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기초] 하우스 와인? 글래스 와인?

까브드맹 2007. 11. 27. 17:40

와인을 처음 접하게 될 때 혼동하게 되는 용어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하우스 와인과 글래스 와인이지요.

보통 레스토랑에 가서 하우스 와인을 달라고 하면 와인 잔에 와인이 따라져 나옵니다. 글래스 와인을 달라고 해도 역시 같은 와인이 와인 잔에 따라져 나오죠. 그래서 "하우스 와인 = 글래스 와인" 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위의 정의는 맞지 않는 것입니다.

1. 하우스 와인(House Wine)이란 무엇인가?

하우스 와인 레이블이 붙은 와인 병 사진
(이미지 출처 : https://originalhousewine.com/sites/default/files/OurHouseIsYourHouse_Image.jpg)

하우스 와인은 "식당이나 집안에서 자기네의 대표로서 내놓은 와인"입니다. 즉, 그 식당의 음식 특성, 그 식당이 위치한 지역적 특성, 마을의 특성, 전통, 사장의 개인 취향, 식당 분위기, 시장성, 이익성 등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그 식당의 대표적 와인으로 내놓는 것이지요.

원래 유럽이나 동양이나 오래된 지역이나 가문에서는 자기들만의 독특한 술을 만들어왔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가용주(家用酒)라 하여 이름 있는 집안에서는 집안 고유의 술을 빚어왔지요. 문경 대하리 주변 지역에 모여 살고 있는 장수황씨(長水黃氏) 소윤공파 집안에서 가용주 겸 접대용 술로 쓰던 호산춘(湖山春) 같은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이지요.

호산춘 사진

또 그 지역의 독특한 술 - 포천 막걸리, 경주 교동 법주 같은 것 - 들도 있어왔지요.

유럽의 경우에는 각 귀족 가문이나 수도원마다 포도원이 있었고, 여기서 수확된 포도로 고유의 와인을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접대하거나 집안 행사시에 사용해 왔습니다. 지금도 유럽의 지방으로 가면 외부로 판매되지 않고 그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독특하고 우수한 와인들이 많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하우스 와인인 겁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레스토랑들은 자기네 포도원을 갖고 있지 않겠지요? 그래서 시중에 나오는 와인들 중 자기네 음식이나 분위기에 맞는 와인을 선정하여 하우스 와인으로 사용하는 겁니다. 이런 경우 한가지만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일정 기간을 정해서 다른 것으로 바꾼다던가 새로운 좋은 와인이 나올 경우 바꿀 수도 있고 가격 대비 가장 이익이 좋은 와인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와인들을 병으로 팔거나 잔으로도 파는 겁니다. 유럽의 유명 레스토랑에서는 와이너리에 특별히 주문 생산한 와인을 사용한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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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래스 와인(Glass Wine)

글래스 와인이란 글자 그대로 "한 잔 단위 분량으로 파는 와인"입니다.

글라스 와인 예시 사진

원래 와인은 소주처럼 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술은 아닙니다. 요리와 곁들여 음식처럼 마시고, 또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마시는 술이죠. 예로부터 그리스나 로마 등지에서 와인에 물을 섞어서 마셨고, 또 물을 섞는 비율도 장소나 모임의 성격에 따라 각각 달랐던 것이 이를 말해줍니다. 그래서 유럽 사람들은 식사를 할 때 반드시 와인을 곁들여서 먹는 것이 그들의 음식문화입니다. 우리나라의 반주나 국 개념인거죠.

그런데 와인은 일단 오픈을 하고 나면 공기와 접촉하면서 급속도로 산화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2~3일이 지나면 대부분의 와인이 그 맛이 변하게 되어 마시기 곤란하게 되죠. 옛날에 유럽에서는 이런 와인들을 모아다가 물과 섞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음료수 대용으로 지급해줬다고 하는데, 오늘날 레스토랑에서 그런 일을 했다간 당장 신문에 실리겠죠? ^^. 그래서 일반인들의 입맛에 가장 무난하고, 설령 한 잔만 사용하고 나머지를 버리더라도 아깝지 않으며, 대외적으로도 레스토랑의 품격에 떨어지지 않는 와인을 사용하여 한 잔 단위로 판매를 하는 것입니다.

 

 

만약 레스토랑이 저렴한 요리를 내놓는 곳이라면 글래스 와인으로 저가이면서 품질이 무난한 것을 내놓을 것이고, 비싼 요리를 내놓는 곳이라면 상대적으로 비싸면서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글래스 와인으로 내놓을 것입니다. 또는 여러 종류의 와인을 구비하여 음식의 가격이나 손님의 취향에 따라 잔 단위로 팔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부분 하우스 와인을 글래스 와인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네 레스토랑에서 가장 적당한 와인(고가가 아니라)으로 내놓는 것이니 만큼 품질에 자신감이 있고, 또 그만큼 많이 권하니 한 병 따서 한 잔만 사용하고 버릴 일이 적기 때문이겠죠. 이 부분 때문에 '하우스 와인 = 글래스 와인' 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생긴 것 같습니다.

하우스 와인과 글래스 와인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같아도 엄밀하게 따지자면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다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