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오스트리아] 세 종류의 포도가 빚어내는 푸근하고 편안하며 다양한 맛의 세계 - Weingut Moric Hausmarke Rot 2016

까브드맹 2020. 12. 25. 14:26

● 생산 지역 : 오스트리아 > 바인란트(Weinland) > 부르겐란트(Burgenland)

● 품종 : 쯔바이겔트(Zweigelt), 블라우프랑키쉬(Blaufränkisch), 피노 누아(Pinot Noir) 

● 등급 : Qualitätswein?

● 어울리는 음식 : 섬세한 소고기와 양고기 요리, 각종 돼지고기 요리, 쪽갈비, 닭고기, 미트 스튜, 미트 소스 파스타, 갈비찜, 불고기와 소갈비, 수프와 빵, 숙성 치즈 등

블라우프랑키쉬(Blaufränkisch) 와인의 최고점으로 평가받는 바인것 모릭(Weingut Moric)은 롤란드 베리히(Roland Velich)가 부르겐란트(Burgenland)에서 설립했습니다. 와인 세계가 국제 품종으로 획일화되는 걸 끔찍하게 여기는 롤란드 베리히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 품종인 불라우프랑키쉬를 제대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와인을 양조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롤란드 베리히는 그의 형제와 함께 와인을 만들면서 부르고뉴와 바롤로를 비롯한 전 세계의 뛰어난 와인들을 시음하며 최고급 와인의 잠재력을 느꼈습니다. 위대한 와인은 어디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하는지, 어떻게 양조하는지 집중적으로 연구한 롤란드 베리히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싶어 했죠. 그러한 바람을 충족시킬 수 있는 포도는 몇 종류뿐이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weinfurore.de/bilder/kk_dropper_uploads/moric.jpg)

롤란드 베리히는 헝가리와 국경을 맞댄 부르겐란트의 판노니안(Pannonian) 평원 지역의 기복이 심한 시골 마을을 탐사했고 마침내 덤불 형태로 방치된 오래된 블라우프랑키쉬 포도밭을 찾아냈죠. 

“이곳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와인 재배 지역 중 하나였습니다." 

"3, 4, 어쩌면 5세기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유명한 와인이 1921년까지 헝가리에 속했던 지역에서 생산되었죠." 

라고 롤란드는 말합니다. 

스스로 하드 코어라고 말하는 롤란드 베리히는 오래된 포도나무와 세심한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 포도 재배, 강박적인 포도 분류, 부르고뉴 방식과 매우 비슷한 전통적인 와인 양조법으로 와인을 만듭니다. 

포도밭은 부르겐란트 지역의 여러 포도밭에 흩어져 있으며 총면적은 25헥타르가량입니다. 가장 중요한 포도밭은 산기슭에 있는 네켄마르크트(Neckenmarkt) 포도밭과 평지에 있는 루츠만스부르크(Lutzmannsburg) 포도밭입니다. 네켄마르크트는 외덴부르거(Ödenburger) 산맥의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곳으로 변성 토양 위에서 45~80년 된 포도나무가 빽빽하게 심겨 있습니다. 반면 루츠만스부르크 포도밭은 더 따뜻하며 100년 이상 된 포도나무가 좁은 간격으로 자라고 있죠. 

포도나무의 95%는 블라우프랑키쉬이며 나머지 5%는 화이트 와인 용인 그뤼너 벨트리너(Grüner Veltliner)와 샤르도네(Chardonnay)입니다. 포도를 재배할 때 제초제와 살충제, 살균제, 화학비료는 절대 사용하지 않지만 유기능 인증을 신청하거나 레이블에 표시를 하는 것은 단호히 거부합니다.

25년간 와인을 만들면서 롤란드는 인공 배양 효모를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와인을 만들 때 아주 적은 양의 유황을 사용하며 절대로 청징(淸澄)을 하지 않죠. 그는 청징 과정이 와인, 특히 화이트 와인에서 많은 것을 파괴한다고 생각합니다. 

화이트 와인은 일부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일부는 새 오크통에서 양조합니다. 레드 와인은 오래된 오크통에서 양조하고 숙성합니다. 젖산 발효 과정은 때때로 1년 이상 걸리죠. 

이제 그의 레드 와인은 오스트리아 역사상 모든 비평가들이 가장 높게 평가한 와인이 되었죠. 롤란드는 와인은 예술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와인은 예술보다 더 오래되었고 완벽한 존재라고 말하죠. 

모릭의 하우스마크 2016은 부르겐란트의 여러 포도밭에서 기른 쯔바이겔트(Zweigelt)와 블라우프랑키쉬,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를 사용해서 만들었습니다. 

와인 프런트(Wine Front)에서 92점을 받았습니다. 지금부터 2024년까지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중간보다 조금 더 진한 루비색입니다. 블랙체리와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같은 검은 과일 항과 함께 구수한 흙과 쇠 냄새가 납니다. 가죽 같은 동물성 향도 있네요. 이윽고 미네랄과 말린 구기자 향이 퍼지고 과일 향은 점점 검붉은 쪽으로 바뀝니다. 나중엔 장미와 서양 자두, 프룬, 볶은 커피 향, 박하, 부드러운 견과류 같은 향을 번갈아 풍깁니다. 

부드럽고 포근합니다. 구조도 소프트하네요. 드라이하고 검은 과일의 산도가 알맞습니다. 그을린 나무가 검은 베리 종류 과일의 풍미가 어우러지고 구수한 흙과 동물성 풍미가 재미를 더해줍니다. 내추럴 와인에서 많이 느낄 수 있는 풍미가 있군요. 길게 이어지는 여운에선 검은 과일과 부엽토, 동물성 풍미, 숯 등의 복합적인 느낌이 남습니다. 

검은 과일의 산미와 부드럽고 푸근한 탄닌이 12.5%의 알코올과 알맞게 균형을 이룹니다. 2016 빈티지이지만 오래 숙성한 듯한 느낌이 들며 맛과 향이 기분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12월 17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