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수다] 보르도 레프트 뱅크와 라이트 뱅크

까브드맹 2018. 3. 15. 10:00

레프트 뱅크의 와인 샤토 그레이삭과 라이트 뱅크의 와인 샤토 리요나

프랑스 보르도는 지역을 관통하며 흐르는 지롱드(Gironde)강에 의해 양분됩니다. 강의 상류에서 하류를 바라봤을 때 왼쪽의 지역을 레프트 뱅크(Left Bank), 오른쪽의 지역을 라이트 뱅크(Right Bank)라고 부르죠. 레프트 뱅크에 속한 지역으로 우리에게 이름이 익숙한 메독(Medoc)이 있고, 그 아래로 그라브(Graves)가 있습니다. 라이트 뱅크에는 보르도의 최고가 와인인 샤토 페트루스를 생산하는 뽀므롤(Pomerol)과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쌩-테밀리옹(Saint-Emilion)이 있습니다.

레프트 뱅크와 라이트 뱅크는 둘 다 보르도 지역이지만 와인 성격은 사뭇 다릅니다. 우선 와인을 양조에 들어가는 포도의 비율이 다르죠. 레프트 뱅크에선 대개 까베르네 쇼비뇽을 많이 넣지만, 라이트 뱅크에선 메를로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레프트 뱅크 와인은 상대적으로 강건하며, 라이트 뱅크 와인은 좀 더 부드럽고 화사한 향을 풍기는 편입니다.

또한, 두 지역은 서로 다른 등급제를 사용합니다. 레프트 뱅크에서는 1855년에 제정된 5등급 체제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이 등급제는 1973년에 샤토 무통 로칠드가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승급한 일을 제외하곤 단 한 차례도 변경된 일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1등급이니 2등급이니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레프트 뱅크의 1855년 등급에 속한 와인들에 관한 것들이죠. 반면 라이트 뱅크의 쌩-테밀리옹에서는 1954년에 처음 등급을 제정한 후 10년마다 재평가해서 등급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실제로는 1954년에 처음 등급을 정한 후 1969년, 1985년, 1996년에 규정 개정과 함께 등급 변경이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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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테밀리옹 와인을 마셔보면 화려하고 부드러운 향과 맛에 빠져들게 됩니다. 다만 저가 와인은 향은 뛰어나지만, 맛은 향에 미치지 못 하는 일이 많죠. 예를 들어 메독의 저가 와인이 향에서 70점이라면 맛은 65~75점 수준이 돼서 맛과 향이 그럭저럭 일치하는 반면, 쌩-테밀리옹의 저가 와인은 향은 80점인데 맛은 60점 정도 되는 일이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처음엔 풍부한 향에 잔뜩 기대했다가 막상 마셔본 후에 기대에 못 미치는 맛에 실망한 일을 개인적으로 많이 겪어봤습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저는 쌩-테밀리옹의 저가 와인을 '화장빨 와인'이라 부르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일은 약 5만 원 이하의 저가 와인에 한정된 것이며 고가의 쌩-테밀리옹 와인은 훌륭한 향에 못지않게 뛰어난 맛을 보여주니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