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편하고 즐겁게 마시자! - VOGA Sparkling NV

까브드맹 2012. 10. 24. 06:00

보가 스파클링 NV

보가 스파클링(VOGA Sparkling) NV는 이탈리아 북부의 트렌티노-알토 아디제(Trentino Alto-Adige) 주에서 재배한 샤르도네(Chardonnay) 포도 80%에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포도 20%를 사용해서 만드는 비노 다 따볼라(Vino da Tavola) 등급의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1. 와인 이름과 레이블 표시

예전과 달리 요즘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와인바에서 와인을 주문하거나, 와인샵에서 와인을 구매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소믈리에가 주문한 와인을 가져왔을 때, 샵의 매니저가 추천하는 와인을 보여줄 때 우리 눈에 제일 먼저 띄는 건 익숙지 않은 외국어가 가득 적힌 와인 레이블입니다. 와인 레이블의 글자를 읽는 것이야 어렵지 않겠죠. 그런데 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요?

와인이라고 하면 어려운 술, 복잡한 술, 공부가 필요한 술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와인을 꺼리는 분도 많고, 관심이 있어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분도 많죠. 결국은 술인 와인을 편하게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일 겁니다. 외국에서 온 술이라는 점도 있고, 굉장히 종류가 많다는 점도 있겠죠. 하지만 무엇보다 와인을 어렵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낯설고 긴 데다 외국의 지명이 들어간 와인 이름이 많다는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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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이름과 레이블에 지명이 들어가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20세기 초반에 필록세라의 침입과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유럽 와인업계가 어지러웠을 때, 악덕업자들이 만든 싸구려 저질 와인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려고 프랑스가 국가 차원에서 마련한 지역명칭에 의한 통제법(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olée)을 들 수 있습니다.

프랑스가 만든 AOC 법에선 레이블에 와인에 들어간 포도의 생산지를 비롯해 와인 품질을 알아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를 표기하도록 했죠. 이러한 조치는 와인 품질을 보증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한 병의 와인을 살 때도 너무 많은 것을 살펴봐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유럽 각지의 지명과 단어 뜻을 알지 못하는 비유럽권 소비자에게는 굉장히 어렵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조치였죠.

 

 

또 하나는 유명한 생산지의 와인이란 걸 나타내려고 와인 이름에 지역 명칭을 넣는 경우입니다. 바롤로(Barolo ) 와인들은 모두 이탈리아 북서부의 바롤로 마을에서 나오기 때문에 바롤로이며, 옆의 마을인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에서 나오는 와인들은 바르바레스코라고 부릅니다. 마찬가지로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샤블리(Chablis)에서 나오는 화이트 와인은 모두 샤블리, 뫼르소(Meursault) 마을에서 나오는 화이트 와인은 모두 뫼르소라고 부르죠.

물론 세부적인 이름은 다릅니다만, 통칭(通稱)으로 부르거나 이름의 앞부분만 언급할 땐 이 와인이나 저 와인이나 모두 같은 이름이 되므로 굉장히 헷갈릴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와인 샵에 가서 메독 와인을 달랬더니 매니저가 와인을 10개나 보여주더라는 웃기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유럽 와인은 매우 어렵게 느껴지지만, 구태여 지명을 사용하지 않고 회사명이나 제품명을 내세우는 신세계 와인은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집니다. 이런 면은 판매에도 영향을 미쳐서 대중 와인 시장에서 신세계 와인이 약진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2. 보가(VOGA) 와인

제가 보기에 보가의 콘셉트는 "세련되고 알아보기 쉬운 와인"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대담하고 세련된 병 디자인, 이름과 포도 품종 정도만 적혀 있는 단순한 레이블, 별로 복합적이진 않지만 누구나 맛있게 느낄 만한 맛과 향을 갖춰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마시기에 부담 없는 와인이죠. 그래서 와인을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분위기는 즐기고 싶은 분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제품이랄 수 있습니다. 또한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아 구매하기 어렵지 않은 것도 장점 중 하나이죠.

현재 수입된 보가 와인은 모두 다섯 종류입니다. 보가 스파클링, 보가 모스까토(VOGA Moscato) 같은 스파클링 와인 두 종류, 화이트 와인인 보가 피노 그리지오(VOGA Pinot Grigio), 석류 주스처럼 예쁜 색을 지닌 보가 로사(VOGA Rosa), 마지막으로 메를로(Merlot),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쉬라즈(Shiraz), 피노 누아(Pinot Noir) 네 종류의 포도를 섞어서 만든 레드 와인인 보가 콰트로(Quattro)가 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보가 스파클링(VOGA Sparkling) NV는 샴페인(Champagne)이나 까바(Cava)를 만드는 전통 방식으로 생산하지 않고, 샤르마(Chamat)라고도 부르는 밀폐탱크 발효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방식을 쓰면 거품은 섬세하게 나오진 않지만, 과일 향이 좀 더 강하게 나오게 되죠. 포도 재배지인 트렌티노 알토 아디제에 관한 정보는 하단의 링크 글을 참조하세요.

연한 레몬색이며 거품의 지름은 다소 커서 약 2~3㎜ 정도입니다. 푸른 사과 계열의 싱그러운 과일과 풋풋한 풀 내음 같은 식물성 향이 납니다. 이스트 향도 연하게 풍기네요. 전체적으로 복합적이지 않고 단순하지만, 경쾌한 느낌이 듭니다.

구조는 얇고 날카로운 느낌이 듭니다. 거품의 느낌은 다소 거칠군요. 달지 않고 드라이하며 산도는 약간 거칩니다. 첫 느낌은 강렬하나, 길게 이어지진 않습니다. 푸른 사과처럼 싱그럽고 풋풋한 과일과 식물성 풍미, 미네랄 느낌이 어우러졌습니다. 복합적이지 않고 단순하지만, 이런 부분이 의외로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여운은 조금 길지만, 느낌은 평범합니다.

 

 

드라이한 맛과 산미, 거품의 힘, 알코올의 균형이 좋은 편입니다. 한마디로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저 편하게 마시면 되는 스파클링 와인이랄 수 있죠. 두드러진 장점이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조개 요리, 게와 바닷가재 같은 갑각류 요리와 잘 맞고 햄, 치즈, 크래커, 올리브, 카나페 등 간단한 안주도 좋습니다. 물론 와인만 마셔도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2년 8월 10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