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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단맛과 쓴맛, 신맛의 부드러운 조화와 독특한 개성 - Domaine Roland Schmitt Engelberg Grand Cru Gewürztraminer 2012

까브드맹 2024. 6. 20. 23:13

Domaine Roland Schmitt Engelberg Grand Cru Gewürztraminer 2012

도멘 롤랑 슈미트(Domaine Roland Schmitt)의 엥겔베르그 그랑 크뤼 게뷔르츠트라미너(Engelberg Grand Cru Gewürztraminer) 2012는 알자스(Alsace) AOC의 그랑 크뤼(Grand Cru) 포도밭인 엥겔베르그에서 재배한 게뷔르츠트라미너 포도로 만든 그랑 크뤼 등급의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지와 포도

엥겔베르그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알자스 AOC의 거의 최북단에 있습니다. 엥겔베르그 북쪽의 그랑 크뤼 포도밭은 스타인클로츠(Steinklotz) 하나뿐이며, 엥겔베르그와 비슷한 위도의 그랑 크뤼 포도밭으로 알텐베르그 드 베르비텐(Altenberg de Bergbieten)이 있죠.

엥겔베르그는 보주(Vosges)산맥과 가까우며 고도는 250~300m입니다. 14.8헥타르의 포도밭은 공기가 잘 통해서 보트리스 씨네레아(Botrytis cinerea)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죠. 남쪽으로 노출되어서 포도가 차츰차츰 완전히 익을 수 있도록 햇빛을 최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토양은 이회 석회암(Marl-limestone)으로 이뤄져 있으며 평균 강수량은 연간 600㎜ 정도입니다. 재배 품종은 리슬링(Riesling)이 54%, 게뷔르츠트라미너가 36%, 피노 그리(Pinot Gris)가 10%입니다.

엥겔베르그에선 맛과 향이 오래가는 세련되고 우아한 와인이 나옵니다. 엥겔베르그의 테루아는 와인에 높은 산도와 직선적이면서 깊은 구조를 만들어주죠. 하층에 깔린 석회암 토양이 와인에 섬세하고 우아한 산미를 주고, 토양의 근원이 되는 모암(parent rock)의 균열은 포도 뿌리가 땅속 깊이 파고들게 하여 와인에 미네랄 느낌이 나오게 해줍니다. 또한 와인의 향을 풍부하고 향긋하게 만들어주죠.

엥겔베르그의 리슬링과 게부르츠트라미너 와인은 멋지고 우아하면서 짠맛이 돌고 직선적이면서 부족함이 없습니다. 초반에 강했던 미네랄 풍미는 숙성하면서 자연스럽게 풀어지죠. 엥겔베르그 와인들은 3~4년 정도 지나야 맛이 살아나고, 최소 15년은 보관할 수 있을 만큼 숙성 잠재력이 뛰어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향신료 풍미와 직선적인 산도가 두드러지고, 끝부분에 아주 아름다운 쌉쌀한 맛이 나옵니다.

 

2. 와인 생산자

1) 도멘 롤랑 슈미트의 역사

프랑스와 독일의 경계선에 있는 알자스 AOC는 역사 속에서 양국 간 무력행사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와이너리들은 많은 위기를 겪었고, 때로는 포도밭을 포기해야 하기도 했죠.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40년대 중반부터 1950년까지는 알자스 역사에서 어려운 시기 중 하나였습니다. 새로운 세대가 떼루아의 특성과 독창성을 알기까지 20년이 걸렸고, 롤랑 슈미트(Roland Schmitt)도 이 세대의 일부였습니다.

단호하고 자신감 있는 몇몇 동료와 친구의 도움을 받아 롤랑 슈미트는 알텐베르그 드 베르그하임(Altenberg de Bergheim) 포도밭의 일부를 구매했고, 이 포도밭은 1983년에 알자스 최초의 25개 그랑 크뤼 목록에 올랐습니다. 그의 와인은 언론과 미식가들로부터 즉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는 테루아가 이러한 와인, 특히 같은 해의 글린츠베르그(Glintzberg) 포도밭의 와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합니다.

1993년에 롤랑 슈미트의 노력이 확실한 보상을 받았을 때 그는 안타깝게도 우연한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수년 동안 롤랑을 따르고 지지했던 아내 안느-마리(Anne-Marie)는 홀로 도멘을 운영해야 했죠. 그녀는 10년 동안 포도밭에서 와인을 생산했습니다. 독학으로 포도 재배를 배운 나폴리 태생의 안느는 자신의 지중해적인 성격으로 특징지어지는 새로운 역동성을 도멘에 심었습니다.

1999년에 줄리앙(Julien)이 도멘에 합류했습니다. 확신에 찬 결단력 있는 와인 메이커인 줄리앙은 재빨리 유기농업으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2007년에 포도원을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2002년부터 그의 형제인 브루노(Bruno)가 고객 관계와 마케팅을 맡았고, 최근에는 여동생 루실(Lucile)이 포도 재배와 마케팅 양쪽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2) 도멘 롤랑 슈미트의 포도밭

도멘 롤랑 슈미트는 뛰어난 떼루아를 가진 포도밭을 갖고 있습니다. 남쪽과 남동쪽에는 알자스 최초의 그랑 크뤼 중 하나인 알텐베르그 드 베르그하임이 있고, 남서쪽에는 알텐베르그와 가까운 글린츠베르그가 있죠. 이 포도밭들의 이회석고 토양은 표면에 백운석 자갈이 깔려 있어서 토양을 따뜻하게 해주고 물의 흐름을 촉진합니다. 자연적인 석고와 깊은 곳의 적토 층은 포도나무에 지속적인 신선함을 제공하며, 가물은 해에 특히 유익합니다.

도멘 롤랑 슈미트는 떼루아에 대한 존중과 이를 장기적으로 보존하려는 열망, 소비자에게 건강한 와인을 제공하려는 바램으로 10년 이상 농업과 와인 양조에서 유기농 체계를 따르기로 선택했습니다. 2019년은 이 분야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해입니다. 이해에 도멘 롤랑 슈미트는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사용하기 시작했죠. 이처럼 도멘 롤랑 슈미트는 지속 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 농업에 대한 신념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3) 도멘 롤랑 슈미트의 와인 양조

도멘 롤랑 슈미트는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늘 와인의 균형과 품질을 지향합니다. 가지치기부터 수확까지 포도나무의 생장 주기 전반에 걸쳐 세심하게 관리하며, 특히 수확량의 관리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모든 포도를 손으로 수확한 다음 천천히 으깨고 압착합니다. 압착해서 나온 머스트(must, 포도즙)에 토종 효모를 넣고 온도를 조절하면서 양조합니다. 이러한 방법은 원료인 포도의 성숙과 조화를 이룹니다.

와인을 자연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효모 잔해인 리(lees)를 미세하게 쓰거나 전체적으로 이용합니다. 탱크에는 와인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이산화탄소를 최대치로 넣어주죠.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면 산화 방지와 멸균을 위해 첨가되는 이산화황을 꼭 필요한 수준으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과 토양, 기후, 사려 깊은 작업 방식이 결합하여 도멘 롤랑 슈미트의 고급 와인이 탄생합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연둣빛이 도는 연한 레몬 색입니다. 자몽, 레몬, 오렌지 등의 다양한 시트러스 과일과 사과, 리치의 향을 풍깁니다. 꿀 향도 연하게 나오고 미네랄 향도 느껴집니다. 엘더플라워와 아카시아 같은 흰 꽃, 민트 같은 허브 향도 올라옵니다.

구조가 단단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허술한 것도 아니네요. 혀와 입안을 톡톡 자극하는 질감이 느껴집니다.

달고 쓰면서 뒷맛에 식물성 풍미가 남습니다. 향신료와 리치의 풍미가 인상 깊고 강렬한 느낌을 줍니다. 진하고 깊기보다는 발랄한 느낌입니다. 처음엔 풋과일 풍미만 단조롭게 나오다가 점점 다양한 풍미를 보여줍니다. 마신 후에 남는 다양한 풍미의 여운도 길고 좋습니다. 재미있는 느낌이군요.

단맛과 쓴맛, 신맛의 부드러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개성이 느껴집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중국식 냉채와 해산물 요리, 닭고기냉채, 냉채 족발, 오렌지나 레몬 소스를 사용한 오리 요리, 양념치킨, 매콤한 돼지고기 요리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3년 9월 27일 시음했습니다.

<참고 자료>

1. 뱅달자스닷컴 그랑 크뤼 엥겔베르그 항목

2. 도멘 롤랑 슈미트 홈페이지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