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수다] 차이 나는 구세계와 신세계의 와인 이름 짓기

까브드맹 2018. 8. 3. 08:00

프랑스 론 밸리 지역의 세 가지 와인

1. 구세계 와인의 이름

유럽 와인, 특히 프랑스 와인은 와인 생산지와 생산자를 금방 알 수 있는 이름을 가진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론(Rhone) 지역 와인은 <꼬뮌 이름 + 생산자>, 혹은 <생산자 + 꼬뮌 이름>의 형태로 된 것이 많죠.

이 기갈 샤토네프 뒤 빠프(E.Guigal, Chateauneuf du Pape) : 생산자 + 마을 이름

• 까브 드 땡 크로즈-에르미따지(Cave de Tain, Crozes-Hermitage) : 생산자 + 마을 이름

• 샤토 보까스텔 샤토네프 뒤 빠프(Ch.Beaucastel, Chateauneuf du Pape) : 생산자 + 마을 이름

등급이나 밭 이름이 붙는 것도 있습니다. 

• 도멘 뒤 페가우, 세귀레, 꼬뜨 뒤 론 빌라즈(Domaine du Pegau, Seguret, Cote du Rhone Villages) : 생산자 + 마을 이름 + 등급

• 메종 부아숑 라 모렐 크로즈-에르미따지(Maison Bouachon La Maurelle, Crozes Hermitage) : 생산자 + 밭 이름 + 마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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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름 형태의 결정판은 부르고뉴이며 아예 <마을 혹은 지역 이름 + 밭 이름 + 생산자 이름>의 형식으로 이름 짓도록 법으로 정해놓았죠.

부르고뉴, 프랑소아 미컬스키(Bourgogne, Francois Mikulski) : 지역명 + 생산자

샤사뉴 몽라셰, 페블레(Chassagne Montrachet, Faiveley) : 마을 이름 + 생산자

뉘-생-조르쥬, 프르미에 크뤼, 레 다모네, 도멘 쟝 쇼브네(Nuits-St-Georges, 1er Cru, Les Damones, Domaine Jean Chauvenet) : 마을 이름 + 등급 + 밭 이름 + 생산자

• 끌로 드 라 로슈, 그랑 크뤼, 아르망 루쏘 뻬레 에 피스(Clos de la Roche, Grand Cru, Armand Rousseau Pere & Fils) : 밭 이름 + 등급 + 생산자

생산자 이름이 앞으로 가도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이름 지으면 와인 생산지와 등급, 생산자 이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같은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 이름이 비슷비슷해지므로 쉽게 기억하기 어렵죠. 아래는 부르고뉴의 멕퀴레(Mercurey) 마을에서 생산하는 와인 중에서 제가 마셔본 것들의 목록입니다.

부르고뉴의 멕퀴레(Mercurey) 마을에서 생산하는 와인 여섯 개

• Mercurey, Chateau de Chamirey 2007

• Mercurey, 1er Cru, Clos du Roi, Chateau de Chamirey 2008

• Mercurey, Clos des Hayes, Demessey 2006

• Mercurey, Faiveley 1998

• Mercurey, les Bacs, Chateau Genot-Boulanger 2009

• Mercurey, Louis Jadot 2007

전부 다 멕퀴레로 시작하니 이름을 끝까지 확인하지 않고 앞부분만 기억하면 나중에 어떤 와인을 마셨는지 알 수 없게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젠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은 자신이 와인업계에 들어선 계기가 젊은 시절에 부르고뉴 샹볼 뮈지니(Chambolle-Musigny) 마을의 1등급(1er Cru) 밭인 "레 자무레즈(Les Amoureuses)"에서 나온 와인을 마셔보고 황홀한 맛에 감탄했기 때문이었답니다. 그런데 실수(?)로 와인 이름을 생산자까지 모두 기억해두지 않아서 그때 마신 와인을 다시는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마 또 마시긴 했겠지만, 그때 그 와인인지 확인할 순 없었겠죠. 그러니 만일 기억에 남는 프랑스 와인을 마시고 헤르미따지(Hermitage)나 뽀마르(Pommard)까지만 기억해 두면 두 번 다시 그 와인을 찾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2. 신세계 와인의 이름

신세계 와인은 개성적이고 독립적인 이름이 붙는 일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노란 꼬리"라는 뜻의 호주산 와인인 옐로우 테일(Yelloww tail)입니다. 이 와인은 미국인이 좋아할 만한 맛과 향을 가졌고 인상적인 레이블과 외우기 쉬운 이름 덕분에 미국에서 굉장한 판매액을 올렸죠. 

옐로우 테일 쉬라즈

눈에 확 띄는 디자인과 외우기 쉬운 이름으로 엄청나게 팔린 옐로우 테일은 블루 오션의 대표 사례로 등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옐로우 테일을 만든 카셀라 와인(Casella Wines)의 이름을 알거나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 없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옐로우 테일이란 이름만 알아도 와인을 다시 구매하는 데 문제없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머릿속에 확실히 남고, 일부만 남아도 판매에 지장 없는 개성 있는 이름인 거죠.

이렇게 재미있고 개성적인 와인 이름을 몇 개 살펴보면,

• 투 오션스 쉬라즈(Two Oceans Shiraz) : "두 개의 대양"이란 뜻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동쪽의 인도양과 서쪽의 대서양을 말합니다.

실레니 셀라 셀렉션 피노 누아(Sileni Cellar Selection Pinot Noir) : 실레니(Sileni)는 그리스 신화에서 와인의 신 바쿠스와 함께 나오는 반인반마의 괴물입니다.

스모킹 룬 까베르네 소비뇽(Smoking Loon Cabernet Sauvignon) : 룬(Loon)은 물새의 일종으로 와인 레이블에 담배를 피우는 물새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카트눅 파운더스 블록 쉬라즈(Katnook Founder's Block Shiraz) : 카트눅(Katnook)은 "기름진 땅"이라는 뜻입니다. 와인에 사용하는 포도를 재배하는 쿠나와라 지역에 양분이 풍부한 붉은 색 토양이 많아서 이런 이름을 붙였습니다.

• 스크리밍 이글 까베르네 소비뇽(Screaming Eagle Cabernet Sauvignon) : "울부짖는 독수리"라는 뜻의 이름입니다. 레이블에 독수리가 그려져 있죠.

물론 신세계에서도 자신의 성을 따서 와이너리와 와인 이름을 짓거나 생산자 이름에 생산지 이름을 붙여서 와인 이름을 짓기도 합니다. 그러나 쉽게 기억되는 독특한 이름을 짓는 일이 유럽보다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