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주산 와인
호주(Australia)는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함께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는 신세계 국가 중 하나입니다. 프랑스 론(Rhone) 지역에서 주로 재배했던 시라(Syrah) 포도는 호주에서 쉬라즈(Shiraz)라 불리며 성공리에 이식(移植)되었고, 호주에서는 쉬라즈로 매우 뛰어난 와인을 생산합니다. 이제는 쉬라즈란 이름이 시라보다 더 알려져서 칠레와 미국뿐만 아니라 남부 프랑스에서도 레이블에 시라 대신 쉬라즈를 표기할 정도이죠.
호주에선 쉬라즈뿐만 아니라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같은 적포도와 쎄미용(Semillon), 샤르도네(Chardonnay), 리슬링(Riesling) 같은 청포도로도 뛰어난 와인을 많이 생산합니다. 해마다 미국의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지에서 "올해의 100대 와인"을 선정할 때 호주 와인도 많이 들어가며, 특히 10대 와인에는 빠짐없이 들어가곤 합니다. 2010년 100대 와인에도 호주의 투 핸즈 쉬라즈 바로사 밸리 벨라스 가든(Two Hands Shiraz Barossa Valley Bella’s Garden) 2008과 칠드 쉬라즈 바로사(Schild Shiraz Barossa) 2008이 각각 2위와 7위로 선정되었습니다.
호주 와인의 품질이 뛰어난 이유에는 기후와 토양과 와인 생산자의 노력이 당연히 들어가지만,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양조 방법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쉬라즈는 유럽에선 단일 품종으로 양조하거나 탄닌과 색소가 적은 그르나슈(Grenache)와 혼합하지만, 호주에서는 비슷한 특성을 가진 까베르네 소비뇽과 섞어서 와인을 만들기도 합니다. 또 유럽에선 전통적으로 샤르도네는 단일 품종으로, 쎄미용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과 혼합해서 와인을 만들어 왔지만, 호주에선 두 포도를 섞어서 만드는 와인도 있습니다. 이렇게 전통 방식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시도는 종종 실패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형태의 새롭고 멋진 와인을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최근 십몇 년 사이에 호주에서 빠르게 퍼진 새로운 와인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레드 와인용 포도인 쉬라즈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이죠.
2. 호주산 쉬라즈 스파클링 와인
샴페인(Champagne)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스파클링 와인은 오랫동안 화이트(White)나 로제(Rose) 형태로 생산해 왔습니다. 가볍고 산도가 강한 화이트 와인이나 로제 와인이 거품과 함께 입안을 산뜻하고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스파클링 와인에 알맞다고 여겨왔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적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Pinot Noir)나 피노 므니에(Pinot Meunier) 조차 레드 와인이 아닌 화이트 와인으로 양조하는 것이죠. 만약 까베르네 소비뇽 같은 적포도로 레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면 그 안의 탄닌과 묵직한 무게감이 거품과 부조화를 일으켜서 입안에 청량한 느낌 대신 떫은맛만 남겨줄 겁니다.
하지만 호주의 와인 생산자들은 "스파클링 와인은 레드 와인 형태로는 맞지 않는다"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쉬라즈 포도를 사용해서 레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었고, 성공했습니다. 물론 유럽에서도 브라케토 다퀴(Brachetto d'Acqui)처럼 적포도로 '세미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긴 하지만, 쉬라즈처럼 탄닌이 강한 적포도로 본격적인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어서 성공한 것은 호주가 처음입니다. 쉬라즈나 다른 적포도 품종으로 만드는 호주산 레드 스파클링 와인은 비록 샴페인이나 까바만큼 산뜻하고 청량한 느낌을 주진 않지만, 탄닌의 떫은 느낌을 최대한 줄이고 레드 와인의 묵직한 느낌과 거품을 잘 어우러지게 해서 매우 부드럽고 풍부한 맛이 납니다. 그래서 해물이나 흰 살코기가 아닌 붉은 살코기로 만든 요리를 먹을 땐 더 나은 마리아쥬를 보여주죠.
3. 와인의 맛과 향
호주 사우쓰 이스턴 오스트레일리아(South Eastern Australia)의 쉬라즈 100%로 만드는 밴락 스테이션 화이트 쉬라즈 스파클링 와인은 레드 스파클링 와인으로 보기엔 약간 연한 로제에 가까운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색상은 맑고 연한 루비색입니다. 탄산가스가 은은하게 계속 올라와서 테두리 부분에 무스(Mousse) 케이크의 거품처럼 쌓여갑니다. 딸기와 체리, 붉은 사과, 붉은 꽃, 젤리 향 등을 맡을 수 있습니다. 향은 품질은 좋지만, 힘은 조금 약합니다.
거품이 입안을 톡톡 쏘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깨끗합니다. 확실히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보다 무게가 더 있으며 살짝 진득합니다. 드라이하며 중간 정도의 산도에 딸기와 사과, 식물 줄기 풍미가 있습니다. 후반부에 쌉쌀한 맛이 느껴집니다. 여운은 좋지만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색과 향과 무게감과 맛이 조화를 이루면서 독특한 느낌의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일반 스파클링 와인에선 느낄 수 없는 재미난 맛입니다. 2만 원대의 가격과 비교해서 품질도 만족스럽습니다. 닭과 칠면조 같은 가금류, 돼지고기, 치킨 샐러드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2010년 11월 30일 시음했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 쿠팡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