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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유럽과 뉴 월드의 블렌딩 와인

까브드맹 2018. 3. 15. 07:53

1. 유럽 와인

유럽 와인은 여러 종류의 포도를 혼합해서 만드는 일이 많습니다.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를 주축으로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말벡(Malbec)을 섞는 보르도 지역과 그르나슈(Grenache)와 시라(Syrah)를 중심으로 다양한 품종을 혼합해서 만드는 남부 론(Southern Rhone) 지역은 블렌딩 와인의 대표지입니다. 

샴페인도 피노 누아(Pinot Noir), 샤르도네(Chardonnay), 피노 므니에(Pinot Meunier)의 세 포도를 섞어서 만듭니다. 만약 샤르도네 한 종류로만 만들면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이라는 표시를 붙여주며, 피노 누아와 피노 므니에를 함께 사용하거나 하나만 사용하면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 같은 표시를 해주죠.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중 하나만 사용해서 레드와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부르고뉴 지역도 등급이 낮은 와인 중에 가메(Gamay)나 기타 품종을 섞어서 만드는 와인이 있습니다. 빠스 투 그랑(Passe-tout-Grains)과 그랑 오디네르(Grand Ordinire) 같은 부르고뉴 와인이 피노 누아와 가메를 혼합해서 만드는 와인이죠.

프랑스 와인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끼안티 와인도 주요 품종으로 산지오베제(Sangiovese)를 쓰지만, 맛을 좀 더 부드럽게 하고 신선한 느낌을 더해주려고 다른 적포도나 청포도를 섞기도 합니다. 이처럼 유럽의 와인은 여러 품종을 섞어서 만드는 블렌딩 와인 생산지가 상당히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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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뉴 월드 와인

반면 뉴 월드 와인은 하나의 품종만 사용해서 와인을 만드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뉴 월드 와인은 대부분 레이블에 와인 양조에 사용한 품종의 이름이 적혀있고, 소비자들은 자기 취향에 맞는 품종을 쉽게 골라서 마실 수 있죠. 하지만 뉴 월드에도 여러 포도를 섞어서 만드는 와인이 있습니다. 호주에선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혼합하거나 까베르네 소비뇽과 쉬라즈(Shiraz)를 섞어서 만든 와인을 진작부터 만들어서 판매했고, 칠레에서도 점차 블렌딩 와인의 종류가 늘고 있습니다.

뉴 월드 블렌딩 와인의 특징이라면 전통적인 혼합 공식을 따르지 않고 다양한 실험을 거쳐서 파격적인 블렌딩 와인을 만든다는 겁니다. 까베르네 소비뇽와 메를로, 시라, 그르나슈처럼 프랑스에서 블렌딩 와인을 만들 때 중심이 되는 포도가 아니라 까베르네 프랑, 말벡, 쁘띠 베르도, 까르메네르처럼 그동안 조연에 머물렀던 품종을 주역으로 내세운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어떤 와인은 향과 맛이 조잡하지만, 유럽의 블렌딩 와인과 다른 독특한 스타일의 멋진 와인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처럼 전통과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상상력과 실험 정신을 바탕으로 만드는 뉴 월드의 블렌딩 와인은 새롭고 자유로운 형태로 와인 세계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라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