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매자가 제공한 와인의 테이스팅 노트입니다.
1. 포르투갈 레드 와인
포르투갈에는 250종 이상의 토착 포도가 자랍니다. 이 중에는 아라고네즈(Aragonez) 또는 띤따 호리즈(Tinta Roriz)로 불리는 뗌프라니요(Tempranillo)나 알바리뇨(Albarihno)처럼 스페인에서도 재배하는 포도도 있지만, 뚜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이나 뚜리카 프랑카(Touriga Franca)처럼 주로 포르투갈 와인에서 사용되는 품종도 다수 있죠.
이러한 고유 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은 어릴 때 검은 과일 향을 주로 풍기는 것들이 많습니다. 비디갈 와인스(Vidigal Wines)의 뽀르타(Porta) 6, 까사 아나디아 다웅 띤토(Casa Anadia Dão Tinto), 에르다데 도 호심 그랑제 호심 헤세르바((Herdade do Rocim Grande Rocim Reserva) 등의 포르투갈 레드 와인이 그랬죠. 그래서 “포르투갈 레드 와인 = 검은 과일의 향과 맛”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품종에 따라, 생산자에 따라, 특히 숙성된 세월에 따라 붉은 과일의 향과 맛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죠.
2. 퀸타 다 로메네이라(Quinta da Romaneira).
퀸타 다 로메네이라는 1757년부터 포르투갈 북부의 도우루(Douro)에서 와인을 만들어 온 유서 깊은 와이너리입니다. 문헌에 나온 와인 생산 시기는 1757년부터 약 266년간이지만, 경작해 온 포도밭의 역사는 600년가량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1757년은 퀸타가 정식으로 등록된 연도인 것이지 와인 생산은 그 전부터 이뤄졌다고 봐야겠죠.
19세기에 조아킴 지 수자 기마레이스(Joaquim de Souza Guimarães)가 생산한 로마네이라의 1861년산과 1863년산 포트와인(Port Wine)이 1872년에 영국의 크리스티(Christie) 경매에 나왔습니다. 로메네이라의 포트와인이 크리스티에서 경매된 최초의 싱글 퀸타 포트(Single Quinta Port)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로메네이라 포트와인의 위상을 알 수 있습니다.
포트와인 연구에 전념했던 헨리 비제텔리(Henry Vizetelly) 같은 19세기의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에도 퀸타 다 로마네리아에 대한 다양한 언급이 나옵니다. 빌라 마이오르 자작(The Viscount of Vila Maior)은 로마네리아 와인을 “부드러움, 바디와 향으로 유명한 도우루 최고의 와인 중 하나"로 분류했고, 스페인에서 수입된 뗌프라니요 포도가 로마네이라에 처음 소개되었으며 나중에 "Tinta Roriz"라고 불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1942년 아르날도 디아스 몬테이로 지 바로스(Arnaldo Dias Monteiro de Barros)가 퀸타 다 로마네이라를 인수하면서 로마네이라는 그동안 매입되었던 이웃한 여러 와이너리와 하나로 합쳐졌습니다. 이로써 로마네리아는 도우루 지역 기준으로 초대형 와이너리가 되었죠.
2004년에 도우루에서 가장 뛰어난 포트와인 회사 중 하나인 퀸타 두 노발(Quinta do Noval)의 재탄생을 담당했던 크리스티앙 실리(Christian Seely)가 그의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 투자자 그룹을 모아 412헥타르 규모의 퀸타 다 로마네이라를 인수했습니다. 그후 로마네이라는 매우 광범위한 개조와 재건축, 재조림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2012년 말에 도우루 지역에 관심이 컸던 브라질 사업가인 앙드레 에스테베스(André Esteves)가 크리스티앙 실리와 협력하여 로마네이라의 대주주가 되었고, 같은 꿈을 공유하는 두 파트너의 노력으로 로마네이라는 도우루의 고급 와인과 포트와인 생산자 사이에서 입지를 강화했습니다.
26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퀸타 다 로마네이라는 오늘날 와인을 통하여 역사적인 테루아의 잠재력을 최대한 표현합니다. 드넓은 포도원 부지에는 현재의 로마네이라 포도원을 만들기 위해 인수했던 리세이라스(Liceiras)와 카하파타(Carrapata), 말라달(Malhadal), 바르카(Barca), 바이할(Bairral) 푸가(Pulga) 같은 필록세라 시대 이전의 오래된 포도밭 이름이 계속 남아 있습니다. 이 포도밭 중 대부분은 1757년에 “비뉴 지 페이토리아(Vinho de Feitoria)”로 지정된 곳입니다. 비뉴 지 페이토리아는 포르투갈어로 “Feitoria Inglesa”라고 부르는 포르토(Porto)의 영국 공장 하우스(The British Factory House)를 통한 포트와인 수출 능력을 포함하여 당시 최고 품질로 분류된 포도밭을 뜻합니다.
3. 와인 양조
도우루 DOC 등급인 퀸타 다 로마네이라 띤토 2014는 뚜리가 나시오날 60%에 뚜리가 프랑카 20%, 띤타 호리즈 10%, 띤타 까옹(Tinta Cão) 10%를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으깬 포도를 특별히 디자인된 원뿔 모양의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 넣고 25~28℃ 사이에서 알코올 발효했습니다. 알코올 발효가 끝난 후에는 225ℓ 들이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4개월 동안 숙성했죠. 새 오크통의 비율은 20%이며, 나머지는 중고 오크통에서 숙성했습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코르크를 따고 30분 뒤에 시음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린 포르투갈 레드 와인은 진한 자줏빛이지만, 이 와인은 10년이라는 숙성 기간을 입증하듯 진한 루비색을 띱니다. 검은 과일을 지나 체리와 라즈베리, 레드 커런트, 서양 자두 향 같은 붉은 과일 향이 풍성합니다. 시원한 나무와 박하, 스파이시한 향신료 향도 풍기고, 구수한 향도 나오네요. 자연스러우면서 복합적인 향이 훌륭합니다.
잘 익은 탄닌이 풍성합니다. 약간 풀어진 느낌도 들지만, 허술한 구석 없이 푸근하며 10년의 세월을 반영하듯 자연스럽습니다.
붉은 과일의 새콤한 산미가 인상적이군요. 드라이하지만 잘 익은 탄닌과 넉넉한 붉은 과일 풍미가 산미와 어우러지면서 코와 비강에 단 느낌을 촉촉이 전해줍니다. 산딸기와 레드 체리, 레드 커런트 같은 붉은 과일 풍미를 중심으로 이파리 같은 식물성 풍미가 살짝 나오고, 시원한 박하 풍미도 느껴지네요. 마신 후엔 붉은 과일과 허브의 느낌이 길게 남고 구수한 흙 풍미도 함께 합니다. 거슬리는 것 없이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매력적입니다.
어릴 때의 모습은 모르겠지만, 숙성을 거치면서 거의 완벽한 균형을 갖췄습니다. 풍성한 붉은 과일의 산미와 푸근하고 부드러운 탄닌, 13.5%나 되지만 자연스러운 알코올이 조화를 이룹니다.
향보다 맛이 조금 아쉽지만, 거칠 것 없이 쭉쭉 들어갑니다. 어찌 보면 꽤 괜찮은 끼안티 와인과 느낌이 비슷합니다. 붉은 과일의 맛과 향이 자연스러운 레드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강추! 부르고뉴 와인의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어설픈 피노 누아 와인을 마시느니 이 와인을 선택하겠습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으로는 레어나 미디엄 레어로 잘 구운 소고기, 또는 양고기 스테이크, 로스트비프, 잘 숙성된 한우 등심이나 갈빗살구이, 뵈프 부르기뇽 등의 육류 요리입니다. 훈제 오리나 유황 오리구이도 좋습니다. 면 요리라면 미트 소스 파스타와 토마토 파스타가 좋겠군요. 버섯과 고기를 토핑한 피자도 잘 맞습니다. 치즈는 오래 숙성된 콩테 같은 옐로우 치즈가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4년 5월 24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