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그리스] 이탈리아 타우라시 와인과 비슷한 느낌의 그리스 와인 - Papaioannou Estate Old Vines 2010

까브드맹 2018. 4. 16. 08:00

파파이완누 에스테이트 올드 바인스 2010

파파이완누 에스테이트(Papaioannou Estate)의 올드 바인스(Old Vines) 2010은 그리스 서남부의 펠로폰네소스(Peloponnese) 반도에 있는 PDO 네메아(Nemea)에서 재배한 아기오르기티코(Agiorgitiko)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PDO 네메아

그리스 서남부의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있는 네메아 PDO는 온난한 지중해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조화를 이루고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입니다. 겨울은 평온하고 연중 강우량은 중간 수준이죠. 네메아의 포도밭 대부분은 밤과 낮의 일교차가 존재하고, 특히 여름에 차이가 심합니다. 해발 250~850m 사이에 있는 네메아의 지리적 환경은 매우 복잡하고 지형도 다양합니다. 가지치기에서 수확까지 포도밭의 많은 작업이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죠. 지역민들에게 포도 재배는 늘 사회적인 측면을 내포하며, 네메아의 포도밭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지역사회의 발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네메아 전 지역에서 1460년 당시 네메아의 지명에서 유래한 아기오르기티코(Agiorgitiko)라는 레드 와인용 포도를 재배합니다. 일반적으로 드라이 레드 와인으로 만들지만 스위트 와인도 만들 수 있죠. 깊은 색과 붉은 과일의 농밀하고 복합적인 향을 가진 아기오르기티코 레드 와인은 둥근 바디와 풍부한 고품질의 탄닌, 산뜻한 산미가 조화를 이루며 네메아에서 가장 고전적인 형태의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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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크 숙성을 하지 않고 수확 후 몇 개월 이내에 병에 담은 영(young)한 레드 와인도 있습니다. 네메아에선 10년 동안 이런 방식의 영한 와인을 생산해 왔으나 모든 네메아 와인은 반드시 오크 숙성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최근까지 PDO 등급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이루어지면서 오크 숙성을 하지 않은 네메아산 아기오르기티코 와인에게도 네메아 PDO 자격이 주어졌죠. 모든 아기오르기티코 와인이 1년간의 오크 숙성을 견딜 수 있진 않기에 개정된 규정은 와인 생산자들에게 결정적인 혜택을 줬습니다. 새 규정에 따라 와인 생산자들은 매력 넘치고 상업성이 뛰어나며 레이블에 유명한 "Nemea" PDO를 표시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볍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영한 네메아 와인은 중간 정도의 산도와 부드러운 탄닌, 붉은 과일의 산뜻한 향과 맛으로 아기오르기티코 포도가 가진 멋진 모습을 훌륭하게 보여줍니다.

높은 품질과 다양한 느낌을 주는 네메아 와인은 만든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마시는 것이 좋지만, 병에서 오랜 기간 보관한 후에 마셔도 좋습니다.

 

 

2. 와인 생산자

경험 많은 포도 재배자이면서 독학으로 와인 양조를 공부한 타나시스 파파이완누와 화학자이자 와인양조학자인 아들  조지 파파이완누가 만든 파파이완누 에스테이트는 그리스 남쪽의 유명한 와인 생산지인 네메아에 있습니다. 토착 품종인 아기오르기티코를 유기농으로 재배할 뿐만 아니라 말라구지아, 로디티스, 샤르도네, 쇼비뇽 블랑, 피노 누아, 까베르네 쇼비뇽, 쁘띠 베르도 같은 다양한 포도를 재배하죠. 네메아 지역의 선구자적인 와이너리로 오래된 단일 포도밭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포도로 만드는 '올드 바인스'와 '마이크로 클리마' 같은 최고급 와인을 생산합니다.

 

 

3. 와인 양조

그리스 북부의 대표적인 적포도가 시노마브로라면 남쪽의 대표적인 적포도는 아기오르기티코입니다. 파파이완누 에스테이트의 올드 바인스는 네메아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평균 수령 45년의 아기오르기티코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수확한 포도를 으깨서 10일 동안 색소와 탄닌을 추출하면서 알코올 발효합니다. 이때 산화를 막기 위한 이산화황은 사용하지 않는다는군요. 발효가 끝나면 알리에 숲의 참나무로 만든 새 오크통에서 18개월 숙성한 다음 병에 담고, 다시 병에서 12개월간 숙성한 후 출시합니다. 

검은 과일 향에 스파이시한 향과 풍미를 지녔고 탄닌은 두터우면서 부드럽지만, 후반에 강한 맛을 남겨줍니다. 원래 아기오르기티코는 좀 더 가볍고 붉은 과일의 풍미가 나오는 편이지만, 이 와인은 평균 수령 45년의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서인지 조금 진합니다. 이탈리아 남부의 타우라시(Taurasi) 와인과 스타일이 비슷하네요.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 양고기와 소고기 같은 붉은 육류, 케밥처럼 장시간 조리한 양고기, 그릴에 구운 돼지고기, 소고기 스튜 등과 잘 맞습니다.

2017년 7월 3일에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