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수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술, 와인.

까브드맹 2018. 3. 15. 18:00

리플 로나이 조제프 작품인 레드 와인을 마시는 아버지와 삼촌
(Jozsef Rippl Ronai (1861-1927) 작, Father and Uncle Piacsek Drinking Red Wine, 1907)

와인은 참 개성이 다양한 술입니다. 마셔보면 여자가 떠오르는 것도 있고 남자가 떠오르는 것도 있으며 때로는 소녀, 때로는 아저씨가 연상되는 와인이 있죠. 같은 까베르네 쇼비뇽 포도로 만들어도 프랑스에서 만든 와인과 이탈리아에서 만든 와인과 칠레에서 만든 와인이 모두 느낌이 다릅니다. 왜 와인에는 이처럼 다양한 개성이 나타나는 걸까요? 포도는 토양과 기후의 특성을 매우 잘 반영하는 식물입니다. 같은 품종을 심어도 토양과 일조량, 강우량 등등 포도나무를 둘러싼 주위 환경의 영향에 따라 맛과 향이 미묘하게 달라지죠. 맛과 향이 다른 포도로 만드는 와인도 당연히 다른 맛과 향을 내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포도나무 주위에서 포도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포도로 만드는 와인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떼루아(Terroir)라고 합니다. 개성 있는 좋은 와인일수록 훌륭한 떼루아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떼루아의 영향 아래 자란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그 안에는 하늘과 땅이 부여한 개성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양조 과정에서 생산자의 철학에 따라 와인은 사람이 부여한 개성도 받습니다. 어느 정도 익었을 때 수확할 것인가? 수확한 포도 중에서 잘 익은 것을 골라 어느 정도 사용할 것인가? 며칠간 발효할 것인가? 스테인리스 스틸 통에서 발효할 것인가 아니면 콘크리트조에서 발효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오크통을 쓸 것인가? 오크통에서 숙성할 때 새 오크와 중고 오크의 비율은 각각 얼마로 할 것인가? 몇 개월간 숙성할 것인가? 정제와 여과를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등등… 다양한 와인 양조 방법 중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와인은 제각각 개성을 갖고 시장에 나오게 됩니다. 그 안에는 떼루아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와인도 있고, 생산자의 철학과 고집을 느낄 수 있는 와인도 있으며, 시장의 유행을 충실히 반영한 와인도 있죠.

이렇게 탄생한 와인의 다양한 맛과 향을 마셔보고 느끼면서 우리는 와인의 다양성에 놀라고 그 무궁무진한 세계에 흥미를 갖게 됩니다. 저 드넓은 와인의 세계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 그것은 와인 애호가에게 대단한 즐거움이죠. 뭐...때로는 그 엄청난 와인 종류에 질리기도 하고 골치 아파하기도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