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스페인] 품종의 특성이 살아있는 가성비 좋은 와인 - Bodegas Sierra Norte Pasión de Bobal 2010

까브드맹 2024. 6. 18. 23:25

Bodegas Sierra Norte Pasión de Bobal 2010

보데가 시에라 노르떼(Bodega Sierra Norte)의 파시옹 데 보발(Pasion de Bobal) 2010은 스페인 동부의 발렌시아(Valencia) 지방에 있는 우티엘 레께나(Utiel Requena) DO에서 재배한 보발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보데가 시에라 노르떼는 1914년에 현재의 우티엘 레께나 DO에 있는 깜포로블리스(Camporrobles) 마을에서 8,000㎡의 땅으로 시작했습니다. 설립자의 선조들인 미구엘(Miguel)과 로렌조(Lorenzo)는 보발 포도밭을 가꾸었죠. 당시에는 마을 주변의 모든 밭에 곡물을 길렀기에 포도나무를 심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나 선조들은 현실론자가 아니라 공상가였기에 포도나무를 심었고, 나중에 영감을 받은 선택이란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후 많은 사람이 포도밭을 가꾸기 시작했죠.

1954년 미구엘과 로렌조의 아들들인 마누엘(Manuel)과 헤라클리오(Heraclio)가 포도원을 이어받았습니다. 그들은 포도원을 확장하여 아버지들이 심은 보발 포도나무가 아닌 뗌프라니요(Tempranillo)를 도입했고, 이 포도는 보발과 섞어서 와인을 만드는데 탁월한 품종이라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포도원의 총면적도 5.5헥타르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와인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잘 기른 포도를 주변의 와인 생산자들에게 팔았을 뿐이었죠. 자신들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그들의 마음속에 떠오르지 않았고, 이 상황이 바뀌기까지 십수 년이 지나야 했습니다.

반응형

 

1970년대가 되자 주변 상황이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였고, 새로운 혁신이 급증했습니다. 1950년대부터 이 지역의 포도 재배는 부분적으로 프랑스가 스페인 와인을 구매한 덕분에 늘어났지만, 보발 포도는 계속 체계적으로 재배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진취적인 정신은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품종인 마카베오(Macabeo)를 도입하게 했고, 마카베오 포도밭 2.5헥타르가 생겼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헤라클리오는 포도 재배에 관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고, 그와 마누엘은 지역에서 완전히 괴짜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10헥타르가량 심었고, 격자 시렁과 점적 관개(drip irrigation) 시설로 재배했습니다. 그 이유를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이러한 결정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여전히 적었습니다. 또한 두 사람은 식물 위생 스프레이(phytosanitary sprays)가 농작물과 조류, 꿀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본 후 기존의 스프레이를 제거하고 유기농으로 포도나무를 재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994년 마누엘과 헤라클리오의 아들인 마누엘과 로렌조가 포도원을 이어받았습니다. 그들은 포도밭을 더욱 확장했고, 포도 품종 수를 늘려 샤르도네(Chardonnay)와 소비뇽(Sauvignon), 메를로(Merlot), 시라(Syrah)를 심었죠. 이 일을 하느라 바쁜 가운데에서도 두 사람 모두 와인 교육 과정을 수강했고, 곧 전문 와인 분야의 회원이 되었습니다.

 

 

1999년 8월에 마누엘과 로렌조는 두 가족의 포도원을 합병하여 와이너리를 만들기로 했고, 그해 12월 보데가 시에라 노르떼가 탄생했습니다. 2000년 3월에 새 와이너리의 건설 작업이 시작되었고, 같은 해에 보데가의 모든 포도밭이 스페인 유기농업위원회로부터 공식적인 유기농 인증을 받았습니다.

2010년 3월에 파시온 데 보발의 생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와인은 우티엘-레께나 DO의 토종 포도로 만든 최초의 단일 품종 와인이었죠. 한때 벌크와인용 포도, 또는 정원용 포도 취급을 받았던 보발은 당시 거의 컬트적인 지위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 포도는 매우 복합적인 와인을 만들어주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평가는 늘 쉽지 않았고 가격도 상당히 비쌌죠. 보네가 시에라 노르떼는 파시온 데 보발을 통해 모두가 좋아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보발 와인을 찾았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염두에 두고 보네가 시에라 노르떼는 파시온 데 보발을 양조했습니다.

 

 

2. 와인 생산지와 와인 양조

보발 포도의 주요 재배지는 우티엘-레께나 DO로 전체 포도밭 면적 32,000헥타르 중 21,000헥타르 이상이 보발 포도밭이죠. 해발 700m~900m의 고지대인 우티엘-레께나 DO는 연간 강수량이 430mm 정도밖에 안 되는 매우 건조한 지역입니다. 지중해에서 약 80km 우티엘-레께나 DO는 지중해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뒤섞이는 곳으로 겨울이 매우 길고 추우며, 4월~5월까지 늦서리가 내립니다. 또한 밤낮으로 일교차가 극심하죠.

보발은 국지성 기후에 잘 적응하고 극단적인 날씨와 질병에도 잘 버티는 품종으로 우티엘-레께나 DO의 혹독한 기후에서도 매우 활기차게 자라며 수확량도 많습니다. 보발은 겨울눈을 늦게 틔워서 서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천천히 느리게 익어서 포도에 산미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티엘-레께나 DO의 여름에 부는 솔라노(Solano)라는 바람은 더위를 식혀줘서 보발의 생장을 도와주죠. 일부 자료에는 보발이 모나스트렐(Monastrell = Mourvèdre)과 같은 품종이라고 나오지만 잘못된 내용입니다.

파시온 데 보발은 해발 920m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수령 60년의 보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10월 말에 수확한 포도를 작은 상자에 담아 양조장으로 옮긴 후 포도 상태에 따라 조심스럽게 분류했습니다. 분류된 포도를 저온 침용 해서 과일 풍미를 늘렸고, 알코올 발효 역시 낮은 온도에서 짧게 진행했습니다. 그런 다음 100% 새 프랑스산 오크통에 담아 젖산 발효하면서 최대 6개월간 숙성했죠. 숙성이 끝난 후 찌꺼기를 제거하는 청징(淸澄)과 안정화, 필터링 과정을 거친 다음 병에 담았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중간 농도의 루비색입니다. 향신료의 향이 먼저 코에 닿고 조금 지나면 검붉은 과일 향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블랙체리와 블랙베리 향이며 구운 과일 향도 약간 납니다. 나중엔 제비꽃 향도 약간 풍깁니다.

깨끗하면서 만만찮은 밀도와 질감을 가졌습니다. 잘 정돈된 구조는 평균 이상입니다.

드라이하지만 과일 풍미 때문에 약간 단 느낌이 납니다. 깨끗하고 적당한 산도가 훌륭하고, 13.5%의 알코올은 튀지 않으면서 와인의 구조에 좋은 역할을 합니다. 블랙체리와 블랙베리의 풍미가 있고, 블랙커런트 느낌도 약간 나옵니다. 초반에 맛봤던 식물 줄기 풍미는 점점 사라지고 정갈한 맛이 드러나네요. 다만 시간이 지나면 단 과일 풍미가 너무 진해집니다. 말쑥한 신사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피노 누아와 메를로의 중간 느낌입니다. 마신 후의 느낌은 깨끗하며 여운도 제법 깁니다. 생각 외로 깨끗한 맛이네요.

 

 

잘 정돈된 탄닌과 정갈하고 순수한 산미, 약간 달콤한 과일 풍미가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약간 토속적이면서 깨끗한 여운이 매력적입니다.

마시기 좋은 온도는 16~18℃이며, 소고기와 양고기 같은 붉은 고기 요리, 오리나 메추라기처럼 풍미가 강한 새 요리와 잘 맞습니다. 파테(Pâté)와 풍미가 진한 치즈, 소시지, 미트 소스를 얹은 밥과 파스타에도 좋은 반주가 되죠.

중저가 와인으로 가성비가 절대 평가보다 좋으며, 2012와 2019 빈티지는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평론지인 기아 페닌(Guia Penin)에서 90점을 받았습니다. 2020 빈티지는 문두스 비니(Mundus Vini) 2022에서 은메달을 받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3년 4월 3일 시음했습니다.

<참고 자료>

1. 보데가 시에라 노르떼 홈페이지

2. 비노테카베니토 파시온 데 보발 항목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