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기초] 와인과 포도

까브드맹 2018. 3. 9. 22:47

와인과 포도

와인을 만들 때 포도 품종은 와인의 성격을 좌우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프랑스 와인의 경우 까베르네 쇼비뇽의 탄닌과 메를로의 풍부한 당분, 까베르네 프랑의 향 등이 어떻게 얽히고설키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하고, 피노 누아로 만든 와인이냐 시라로 만든 와인이냐에 따라 딸기 향과 동물성 향이 나기도 하며, 향신료 향이 나기도 하지요. 또한 포도가 얼마나 상처 없이 잘 익었냐에 따라 와인 맛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상처 없이 깨끗하게 잘 익은 포도로 만든 와인은 훌륭한 맛과 향, 탄탄하고 깔끔한 구조를 가지지만, 상처 입어 곯고 제대로 익지 않은 포도로 만든 와인은 맛이 잡스럽고 향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요리를 만들 때 재료 종류와 신선도가 제일 중요한 조건이듯 와인 역시 재료가 되는 품종과 포도의 익은 상태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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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AOC 규정이나 이탈리아의 DOC 규정을 보면 반드시 알코올 함량 몇 % 이상이라는 조건이 나옵니다. 이 조건이 붙는 것은 잘 익은 포도엔 당분이 충분히 들어있고, 양조하면 조건에 맞게 알코올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익지 않은 포도에는 덜 익은 만큼 당분이 적게 쌓이고, 이로 인해 아무리 발효해도 필요한 만큼 알코올이 생성되지 않습니다. 와인의 알코올은 효모가 당분을 먹고 탄산가스와 함께 내보내는 부산물이니까요. 그래서 모스까토 다스티(Moscato d'Asti) 같은 몇몇 와인을 제외하면 알코올 함량이 너무 적은 와인은 저급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포도알이 잘 익지 않으면 탄닌과 폴리페놀 같은 유기화합물이 포도 껍질에 적게 생길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와인 구조가 약화하여 볼품없는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와이너리에서는 포도를 수확한 후에 상처가 없고 잘 익은 것만 골라서 최고급 와인을 양조하는 데 쓰고, 다음 품질의 포도알을 모아 다음 등급의 와인을 만들며, 나머지 포도알은 가장 하급의 와인을 만들거나 증류주를 만드는 데 사용하죠.

이처럼 와인 양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포도는 기후나 토양의 성분, 밭의 위치에 따라 품질이 많이 좌우됩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포도밭 위치와 재배할 수 있는 품종에 관해 엄격한 규정을 마련해서 등급을 부여하며, 와인 양조에서도 일정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도록 통제를 합니다. 대신 까프랑스 정부는 까다로운 규정을 통과해서 만든 와인에 대해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원산지 명칭 통제)라는 등급을 부여해서 품질을 보증해주죠. AOC 규정은 2009년 8월 1일 제도 변경을 통해 조건이 더 강화되면서 AOP(Appellation d'Origine Protegee)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