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음회&강좌

[시음회] 9종의 와인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다양한 맛과 향의 경연 - 부르고뉴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시음회

까브드맹 2011. 9. 24. 06:00

시음회에 나온 부르고뉴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1. 부르고뉴 와인 시음회

지난 9월 22일 강남 도곡동의 한 베이커리에서 부르고뉴 와인 시음회가 있었습니다. 저도 WSET 과정을 배울 때 선생님이셨던 분의 초청으로 시음회에 참석했죠. 오후 7시부터 진행된 시음회는 10시경에 끝났습니다. 샴페인 1종과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 3종, 부르고뉴 레드 와인 5종. 이렇게 모두 9종 와인을 시음했죠. 낮은 등급의 와인부터 상당히 고가의 와인까지 다양하게 나왔고, 각각 다른 꼬뮌(Commune)에서 생산한 와인의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이 시음회를 주최하신 분은 국내 대기업에서 고문 업무를 하셨던 분인데, 평소에 와인에 관심이 많았고 오랫동안 와인을 즐기시다가 이번에 아예 와인을 수입하고 판매하실 생각이라더군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경기가 안 좋은 시점에 새롭게 시작하시는 와인 사업이 잘될지 걱정이지만, 아무쪼록 성공하셔서 본인의 뜻도 이루고 와인 문화의 국내 보급에 일익을 담당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반응형

 

이번 포스트는 그날 시음했던 와인을 살펴보고 제가 느꼈던 감상을 간단히 적는 것으로 끝내려 합니다. 개별 와인에 관한 상세한 정보와 세부적인 평가는 나중에 별도의 포스트로 올리겠습니다.

에구찌(Eguchi) 파티세리
(시음회 장소였던 에구찌(Eguchi) 파티세리입니다. 유명한 빵집이며 가맹점도 몇 군데 있는 것 같습니다. 빵을 먹어보지 못했으므로 맛에 대한 언급은 통과~)

시음회에 참석하신 분은 주최 측을 포함해 모두 열다섯 분이었습니다. 와인 업계에서 일하는 분도 계셨지만, 여행사와 외국계 대기업, 국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분, 교수님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영역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와인을 사랑하신다는 것!

2. 시음 와인과 간단한 시음기

시음한 레드 와인

이날 시음한 레드 와인들입니다. 생산 마을이 전부 다르죠. 이 시간에 화이트 와인은 냉장실 안에 있었습니다.

0) 샴페인 드 수자 에 피스 레제르브 블랑 드 블랑 브뤼(Champagne De Sousa et Fils Reserve Blanc de Blancs Brut) NV

Champagne De Sousa et Fils Reserve Blanc de Blancs Brut NV

본격적인 시음 전에 서로 인사하고 친목을 다지는 자리에는 으레 스파클링 와인이 나오죠. 이날의 스파클링은 샴페인 드 수자 에 피스 레제르브 블랑 드 블랑 브뤼 NV였습니다. 오로지 청포도인 샤르도네(Chardonnay)만 사용했는데도 상당히 묵직한 풀 바디 샴페인이었습니다. 모과와 잘 익은 사과 향이 났고 뒤에 나오는 구수한 빵 내음도 좋았습니다.

 

 

식전주에 이어 냉장실에 보관했던 화이트 와인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본격적인 시음회가 진행되었죠. 모두 3종의 화이트 와인이 나왔습니다.

시음한 화이트 와인

잔에 담긴 와인 양에 차이가 있지만, 색상이 조금씩 다른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제일 왼쪽부터 일반 부르고뉴 블랑, 뫼르쏘(Meursault), 샤사뉴-몽라셰(Chassagne-Montrachet)이고 마지막 샴페인 잔에 담긴 것은 드 수자 에 피스(De Sousa et Fils)의 샴페인입니다.

1) 실바인 뒤쏘르 부르고뉴 블랑 뀌베 데 오르메(Sylvain Dussort Bourgogne Blanc Cuvee des Ormes) 2009

Sylvain Dussort Bourgogne Blanc Cuvee des Ormes 2009

처음 시음한 화이트 와인은 실바인 뒤쏘르 부르고뉴 블랑 뀌베 데 오르메 2009입니다. 배와 레몬, 약한 사과 향이 나오고 단순하지만 깨끗하고 균형 잡힌 맛을 보여줬습니다.

2) 도멘 장-필립 퓌세 뫼르쏘 레 슈발리에르(Domaine Jean-Philippe Fichet Meursault Les Chevalieres) 2009

Meursault Les Chevalieres Domaine Jean-Philippe Fichet 2009

다음은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의 명산지인 뫼르쏘에서 만든 도멘 장-필립 퓌세 뫼르쏘 레 슈발리에르 2009입니다. 예전에 마셨던 뫼르쏘에보다 산도가 강한 것이 인상 깊더군요. 과일 향도 나오지만, 구운 헤이즐넛 같은 고소한 견과류 향이 더 강했습니다. 그래도 오렌지 기름 향이 풍겨서 뫼르쏘다운 공통적인 특성을 보여줬습니다.

3) 도멘 뱅상 에 소피 모레 샤사뉴-몽라셰 프르미에 크뤼 레 장브라제(Domaine Vincent et Sophie Morey Chassagne-Montrachet 1er Cru Les Embrazees) 2007

Domaine Morey et Sophie Chassagne-Montrachet 1er Cru Les Embrazees 2007

마지막 화이트 와인은 부르고뉴 최고의 화이트 와인 생산지 중 하나인 샤사뉴-몽라셰 마을의 도멘 뱅상 에 소피 모레 샤사뉴-몽라셰 프르미에 크뤼 레 장브라제 2007였습니다. 조금 무거웠지만, 모과와 농익은 사과 같은 과일 향과 구운 견과류의 부드럽고 고소한 향이 좋았습니다. 복합적이나 다소 견고한 맛은 더 오래 숙성한 후에 코르크를 땄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줬습니다.

 

 

세 종류의 와인 중에서 최고의 와인은 샤사뉴-몽라셰라고 보지만, 개인적으로 한 번 더 마셔보고 싶은 와인은 뫼르쏘였습니다.

시음용 레드 와인의 모습

다음은 다섯 종의 레드 와인 차례였습니다. 왼쪽부터 차례로 오-꼬뜨 드 뉘(Hautes-Cotes de Nuits), 꼭똥(Corton), 모레-생-드니(Morey Saint-Denis), 볼네-상트노(Volnay-Santenots), 본-로마네(Vosne-Romanee)에서 만든 와인입니다.

4) 도멘 안네 그로 부르고뉴 오-꼬뜨 드 뉘(Domaine Anne Gros Bourgogne Hautes-Cotes de Nuits) 2008

Domaine Anne Gros Bourgogne Hautes-Cotes de Nuits 2008

첫 번째 레드 와인은 도멘 안네 그로 부르고뉴 오-꼬뜨 드 뉘 2008입니다. 색이 아주 예쁜 와인으로 풋 익은 자두에서 맛볼 수 있는 새콤한 신맛이 인상적입니다. 신맛을 좋아하냐 아니냐에 따라 호불호가 명백히 갈릴 와인이라고 봅니다.

5) 도멘 톨로-보 꼭똥 그랑 크뤼(Domaine Tollot-Beaut Corton Grand Cru) 2009 

Domaine Tollot-Beaut Corton Grand Cru 2009

두 번째 레드 와인은 도멘 톨로-보 꼭똥 그랑 크뤼 2009입니다. 진한 과일 향과 상쾌한 송진 냄새가 섞인 나무 향이 매력적인 와인으로 진하고 복합적이며 중후한 맛이 납니다. 여운도 좋고 각 요소의 균형도 좋더군요.

 

 

6) 도멘 두작 모레-생-드니(Domaine Dujac Morey Saint-Denis) 2007

Domaine Dujac Morey Saint-Denis 2007

이날 제일 기억에 남은 와인인 도멘 두작 모레-생-드니 2007입니다. 버섯과 계피, 삼나무가 뒤엉킨 듯 달콤하고 톡 쏘는 매력적인 향이 일품이고, 비단처럼 부드럽고 탄탄한 질감도 좋았습니다. 참고로 모레-생-드니 마을의 와인 중에는 색이 옅은 것이 많습니다.

왼쪽이 모레-생-드니, 오른쪽이 본-로마네 와인

왼쪽이 모레-생-드니, 오른쪽이 본-로마네입니다. 단지 양이 적어서 색이 옅은 게 아니고 원래 옅습니다. 아래 사진은 2010년의 부르고뉴 와인 시음회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번엔 왼쪽이 도멘 장 쇼브네(Domaine Jean Chauvenet)의 본-로마네, 오른쪽이 도멘 조르쥬 리니에르 에 피스(Domaine Georges Lignier et Fils)의 모레-생-드니 입니다.

왼쪽이 도멘 장 쇼브네의 본-로마네, 오른쪽이 도멘 조르쥬 리니에르 에 피스의 모레-생-드니

모레-생-드니가 양이 더 많은데도 확실히 색이 옅죠?

7) 도멘 자끄 프리에 볼네-상트노 프르미에 크뤼(Domaine Jacques Prieur Volnay-Santenots 1er Cru) 2007

Domaine Jacques Prieur Volnay-Santenots 1er Cru 2007

네 번째 레드 와인은 도멘 자끄 프리에 볼네-상트노 프르미에 크뤼 2007이었습니다. 붉은 과일과 오크 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드라이하지만 둥글고 기분 좋은 산미와 오크 풍미가 매력적입니다. 딱 맛있다는 느낌이 드는 와인입니다.

8) 도멘 필립 샤를로팽-빠리조 본-로마네(Domaine Philippe Charlopin-Parizot Vosne-Romanee) 2006

Domaine Philippe Charlopin-Parizot Vosne-Romanee 2006

마지막 레드 와인으로 도멘 필립 샤를로팽-빠리조 본-로마네 2006이 나왔습니다. 붉은 과일 향과 함께 동물적이고 광물적인 냄새가 함께 나오더군요. 나중에 가서는 연어와 함께 먹는 케이퍼(Caper) 향이 나오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부드럽고 균형 잡힌 질감과 잘 짜인 구조감, 미네랄 느낌이 있는 맛도 좋았습니다.

모두 다섯 종을 시음한 레드 와인 중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꼭똥과 볼네-상트노였지만, 개인적으로 다시 한번 마셔보고 싶은 와인은 모레-생-드니였습니다. 향이 아주 독특했거든요. 어렸을 때 먹었던 얇은 필름처럼 생긴 불량식품(?)에서 풍겼던 향이랄까요? 아무튼, 그것과 비슷한 향을 맡을 수 있었습니다.

 

 

3. 기타

마지막으로 시음하는 중간중간 안주로 먹었던 카나페 사진입니다.

안주로 먹은 까나페

왼쪽부터 차례로 푸아그라와 연어, 방울토마토, 치즈 카나페입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부르고뉴 와인은 레드도 화이트도 어류와 육류에 잘 맞아서 어떤 것을 함께 먹든 다 맛있더군요.

시음이 끝난 후에 식사하면서 참석자들과 국내 와인 문화에 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는데, 우리나라 사람의 음주 습관과 와인 특성에 관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직선적이고 성질 급한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시간이 지나야 제맛을 보여주는 프랑스 와인보다 바로 마셔도 맛있는 이탈리아와 칠레 와인이 역시 가장 인기가 좋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시음회는 10시경에 끝났고 사람들은 흩어졌지만, 저는 몇몇 사람과 함께 와인 한 잔 더하고 맥주까지 마신 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저렴한 비용에 다양하고 훌륭한 부르고뉴 와인을 마실 수 있어서 기분 좋았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