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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신세계의 달콤한 과일 풍미보다 구세계의 숙성된 느낌 - Weingut Heinrich Pinot Noir 2017

까브드맹 2020. 11. 14. 19:33

Weingut Heinrich Pinot Noir 2017

바인구트 하인리히(Weingut Heinrich)의 하인리히 피노 누아(Heinrich Pinot Noir) 2017은 오스트리아의 부르겐란트(Burgenland)에 있는 노이지들러 호(Neusiedlersee) DAC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오스트리아의 와인 등급

독일처럼 게르만 민족이 많이 살고 언어도 비슷하며 역사적으로도 얽히고설킨 오스트리아는 와인 법도 독일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더 복잡하죠. 그래서 오스트리아 와인을 처음 접하면 굉장히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일은 와인 초보뿐만 아니라 고수도 마찬가지인지 로버트 파커(Robert M. Parker Jr)조차 1999년에 오스트리아 와인의 레이블에 대해 "읽기 어렵고 혼란스럽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오스트리아 와인 레이블에 적힌 여러 표시가 복잡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오스트리아 정부는 EU에 가입한 후부터 그런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 오스트리아 와인 법은 세 가지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독일 와인 법에 기초한 전통적 등급 구분(National Classification)
  • 오직 바하우(Wachau)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바하우 등급 구분(Wachau Classification)
  • 지역 명칭 시스템인 DAC(Districtus Austriae Controllatus) 제도

세 가지 시스템 중 DAC 제도는 "디스트릭터스 아우스트리에 콘트롤라투스(Districtus Austriae Controllatus)"라는 라틴어로 영어로 바꾸면 "Controlled District of Austria", 즉 "오스트리아 통제 지역", 또는 "오스트리아의 지역을 통제하는"이라는 뜻이 됩니다. 프랑스의 AOC나 이탈리아의 DOC 제도와 비슷하죠. 지역 와인 위원회는 지역적 특성을 가진 와인을 심사해서 DAC 등급을 수여합니다. 현재 DAC 지역은 10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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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생산자

바인구트 하인리히는 오스트리아 동쪽의 노이지들러 DAC 지역에 있습니다. 소유주인 게르노(Gernot)와 하이케 하인리히(Heike Heinrich) 부부가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기른 포도로 만드는 레드 와인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와인 중 하나죠.

"와인을 통해 자연과 그 다양한 측면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목표인 하인리히 부부는 2006년에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도입했으며, 보다 튼튼하고 활력이 넘치며 서로 다른 부분이 합쳐진 포도밭을 만들려고 합니다.

와인을 만들 때에도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하며, 와인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몇 주, 또는 몇 년 동안의 시간이라고 생각하죠. 숙성 단계에서는 와인 특유의 아로마를 살리려고 한 번 이상 쓴 오크통을 사용하며, 와인을 발효할 때 생긴 효모의 잔해를 함께 넣습니다.

바인것 하인리히의 피노 누아 2017 역시 품종의 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양조했고, 500ℓ 캐스크(cask)에서 7개월간 숙성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Weingut Heinrich Pinot Noir 2017의 색

조금 연한 루비색입니다. 동물과 버섯, 마늘 쫑 향이 먼저 나오고 향신료 향과 검붉은 체리, 딸기 같은 과일 향이 이어집니다. 타임(thyme)과 송진, 철분 느낌도 있고, 나중에는 은은한 나무와 조금 마른 붉은 베리, 아니스(anise) 향도 올라오네요.

부드럽고 탄탄한 탄닌이 끝까지 매끈합니다. 무게와 밀도는 중간보다 조금 낮고 구조는 온순합니다. 매우 드라이하며 산미는 충분합니다. 동물과 버섯, 마늘 쫑 같은 숙성 풍미가 먼저 나오고, 이어지는 과일 풍미는 검붉은 베리 쪽입니다. 타임과 철분, 그을린 나무 느낌도 있습니다. 알코올 도수가 낮아서 다소 아쉽지만, 넉넉한 산미와 다양한 풍미, 포근하고 잘 짜인 구조가 와인에 충분한 기운을 줍니다. 여운은 길고 느낌도 좋습니다. 철분과 타임, 동물성 풍미를 남깁니다.

잘 숙성된 부드러운 탄닌과 복합적인 맛의 산미, 12%이지만 부족하진 않은 알코올이 좋은 균형을 이룹니다. 독특하고 편안한 와인으로 그냥 마셔도 좋고 음식과 함께 마시면 더욱 좋습니다. 오픈 후 한 잔 따르고 10분 후부터 재밌어지며 30분 정도 지나면 맛과 향이 충분히 열립니다.

 

 

개성 있고 마셔볼 만한 와인으로 신세계의 달콤한 과일 풍미보다 구세계의 숙성된 느낌이 강한 피노 누아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만족스러운 데일리 피노 누아 와인이 될 겁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고기 스튜, 레몬과 세이지를 사용한 로스트 치킨, 올리브, 양파, 토마토를 함께 넣는 카포나타(Caponata) 같은 채소볶음, 숙성 치즈 같은 발효 음식, 향신료를 많이 쓴 돼지고기 요리, 미트 소스와 크림 소스 파스타 등입니다.

로버트 파커의 와인 애드버킷에서 90점을 받았고, 와인 인슈지애스트에서 91점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11월 11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