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독일] 꼬리한 동물향이 느껴지던 - Duijn SD 2004

까브드맹 2010. 4. 26. 14:27

두인 SD 2004

1.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

처녀처럼 청순한 맛과 향이 나지만 야수처럼 광폭한 느낌과 냄새를 피우는 와인을 만드는 피노 누아는 부르고뉴 와인의 위대한 신화를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만들어 갈 포도입니다. 피노 누아로 제대로 된 와인을 만들기는 매우 힘들지만, 제대로 만들었을 때 피노 누아 와인만큼 매력적인 맛과 향을 보여주는 와인도 드뭅니다. 잘 만든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은 세 병 중 한 병꼴이지만, 그 한 병이 다른 별 볼 일 없는 두 병을 잊게 할 만큼 훌륭한 맛과 향을 가졌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죠. 그래서 전 세계 와이너리의 와인 생산자들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나면 가장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 피노 누아 와인입니다.

그러나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의 복잡하고 섬세한 맛과 향을 따라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때때로 떼루아를 훌륭하게 반영한 위대한 와인이 나와서 부르고뉴 와인을 누르며 인기를 끌지만, 그 와인에서 부르고뉴 와인의 맛과 향을 느끼기란 어려운 일이죠. 미국의 피노 누아는 미국의 피노 누아이며 뉴질랜드의 피노 누아는 뉴질랜드의 피노 누아이지, 아무리 노력해도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의 맛과 향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피노 누아는 자신이 자라는 곳의 떼루아를 뚜렷하게 반영하는 포도이기 때문이죠. 떼루아를 잘 드러내는 피노 누아 와인의 오묘한 맛과 향은 다른 포도로 만든 와인들과 다른 그 무엇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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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인 SD 2004

독일의 와인 생산자들도 큰 노력을 통해 독일의 떼루아를 충실히 반영한 멋진 피노 누아 와인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다행히 독일의 피노 누아 와인에는 피노 누아 와인의 기본적인 특징인 미녀와 야수 같은 이중성이 충실히 드러나며, 두인 SD 역시 그런 매력을 갖췄습니다.

독일 바덴(Baden)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 포도 100%로 만드는 QbA(Qualitatswein bestimmter Anbaugebiete : 콸리타츠바인 베슈팀터 안바우게비테) 와인인 두인 SD 2004의 첫 향은 꼬리꼬리한 동물의 노린내 비슷한 향입니다. 노린내 같은 향이 바닥에 깔리며 이윽고 붉고 작은 베리류의 향이 피어오릅니다. 이어서 상쾌한 향신료 향을 맡을 수 있는데, 언뜻 박하 같은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맛을 보면 중후한 느낌으로 와닿는데, 산도가 비교적 적고 단 풍미가 강한 편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슈패트부르군더 와인의 특징이랄 수 있는 꿀 같은 달콤한 향도 나옵니다.

꼬리한 동물 냄새와 베리류로 대표되는 과일 향, 거기에 향신료 내음과 달콤한 냄새까지 하나의 와인에서 맡을 수 있는 것은 피노 누아 와인을 자주 마시는 분은 종종 느낄 수 있는 일이지만, 피노 누아 와인을 처음 접하는 분에게는 신기한 경험일 겁니다. 이날 함께 시음회에 참석했던 지인도 맛과 향은 개인적으로 다르게 느꼈지만, 피노 누아의 이중적인 모습에는 상당히 놀라더군요. 앞으로도 피노 누아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좋은 와인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레어나 미디엄 레어로 잘 구운 소고기 스테이크, 비프 부르기뇽, 곱창이나 양 같은 내장 요리, 상큼한 소스를 얹은 닭요리 등과 함께 마시면 더욱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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