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포도 품종

[프랑스] 따나 - 풍부한 폴리페놀과 항산화 성분, 단단한 탄닌과 강렬한 맛 (재업)

까브드맹 2024. 1. 1. 09:00

따나 포도와 잎의 모습

따나(Tannat)는 단단한 탄닌과 강렬한 맛을 가진 레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품종으로 이름조차 탄닌에서 유래했습니다. 따나 와인은 풍부한 맛과 향이 나지만, 탄닌이 너무 단단해서 종종 메를로(Merlot)나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섞기도 하죠. 풍부한 탄닌과 추출물로 인한 복합성은 따나 와인을 따뜻한 요리에 가장 어울리는 와인으로 만들어줍니다. 따나의 고향은 프랑스 남서부이지만, 남미의 우루과이에선 따뜻한 기후 덕에 다른 곳보다 더 많은 따나 와인을 생산합니다. 여전히 과소평가 되고 있으나 따나는 우루과이에서의 성공으로 점점 주목받고 있습니다.

1. 따나의 특성

1) 포도의 특성

껍질이 두꺼운 따나는 제대로 익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조량이 매우 많아야 하고, 포도가 충분한 산미를 가지려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야 하죠. 수분이 부족하면 안 돼서 건조한 지역에는 맞지 않습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기후 조건 때문에 피레네산맥의 영향을 받는 프랑스 남서부의 마디랑(Madiran) 지역의 떼루아가 따나 재배에 가장 알맞고, 다른 지역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남미의 우루과이는 따나를 재배하기 좋아서 "국가 포도"로 여길 만큼 많이 재배합니다.

따나의 두꺼운 껍질이 단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건조하지만 않으면 다양한 기후에서 재배하기 좋고 해충과 곰팡이의 공격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작죠. 그래서 농부들은 따나 포도를 좋아합니다.

두꺼운 껍질과 다른 품종보다 많은 씨 때문에 따나는 폴리페놀 함량이 다른 품종보다 높고 항산화 성분도 많습니다. <와인 다이어트(The Wine Diet, 2007)>를 저술한 로저 코더(Roger Corder) 교수가 조사한 장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따나로 만든 마디랑 레드 와인을 매일 마시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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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의 특성

따나 와인은 깊은 색과 라즈베리 같은 과일 향, 단단한 탄닌과 구조, 높은 알코올 도수, 장기 숙성력이 특징입니다. 강하고 거친 탄닌 때문에 예전에는 100% 따나 와인을 만들기 어려웠지만, 1985년 알랭 브루몽(Alain Brumont)이 따나 와인을 새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한 샤토 몽투스 뀌베 프레스티지(Château Montus Cuvee Prestige) 생산에 성공하고, 1990년 마디랑의 와인 생산자 패트릭 뒤끄루노(Patrick Ducournau)가 발효하는 동안 제한된 양의 산소를 주입하는 미세산소 주입법을 개발하면서 단일 품종 와인의 생산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따나와 다른 품종의 폴리페놀 함량

따나 와인은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같은 항산화 물질이 다른 품종으로 만든 와인보다 훨씬 많아서 가장 건강한 레드 와인으로 홍보되곤 합니다.

2. 따나의 역사

피레네(Pyrénées) 산맥 부근의 바스크 지방(Basque country)이 원산지로 알려진 따나(Tannat)는 프랑스 남서부의 마디랑AOC에서 오래전부터 재배해 온 레드 와인용 포도입니다. 프랑스 왕들은 종종 따나로 만든 마디랑 와인을 세금 대신 받기도 했죠.

1870년 바스크(Basque)인인 빠스꾸알 아리아게(Pascual Harriague)가 우루과이로 이민 가면서 따나를 함께 가져갔고, 우루과이 중앙부에 심었습니다. 따나는 그곳의 기후와 토양에 완벽하게 적응했죠. 그래서 우루과이에서는 따나를 그의 이름을 따서 ‘아리아게’라고 부릅니다.

우루과이에 처음 따나를 심은 후 백여 년이 지나는 동안 원래 있었던 아리아게 나무는 바이러스성 질병에 대부분 사라졌고, 프랑스에서 새로 가져온 따나 나무가 그 빈자리를 메꿨습니다. 또한 "오래된 포도나무(Old Vines)" 사이에서 새로운 클론(clone) 품종이 생겼죠. 이 클론 중에는 높은 알코올 도수와 낮은 산도, 복합적인 과일 풍미가 나오면서 더욱 강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열매가 열리는 것이 많습니다. 일부 와이너리에선 원래 나무의 포도와 새로운 클론의 포도를 모두 사용한 와인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후 따나는 우루과이에서 아르헨티나로 전해졌고 플라잉 와인 메이커(flying wine makers)로 알려진 국제적인 와인 양조자들을 통해 20세기 말에 캘리포니아로 전파되었습니다.

2017년 보데가 가르손(Bodega Garzon)의 리저브 따나(Reserve Tannat)가 미국의 와인 평론지인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의 <올해의 100대 와인>에 처음 올라갔습니다. 순위는 41위, 가격은 17달러였습니다.

3. 따나 와인 생산지

따나 재배지 지도

가장 대표적인 생산지는 프랑스와 우루과이지만, 아르헨티나와 호주, 브라질, 남아프리카 공화국 같은 신세계 와인 생산국에서도 따나를 재배합니다. 구세계 생산지 중에선 이탈리아의 뿔리아(Puglia)가 대표적인 재배지이죠. 미국에선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주에서 따나를 실험적으로 재배하며, 캘리포니아에선 21세기의 첫해에 재배지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애리조나와 오리건, 텍사스주에서도 따나 포도밭이 늘고 있습니다.

1) 프랑스

프랑스의 따나 와인은 주로 베아른(Béarn)과 바스크, 가스꼬뉴(Gascogne) 같은 피레네 근처 지방에서 많이 나옵니다. 이곳의 따나 와인은 깊고 어두운색, 산딸기 같은 붉은 과일 향, 단단한 탄닌과 잘 짜인 구조, 장기 숙성력이 특징이죠. 알코올 도수도 종종 높게 나옵니다. 아주 강한 탄닌 때문에 따나 와인 생산자들은 종종 까베르네 소비뇽과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페르(Fer)를 섞어서 수렴성(astringency)을 낮추고 탄닌을 부드럽게 하여 더 마시기 쉬운 스타일로 생산합니다. 베아른에서는 레드와 로제 와인 모두 따나 60%에 망상 누아(Manseng noie)와 페르(Fer), 쿠르부 누아(Courbu noir) 40%를 섞는 블렌디드 와인으로 생산합니다.

마디랑 외에 이룰레귀(Irouléguy)과  튀르쌍(Tursan)에서도 따나 와인을 생산하며, 까오르(Cahors)에선 와인에 따나를 소량 섞습니다. 이룰레귀에서 생산하는 로제 와인은 탄닌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걸 막으려고 껍질에서 색소를 뽑아내는 시간을 매우 짧게 하죠. 이렇게 만든 로제 와인은 일반적으로 과일 풍미가 매우 강한 풀 바디 와인이 됩니다.

20세기 말부터 따나 와인 생산자들은 과일 풍미를 더 드러내고 탄닌을 부드럽게 하려고 적극적으로 오크 숙성을 하고 있습니다. 와인 생산자들은 따나 와인을 시장에 내놓기 전까지 보통 20개월가량 오크통에서 숙성하며, 미세산소 주입법 같은 현대적인 와인 양조법으로 아주 거친 탄닌을 부드럽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2) 우루과이

우루과이는 일조량은 많지만 습기가 많아서 양조용 포도 재배에 썩 좋은 곳은 아닙니다. 토양도 기름져서 포도나무가 너무 무성하게 자라곤 하죠. 그러나 우루과이 중앙부는 땅이 척박하고 거리상 바다의 영향이 적은 만큼 덥고 건조해서 양조용 포도 재배에 알맞습니다.

우루과이의 따나는 말벡이 아르헨티나의 떼루아에서 부드럽게 변한 것처럼 본고장인 프랑스 남서부의 것보다 훨씬 통통하며 벨벳 같은 느낌입니다. 와인의 맛과 향도 마디랑의 따나 와인과 꽤 다르죠. 우루과이의 따나 와인은 바디가 상대적으로 가볍고 더욱 우아하며 부드러운 탄닌과 블랙베리, 블랙 체리, 서양 자두 같은 검은 과일 향이 특징입니다.

우루과이의 따나 포도밭은 수도인 몬테비데오(Montevideo) 주위의 어느 정도 기복 있는 언덕에 대부분 몰려 있습니다. 포도밭의 토양은 점토에서 사암까지 다양하죠. 오늘날 우루과이에선 따나 와인을 캘리포니아와 호주산 와인의 훌륭한 대안으로 만들려고 피노 누아(Pinot Noir)나 메를로, 시라(Syrah)를 종종 혼합합니다. 이렇게 하면 따나 와인의 단단한 구조가 부드러워지죠. 우루과이의 따나 와인은 다양한 스타일로 양조됩니다. 맛과 향이 포트(Port)나 보졸레(Beaujolais) 와인과 비슷한 것도 있고, 풀 바디 로제 와인도 생산되죠.

우루과이 와인 생산자들은 주로 프랑스에서 양조 기술을 전수하였습니다. 으깬 따나를 5~10일가량 알코올 발효하면서 껍질과 씨에서 탄닌과 색소를 뽑아내고, 오크통에서 1년 반가랑 숙성해서 와인을 만들죠. 오크통은 프랑스와 미국산을 반반씩 쓰는 일이 많습니다. 우루과이 따나 와인은 적당한 바디에 끝맛이 약간 씁쓸한 것이 공통적이며 육류 요리와 멋진 마리아주를 보여줍니다.

우루과이 따나 와인의 주 소비국은 레드 와인 생산량이 적은 이웃 나라 브라질입니다.

 

 

3) 미국

19세기 후반에 U.C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Berkeley)의 농학과 교수인 유진 W. 힐가드(Eugene W. Hilgard)가 프랑스 남서부의 따나 나무를 들여와서 대학의 포도밭에서 길렀지만, 남미의 따나 포도가 국제적인 찬사를 받기 시작한 20세기 후반까지 별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에 캘리포니아 파소 로블스(Paso Robles)와 산타 크루즈 마운틴스(Santa Cruz Mountains) AVA 지역의 몇몇 생산자가 따나를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보니 둔 빈야드(Bonny Doon Vineyard)에서는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혼합한 따나 와인을 만들었고, 타블라스 크릭 빈야드(Tablas Creek Vineyard)와 조셉 스완(Joseph Swan), 카즈 와이너리(Kaz Winery)는 따나로 단일 품종 와인을 만들어서 팔았죠.

북부 캘리포니아에선 웨스트우드 이스테이트 와인스(Westwood Estate Wines)가 1990년대 후반에 심은 따나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블렌디드 따나 와인과 단일 품종 따나 와인을 생산했습니다. 다른 캘리포니아 와인 생산자들은 따나 와인에 산지오베제(Sangiovese)와 시라를 섞기 시작했죠. 2002년에 타블라스 크릭 빈야드는 <알코올, 담배, 화기 및 폭발물 관리국>에 단일 품종 와인으로 만들 수 있는 포도 품종 목록에 따나를 넣어달라고 청원하여 승인받았습니다. 2005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주의 따나 재배 면적은 약 57헥타르이며, 텍사스와 애리조나, 오리건, 메릴랜드, 버지니아주에서도 캘리포니아에서 가져온 따나 삽목을 심고 있습니다.

 

 

4. 따나 와인의 향

따나 와인은 산딸기 같은 붉은 과일부터 서양 자두와 블랙체리,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까지 다양한 베리류 과일 향과 풍미가 많이 나옵니다. 감초와 카다멈(Cardamom) 같은 향신료와 담배, 다크 초콜릿, 에스프레소, 연기 등의 향과 풍미도 나오죠.

일반적으로 오크 숙성을 많이 할수록 향신료와 태운 나무쪽의 향이 두드러지고, 포도 껍질에서 색소와 탄닌을 뽑아내는 침용 시간이 길수록 와인의 색이 진하고 탄닌도 강해집니다. 오래 숙성하면 야생 조수(game)와 모피 향도 발달합니다.

5. 따나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따나의 강한 구조와 힘에 어울리려면 맛과 풍미가 대담한 요리가 좋습니다. 또한 따나 와인의 단단하지만 매력적인 탄닌을 부드럽게 해주려면 고단백, 고지방 음식이 적합하죠. 그래서 그릴이나 팬에 구운 고기 요리는 멋진 마리아주를 이룹니다.

프랑스산 따나 와인은 메추리 같은 야생 조수와 소고기, 양고기, 고기와 흰콩을 함께 구운 카술레(cassoulet), 버섯, 오리 콩피, 로크포르(Roquefort) 같은 숙성 치즈와 잘 맞습니다.

우루과이 산 따나 와인은 거의 모든 종류의 고기구이와 잘 맞으며 어울리는 음식의 폭도 더 넓습니다. 너무 매운 음식만 아니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