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수다] 와인의 호불호

까브드맹 2018. 3. 15. 20:00

다양한 레드 와인들

● 다양한 입맛과 와인의 호불호

와인을 마시다 보면 사람의 입맛이 참 다양하다는 걸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제가 좋다고 느낀 와인을 다른 사람은 별로라고 생각하고, 반대로 다른 사람이 좋다는 와인을 저는 그저 그렇다고 느끼는 일이 있죠. 물론 많은 사람에게 호응을 얻는 와인이 있습니다. 그랑 크뤼(Grand Cru)라고 부르는 프랑스의 최고급 와인은 너무 어릴 때 마시지만 않는다면 와인을 많이 마셔본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누구나 좋다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는 힘을 가졌습니다. 느끼는 감동은 다를지언정 누구나 좋은 와인이라고 인정하기 마련이죠. 이런 와인에 들어가는 포도 품종을 살펴보면 이른바 글로벌 품종이라고 부르는 것이 많습니다. 와인을 접하다 보면 자주 보고 듣고 마시게 되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쉬라즈(Shiraz), 피노 누아(Pinot Noir), 샤르도네(Chardonnay) 같은 포도가 그런 품종이죠.

그런데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나 산지오베제(Sangiovese), 그르나슈(Grenache)로 넘어가기만 해도 선호도가 슬슬 나누어지기 시작합니다. 소비뇽 블랑이나 산지오베제는 산도가 강한데 우리나라 사람은 신맛이 강한 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그르나슈는 맛과 향에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까리냥(Carignan), 트레비아노(Trebbiano), 피노타쥬(Pinotage),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가르가네가(Garganega), 돌체토(Dolcetto), 모나스트렐(Monastrell) 같은 마이너 품종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의 선호도는 뚜렷하게 나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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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트레비아노나 가르가네가 포도로 만들어서 산뜻한 산도를 가졌지만 바디는 가벼운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반대로 모나스트렐의 풍부하고 뻑뻑하기조차 한 탄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에게 모나스트렐은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품종이었습니다. 최근 5년 사이에 후미야(Jumilla) 지역의 세련된 모나스트렐 와인을 마셔보면서 좋아하게 된 것이죠.

이렇게 하나의 와인을 두고도 호불호가 갈라질 수 있으므로 누구의 입맛에 맞는다고 해서 내 입에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반대일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죠. 누군가 맛있다고 한 와인이 내 입에는 별로라도, 내 입에 맛있는 와인이 다른 사람에겐 별 반응이 없더라도 의아해하거나 실망할 필요 없습니다. 내가 마실 땐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고르고, 상대방에게 대접할 땐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와인을 권하면 되는 거죠. 네? 상대방이 어떤 와인을 좋아하는지 모른다고요? 모르면 상대방에게 물어보세요. 어떤 지역의 와인을 좋아하는지, 어떤 품종을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것은 실례가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