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 그라우 이 그라우(Celler Grau i Grau = Vins Grau S.L.)의 자우메 그라우 디 그라우 아우룸 블랑(Jaume Grau di Grau AVRVM Blanc) 2015는 플라 데 바제스(Pla de Bages) DOP에서 재배한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과 샤르도네(Chardonnay), 마카베우(Macabeo)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지
플라 데 바제스 DOP(Denominación de Origen Protegida, 카탈루냐어로는 Denominació d'Origen Protegida)는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주의 바르셀로나 지방에 있는 와인 생산지입니다. 포도 재배 면적이 500헥타르 미만으로 스페인에서 가장 작은 DOP 중 하나이며, 1997년에 DOP로 지정되었습니다.
지금은 플라 데 바제스가 아주 작은 DOP이지만, 중세에는 포도원의 지나친 확장으로 외국인의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을 금지했을 만큼 와인 산업이 융성했던 지역이었습니다. 19세기 말에는 포도밭 면적이 27,700헥타르에 다다라서 카탈루냐주에서 포도밭이 가장 넓은 지역이었고, 필록세라(phylloxera) 때문에 쑥대밭이 된 프랑스 와인 업계의 사정과 맞물려 와인으로 큰돈을 벌던 곳이었죠.
그러나 스페인 내전과 곡물가의 폭등으로 스페인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산악 지대인 플라 데 바제스를 우회한 철도와 도로의 신설 등으로 바제스의 와인 산업은 쇠퇴를 거듭했습니다. 가파른 경사지의 포도밭도 기계화가 어려워서 1950~1975년 사이에 버려졌습니다.
1995년 DO(Denominació d'Origen)로 지정되고 규제 위원회가 설립되면서 플라 데 바제스의 와인 산업이 부흥하기 시작했습니다. 기계화가 어려웠던 경사지의 포도밭은 고품질 와인의 생산지로 다시 태어났죠. 지금은 17개의 와이너리와 포도밭은 갖고 있지 않아도 양조 실력은 뛰어난 와인 메이커가 활동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2. 와인 생산자
셀러 그라우 이 그라우는 플라 데 바제스 DOP에 있는 소규모 가족 경영 와이너리입니다. 1885년부터 "Grau"라는 이름으로 '특별하고 전통적인 와이너리'라는 정체성에 어울리는 최고급 와인을 만들어왔고, 1966년에 오늘날의 현대적인 와이너리로 재탄생했습니다. 현재 그라우 이 그라우는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모든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젊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라우 이 그라우의 주요 특징은 포도밭에 대한 전통적인 헌신과 맞춤화된 와인 양조입니다. 현재 와이너리를 맡고 있는 조르디 카사노바스 그라우(Jordi Casanovas Grau)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와인 양조학을 전공했고, 이때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위스의 와이너리들과 협업을 통한 추가적인 경험을 쌓았습니다. 1993년 학위를 마친 조르디는 그라우 이 그라우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조르디는 포도밭부터 병입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있으며, 그의 전문성은 최고급 와인에서 드러나죠.
그라우 이 그라우는 포도밭 규모는 20헥타르가량 됩니다. 아노이아(Anoia)와 바제스 두 지역에 걸친 해발 600m의 포도밭은 토양과 기후가 양조용 포도를 기르기에 매우 좋습니다. 이곳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은 아주 신선하고 부드럽게 농축되었으며 숙성 능력도 뛰어납니다.
자연 생태를 반영한 포도 재배는 그라우 이 그라우의 특징입니다. 상호 요소를 밀접하게 연결하여 환경과 지역을 보호하는 동시에 그라우 이 그라우의 전통적인 맛을 보존하면서 소비자의 건강과 관계 깊은 다양한 오가닉 와인을 생산하죠. CCPAE(Català de la Producció Agrària Ecològica, 생태학적 농업 생산을 위한 카탈루냐) 인증과 함께 토지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정성 들여 와인을 생산합니다.
청포도로 피카폴(Picapoll), 마카베오,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를 재배하고, 흑포도로 울 데 리브리(Ull de llebre),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시라(Syrah), 메를로(Merlot), 가르나차(Garnatxa), 수몰(Sumoll) 같은 다양한 포도를 기릅니다.
2013년에 그라우 이 그라우의 와인은 전 세계 와인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제20회 브뤼셀 문디알 콩쿠르(20th Edition of Concourse Mundial de Bruxelles)’에서 2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2005년에 금메달, 2010년에 은메달을 수상한 적도 있습니다.
3. 와인 양조
자우메 그라우 이 그라우는 그라우 이 그라우의 와인 브랜드 중 하나이며, "AVRVM"은 "황금(gold), 황금시대, 황금기" 등을 뜻하는 라틴어입니다. 아우름 화이트는 이 브랜드의 가장 대중적인 와인이죠.
2015 빈티지는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 마카베오를 썼지만, 최근 빈티지는 소비뇽 블랑과 피카폴 블랑을 사용합니다. 수확한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넣고 18℃의 온도에서 발효하고 숙성해서 만들었습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이름 그대로 진한 황금색입니다. 진한 레몬 향과 함께 조금 맵싸한 새순과 구수한 볶은 콩 향을 살짝 풍깁니다. 풀과 덜 익은 복숭아 향도 나오네요. 시간이 지나면 슬슬 버터와 견과류 향도 올라옵니다.
진득할 정도로 진합니다. 질긴 구조는 크거나 뛰어나진 않습니다.
드라이하며 산미는 강하지 않아 아쉽습니다. 나무와 덜 익은 복숭아, 날 견과류 등의 풍미가 나오네요. 과일 풍미보다 풀 줄기나 식물 뿌리 같은 느낌이 더 강합니다. 전체적으로 풍미가 단조롭고 산도도 높지 않아 활력이 떨어집니다. 강한 알코올 기운은 입에 화끈한 느낌을 주네요. 시간이 지나면 느끼하긴 하지만 고소하고 단맛이 늘어납니다.
강한 알코올 기운 때문에 마신 후에도 강한 자극을 남기지만, 풍미는 좋지 않습니다. 나무와 덜 익은 견과류 느낌이 이어집니다.
드라이한 맛에 13%의 알코올이 강한 인상을 주지만, 산미가 빈약해서 활력을 주지 못합니다.
의아한 것은 셀러 그라우 이 그라우의 홈페이지에 나온 테이스팅 노트를 보면
"녹색 색조를 띤 깨끗하고 밝은 레몬색은 젊음을 나타냅니다. 코에 흰 과일 향을 비롯한 과일 향이 매우 강합니다. 가볍고 신선합니다. 사용한 포도 품종을 반영한 길고 우아한 마무리."
라고 나와서 제 시음한 것과 차이가 납니다. 최근 빈티지에선 샤르도네와 마카베오 대신 피카폴을 사용해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제가 마셨던 와인의 상태가 좋지 않았던 걸까요? 확실히 알려면 다시 한번 시음해 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기회가 다시 왔으면 합니다.
마시기 좋은 온도는 8~10℃이며, 샐러드와 채소 요리, 모든 종류의 생선과 해산물 요리, 닭고기 요리에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9년 7월 19일 시음했습니다.
<참고 자료>
1. 플라 데 바제스 닷컴 https://dopladebages.com
2. 셀러 그라우 이 그라우 홈페이지 https://www.cellergrauigrau.com
3. 와인21닷컴 뱅 그라우 항목 https://www.wine21.com/14_info/info_view.html?Idx=9696
4.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