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이너리

[한국] '마주 앉'아서 즐긴다 - 마주앙(Majuang)

까브드맹 2018. 4. 1. 12:30

마주앙 로고
(이미지 출처 : http://m.designmap.or.kr/mobile/mdetail.jsp?p=a003&pp=cb003& n=2&iq=304)

1. 마주앙의 역사

국산 와인의 대표 브랜드인 마주앙(Majuang)은 1977년에 OB맥주를 생산하는 동양맥주에서 만들었습니다. 마주앙이란 이름은 얼핏 들으면 프랑스어처럼 들리지만 "'마주 앉'아서 즐긴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을 조금 바꿔서 지은 것이랍니다. 맥주 회사에서 와인을 만든 것은 1974년에 정부에서 시행한 "국민주개발정책"과 관련이 깊습니다. 당시 정부에서 "국민주개발정책"을 내놓은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날로 발전하는 한국에 찾아오는 외국 손님을 접대할 때 쓸만한 마땅한 국산주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술이라고는 막걸리와 소주, 맥주 정도였고 고급술은 일본식 청주밖에 없었습니다. 귀빈이 왔을 때 소주나 맥주 같은 싸구려 술을 대접할 수도 없고 일본식 청주를 접대에 쓸 수도 없었죠. 그래서 잘못된 주세법 때문에 거의 사라져가던 전통주 중에서 적당한 술을 찾았고 경선 끝에 경주 법주가 국빈 접대용 술로 선정되었습니다. 이후 경북의 금복주에서 경주 법주의 특별 생산 허가를 받아 국가 만찬용 공식주로 경주 법주를 공급했고, 전통주로는 유일하게 시중에도 판매되죠.

둘째는 전통주든 청주든 원료가 쌀과 밀가루이므로 매년 겪는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많은 양의 곡식이 술 만드는 데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세끼 밥 먹기에도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금주령을 내릴 수도 없었던 정부는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서 보급하면 술 만드는데 들어가는 곡식도 절약하고, 농지로 쓸 수 없는 땅도 활용할 수 있으며, 포도 농사로 농민들이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 이 정책을 추진합니다. 그래서 유명 주류 회사에 국산 포도를 사용한 와인을 개발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농민들에게도 포도 농사를 적극적으로 권유하죠.

이렇게 되어서 1974년에 해태주조에서 "노블 와인"을 출시하고, 1977년에는 동양맥주에서 "마주앙"이 나옵니다. 아울러 진로에서 "샤토 몽블르"가, 금복주에서 "두리랑"이, 대선주조에선 스파클링 와인인 "그랑주아"를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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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산 포도로 만든 와인은 정부의 기대와 달리 대부분 실패합니다. 실패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한국인의 입맛에 시고 떫은 와인은 완전히 낯선 술이었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술 중에서 소주와 맥주, 청주는 신맛이 없는 술이고, 막걸리는 신맛이 조금 있긴 하지만 와인처럼 떫은맛은 없는 술이었습니다. 이런 술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신맛이 강하고 종종 떫은맛이 나는 와인은 완전히 이질적인 존재였죠. 그래서 시고 떫은 맛에 놀란 사람이 주류회사에 "술이 상한 게 아니냐"라고 전화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이런 맛에 익숙해지면서 와인 시장이 커질 수도 있었겠지만, 또 하나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와인 양조용 포도인 유럽종 포도가 우리나라에선 기후와 토양이 맞지 않아서 잘 자랄 수 없었죠. 처음엔 양조용 포도 묘목을 수입해서 우리나라에 심은 다음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몇 년 동안 와인을 만들어 보니 유럽종 포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추위에 강해서 독일에서 많이 재배하는 리슬링(Riesling)도 매서운 겨울 추위를 잘 넘기긴 했지만, 해가 갈수록 포도 품질이 떨어졌다는군요. 아마 토양이 리슬링과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리슬링도 이러니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메를로(Merlot), 시라(Syrah) 같은 품종을 국내에서 재배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죠.

게다가 유럽종 포도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날씨가 건조해야 당도가 천천히 올라가면서 잘 익을 수 있는데, 한국의 습한 여름 날씨는 포도를 농익게 하고 수확 철인 8~9월에 몰아닥치는 태풍은 포도즙을 묽게 해서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기 힘들게 합니다. 풍토에 안 맞다 보니 포도의 품질도 신통치 않고, 포도 품질이 신통치 않으니 와인의 품질도 외국산 와인과 비교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결국, 생산과 판매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마주앙을 제외한 다른 국산 와인들은 점차 생산을 중단합니다.

 

 

하지만 마주앙을 개발한 동양맥주는 국산 와인 생산을 포기하지 않고 양조용 포도 재배에 적당한 장소를 찾는 한편 세계 각국의 다양한 포도를 시험 재배합니다. 마침내 국내 환경에 제일 적합한 포도로 하이브리드 품종[각주:1]인 머스킷 베일리(Muscat Baily) A와 사이벨(Seibel)를 찾아내고 국내에서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기에 가장 좋은 경북 경산에 포도원을 만들어서 계속 마주앙을 만듭니다. 국산 와인 개발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으로 마주앙은 와인의 대명사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었고 점차 한국을 대표하는 와인이 됩니다.

1977년 9월에 로마 교황청이 천주교 미사주로 마주앙 레드 와인을 승인하면서 마주앙은 천주교 미사용으로 봉헌되는 성과를 거둡니다. 1985년에는 독일 가이젠하임 대학에서 개최한 학술 연구 발표세미나에서 전 세계 126개 업체의 출품 와인 중에서 베스트 5로 선정되어 품질을 인정받죠.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두면서 판매량이 계속 신장해서 한때 마주앙은 국내 와인 시장의 70%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경산 공장은 1979년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생산 규모를 확장하면서 와인 생산량을 처음의 10배로 늘리죠.

그런데 마주앙 판매가 늘어나면서 상품군을 다양하게 갖춰야 하는데 양조용 포도 재배에 안 맞는 토양과 기후는 계속 큰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결국, 외국의 와이너리에서 OEM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하게 되죠. OEM을 최초로 적용한 마주앙 와인이 마주앙 모젤(Majuang Mosel)입니다. 마주앙 모젤은 독일 모젤(Mosel) 지방에서 수확한 포도로 현지 와인회사인 베른카스텔-쿠스(Bernkastel-Kues) 와인 생산자 조합이 직접 생산하고 병에 담은 후에 마주앙 레이블만 붙여서 수입됩니다. 그래서 무늬만 국산 와인이지 내용물은 독일 리슬링 와인이죠.

1988년에 국내 시장에 선보인 마주앙 모젤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깔끔하고 새콤달콤한 맛으로 많은 인기를 누립니다. 당시에 카페나 주점에서 와인을 주문하면 으레 마주앙 모젤이 나왔고, 1990년대 중반 PC통신의 식도락 동호회에서도 마주앙 모젤을 칭찬하는 얘기가 종종 올라오곤 할 정도로 마주앙 모젤은 사람들에게 맛과 품질을 인정받습니다. 마주앙 모젤이 인기를 끌자 동양맥주에선 같은 방식으로 다양한 와인을 출시합니다. 이렇게 나온 와인이 마주앙 마고, 마주앙 메독, 마주앙 라 세느, 마주앙 라인, 마주앙 보졸레, 마주앙 끼안띠 끌라시코, 마주앙 샤블리, 마주앙 리오하, 마주앙 카베르네 소비뇽, 마주앙 샤르도네입니다.

 

 

2. 마주앙의 종류

최근 판매하는 마주앙은 대부분 OEM 방식으로 수입하는 것이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은 마주앙 레드와 마주앙 화이트, 마주앙 미사주 뿐입니다. 한국에서 만든 마주앙인지 외국에서 만든 것인지 확인할 때는 병 주둥이에 국세청 납입필증이 붙었는지 아닌지만 확인하면 되죠

마주앙과 마주앙 모젤, 마주앙 메독의 병 입구
(마주앙과 마주앙 모젤, 마주앙 메독의 병 입구)

국내에서 만들지만, 사용하는 포도 주스는 대부분 수입산입니다. 마주앙 레드는 칠레산 까베르네 소비뇽 원액 95%에 국산 머스캣 베일리 A 원액 5%를 혼합하고, 마주앙 화이트는 칠레산 샤도네이(Chardonnay) 원액 90%에 국산 사이벨 원액 10%를 혼합해서 만들죠. 비록 원액은 국내에서 재배한 포도에서 얻은 것이 아니라 수입산이 대부분이지만, 국내 기술진이 양조하고 병에 담았다는 면에서 국산 와인이라 할 수 있죠. 다만 마주앙 미사주 만큼은 포도 원액까지 국내산 포도를 사용합니다.

천주교 미사에 사용하는 마주앙 미사주
(천주교 미사에  사용하 는 마주앙 미사주입니다)

처음엔 두산 그룹 계열사인 동양맥주에서 관리하던 마주앙은 나중에 두산주류BG로 생산과 수입 업무가 옮겨집니다. 그 후 두산그룹이 중공업 위주로 그룹을 재편하면서 "OB맥주"와 "처음처럼" 소주를 롯데로 넘겼고, 이때 마주앙도 함께 넘어가서 지금은 (주)롯데주류BG에서 생산과 관리를 담당하죠. 마주앙을 넘겨받은 롯데는 생산하는 와인 종류를 재정비했습니다. 판매 제품을 조금 변경하면서 잘 팔리지 않는 와인은 판매 중단했죠. 정리된 마주앙의 제품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 마주앙 레드 : 칠레산 까베르네 소비뇽 원액을 주로 사용해서 국내 생산

• 마주앙 화이트 : 리슬링에서 칠레산 샤도네이로 품종을 변경해서 국내 생산

마주앙 모젤 : 독일의 모젤(Mosel) 지역에서 OEM 생산

마주앙 메독 : 프랑스의 메독(Medoc) 지역에서 OEM 생산

노블 스위트 레드 1.5L :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OEM 생산

노블 스위트 화이트 1.5L :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OEM 생산

마주앙 라 세느 : 스파클링 와인으로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역에서 OEM 생산

 

 

마주앙 카버네 소비뇽 : 미국에서 OEM 생산

마주앙 마고 : 프랑스 마고(Margaux) 지역에서 OEM 생산

마주앙 보르도 레드 : 프랑스 보르도(Bordeaux) 지역에서 OEM 생산

마주앙 라인 : 독일 라인헤센(Rheinhessen) 지역에서 OEM 생산

마주앙 리오하 : 단종

마주앙 끼안티 끌라시코 : 단종

마주앙 보졸레 : 단종??

마주앙에서는 손이 많이 가고 신경도 많이 써야 하는 국산 와인보다 외국에서 품질 좋고 가격 좋은 와인을 발굴해서 OEM으로 들여오는데 신경을 더 쓰는 것 같습니다.

3. 마주앙 와인 시음기

 

[독일]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정통 독일 와인 - Majuang Mosel-Saar-Ruwer Riesling Kabinett 2008

● 생산 지역 : 독일 > 모젤(Mosel)● 품종 : 리슬링(Riesling) 100%● 등급 : 프라디카츠바인(Pradikatswein) > 카비네트(Kabinett)● 어울리는 음식 : 살짝 매콤하게 만든 닭고기, 칠면조 고기, 돼지고기, 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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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마주앙 대열에 합류한 새로운 화이트 와인 - 마주앙 화이트_Majuang White 2009

● 생산 지역 : 한국● 품종 : 샤르도네(Chardonnay) 90%, 사이벨(Seibel) 10%● 어울리는 음식 : 크림소스를 얹은 생선 스테이크, 기름기 많은 생선구이, 크림 파스타 등마주앙 화이트는 동양맥주에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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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산이라지만 알고 보면 칠레산 와인일 수 있는 - 마주앙 레드(Majuang Red) 2009

(마주앙의 트레이드 마크인 코르크 마개 막는 농부 아저씨는 얼핏 보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 생산 지역 : 한국 > 보르도(Bordeaux)● 품종 :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 95%, 머스캣 베일리(Mu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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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국종과 유럽종의 교잡 품종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