한 느낌이 드는데, 관능적이라기보다 발육 상태가 좋아 글래머러스하게 자란 아가씨 같다는 느낌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강건한 느낌이 살아납니다. 충분한 시음 시간이 있었다면 더 멋진 모습으로 피어났을 것 같군요. 처음 느꼈던 신 냄새가 15분 정도의 시음 시간이 끝났을 때도 계속 올라왔는데, 수입사의 자료에는 향에 대해 "좋은 발란스의 상큼한 아로마", "다양한 과일 향" 정도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해놓아서 상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습니다. 만약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정도 지난 후라면 와인 향이 어떻게 변했을지 무척 궁금하군요.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 피자와 파스타 등과 함께 마시면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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