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호주] 흑과 청의 조화, 바로싸에서 온 향기롭고 맛있는 와인 - Yalumba Barossa Shiraz&Viognier 2005

까브드맹 2011. 7. 25. 06:00

얄룸바 바로싸 쉬라즈&비오니에 2005

호주의 얄룸바(Yalumba)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바로싸 쉬라즈&비오니에(Shiraz & Viognier) 2005는 사우쓰 오스트레일리아(South Australia)의 바로싸 지구(Barossa Zone)에서 재배한 흑포도인 쉬라즈와 청포도인 비오니에를 95:5로 섞어서 만드는 레드 와인입니다.

1. 흑포도와 청포도 블렌딩

포도와 청포도를 섞어서 레드 와인을 만드는 방법은 언뜻 새로운 방법처럼 보이지만, 유럽에선 꽤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방법입니다. 흑포도에 청포도를 혼합하는 이유는 와인의 색을 맑게 하면서 신선하고 활력 있는 맛을 주기 위한 것이죠. 이 방법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와인이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의 끼안티(Chianti) 와인입니다. 끼안티는 흑포도인 산지오베제(Sangiovese)와 까나이올로(Canaiolo)를 주로 사용하지만, 규정에 따라 트레비아노(Trebbiano)나 말바지아(Malvasia) 같은 청포도를 5~10% 정도 넣어도 됩니다. 다만 2006년부터 끼안티 끌라시코는 적포도만 사용해야 하죠.

프랑스에서도 흑포도와 청포도를 섞어서 만드는 와인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와인이 북부 론(Northern Rhone)의 꼬뜨 로띠(Cote Rotie) 와인이죠. 꼬뜨 로띠에선 흑포도로 오로지 시라(Syrah)만 재배합니다. 그런데 시라만 사용해서 레드 와인을 만들면 맛이 지나치게 묵직하고 강해지므로 청포도인 비오니에를 조금 섞습니다. 규정상 비오니에를 20%까지 넣어도 되지만, 이러면 와인이 너무 묽어지므로 실제론 5% 남짓 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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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얄룸바 바로싸 쉬라즈&비오니에

시라와 같은 포도이지만, 이름만 다를 뿐인 쉬라즈를 많이 재배하는 호주에서도 꼬뜨 로띠의 레드 와인을 본떠서 시라에 비오니에를 넣은 와인을 만듭니다. 국내에 들어온 호주 와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얄룸바 바로싸 쉬라즈&비오니에 와인이죠.

"Yalumba"는 호주 원주민의 언어로 "이 모든 땅"이라는 뜻입니다. 얄룸바 와이너리는 호주 최초로 비오니에를 재배했으며, 지금도 이곳에서 재배하는 비오니에는 호주 최고의 품질을 갖고 있죠. 얄룸바에선 비오니에와 쉬라즈를 함께 사용한 레드 와인을 만들기도 하지만, 뛰어난 비오니에 와인도 생산합니다. 비오니에 와인 중에서 얄룸바 더 버질리우스 에덴 밸리 비오니에(Yalumba 'The Virgilius' Eden Valley Viognier) 2007은 미국의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91점, 와인 스펙테이터가 92점을 줄 만큼 평가가 높죠. 얄룸바 와인은 다양하게 수입되어 있으니 구매하는데 별로 어렵지 않을 겁니다.

 

 

3. 바로싸 지구(Barossa Zone)

얄룸바 쉬라즈&비오니에 사용하는 포도의 재배지인 바로싸 지구는 19세기에 독일의 실레지아(Silesia) 지방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개척한 호주 최대의 고급 와인 생산지입니다. 토양은 철광석과 석회암이 섞여 있어서 적포도와 청포도 둘 다 재배하기 알맞죠. 이곳에는 정착 초기에 심은 오래된 포도나무인 올드 바인(Old Vine)이 많습니다. 100년이 넘는 쉬라즈, 그르나슈(Grenache),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마타로(Mataro, 무흐베드르) 등이 자라죠. 올드 바인은 포도가 조금 맺혀서 수확량이 아주 적지만, 양분과 당분이 소수의 포도에 집약되므로 와인을 만들면 품질이 매우 뛰어납니다.

호주에선 1993년부터 레이블에 와인 생산지를 표시했습니다. 행정구역과 지역의 범위에 따라 아래처럼 분류하죠.

호주의 와인 생산지 지도
(이미지 출처 :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e/e7/Australian_ wine_zones2.png)

1) 슈퍼 존(Super Zone) : 사우쓰 이스턴 오스트레일리아(South Eastern Australia) 슈퍼 존만 있습니다.

2) 주(State) : 북쪽의 노던 테리터리(Northern Territory)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주에서 와인을 생산합니다.

3) 지구(Zone) : 주의 하위 지역으로 모두 23개입니다.

4) 지역(Region) : 지구의 하위 지역으로 약 70개입니다. 지역 중에는 서브 리젼(Sub Region)이란 하위 지역을 가진 곳도 있습니다.

바로싸 지구는 사우쓰 오스트레일리아주(South Australia State)에 있는 와인 생산지로 바로싸 밸리와 에덴 밸리(Eden Valley)의 두 지역(Region)으로 나뉩니다. 바로싸 밸리에선 주로 레드 와인을 생산하고 에덴 밸리에서는 주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죠. 에덴 밸리의 리슬링 와인은 신대륙 최고의 리슬링 와인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역시 독일인이 정착한 지역답습니다. 만약 레이블에 "Varossa Valley"라고 적혀있지 않고, "Varossa"라고만 적혔으면, 두 지역의 포도를 함께 써서 만든 와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재미있는 것은 얄룸바의 바로싸 쉬라즈&비오니에에 들어가는 포도는 모두 에덴 밸리의 포도밭에서 수확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레이블에 "Eden Valley"라고 표시할 수 있죠. 그런데도 상위 지역인 "Varossa"로 적은 것은 일반인에게 바로싸는 레드 와인 생산지, 에덴 밸리는 화이트 와인 생산지라는 인식이 깊이 박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홍보 면에서 'Varossa'라고 표시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죠.

 

 

4. 와인의 맛과 향

맑고 진하며 테두리 부분은 퍼플 색입니다. 진한 색과 퍼플빛으로 이 와인이 더운 곳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죠. 잔을 타고 흘러내리는 와인의 눈물이 꽤 진해서 알코올 도수가 높고 추출물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죠. 향이 풍부하게 올라오지만, 향의 강도는 중간 정도입니다. 블랙커런트와 블랙베리 같은 검은 과일 향과 함께 박하와 유칼립투스 같은 호주산 쉬라즈 와인 특유의 향이 나옵니다.

질감이 아주 부드럽고 구조감이 제법 탄탄해서 마치 비로드 같습니다. 무게가 있고 입에 꽉 차는 느낌을 주는 풀 바디 와인이지만, 다른 호주 쉬라즈 와인보다 부드럽고 활력이 느껴집니다. 5%가량 들어간 비오니에 때문이겠죠.

와인을 많이 마셔보지 않은 사람도 "맛있다!"라고 느낄 만한 맛입니다. 드라이하지만 바닐라와 박하 풍미가 달콤한 느낌을 주고, 산도는 중간 정도여서 신맛을 싫어하는 분도 잘 마실 수 있습니다. 풍부한 탄닌은 와인에 탄탄한 구조감을 만들어주지만, 비오니에가 신선하고 부드러운 맛을 더해줘서 떫거나 거칠지 않도록 해줍니다. 14.5%의 알코올은 와인에 부피감을 줘서 입에 가득 찬 느낌을 주고 다른 추출물과 함께 잘 숙성되어 독한 느낌이 없습니다. 블랙베리와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 풍미와 함께 박하와 유칼립투스의 달콤한 풍미가 조화를 이루며, 완숙한 포도의 맛 때문에 잼 풍미도 조금 나옵니다. 여운은 제법 길고 깊이도 있습니다. 묵직한 느낌과 풍부하고 향긋한 풍미가 기분 좋게 이어집니다.

 

 

향, 질감, 맛, 여운의 네 요소가 조화를 이뤄서 부담 없이 즐겁게 마실 수 있습니다. 풍부하고 부드러우며 향기로운 풍미를 즐기면서 그냥 마셔도 좋고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그릴에 구운 고기 요리, 고기 파이 같은 고기 요리 등과 함께 먹으면 더욱 좋습니다. 쉬라즈에 비오니에를 섞은 호주산 와인이 맛이 궁금하다면 꼭 한 번 마셔야 봐야 할 와인이죠.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1년 3월 21일 시음했습니다.

같은 생산자가 만드는 다른 와인에 관한 정보는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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