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이너리

[스페인] "고품질의 레세르바 와인을 만들겠다" - 파고 데 시르서스(Pago de Cirsus)

까브드맹 2018. 6. 26. 08:00

파고 데 시르서스의 로고

1. 나바라

프랑스에서 피레네(Pyrenees) 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들어간 다음 와인 명산지인 리오하에 도착하기 직전에 거치는 곳이 있습니다. 일찍이 나바라 왕국이 있었던 나바라(Navarra) 지역이죠. 한때 나바라는 필록세라의 공격으로 전전긍긍하던 프랑스 네고시앙의 버팀목이 될 만큼 와인 산업이 발달했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철도가 리오하(Rioja)의 아로(Haro)시를 지나가면서 나바라의 와인 산업은 발전을 멈추죠. 이후 20세기 내내 나바라의 와이너리들은 가르나차(Garnacha, 그르나슈)로 강하고 진한 맛을 가진 레드 벌크 와인과 알코올 도수가 높고 일찍 산화해버리는 로제 와인을 줄곧 만듭니다.

하지만 글로벌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 시라(Syrah)를 실험적으로 재배하고, 청포도로는 샤르도네(Chardonnay)와 무스까델(Muscatel)도 심기 시작했습니다. 또 스페인 전통 포도인 뗌프라니요(Tempranillo)의 재배도 활발해져서 나바라 전역에서 이미 가르나차의 생산량을 넘어섰지요. 이러한 품종을 와인 양조에 사용하고 본격적으로 프렌치 오크통을 쓰면서 나바라 와인은 품질이 점차 올라가고 있으며 국제 시장에서의 인기도 함께 상승하고 있습니다.

 

 

나바라 레드 와인은 다양한 국제 품종과 토착 포도를 혼합한 후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프렌치 오크 숙성은 남쪽으로 인접한 리오하보다 사용 빈도가 더 잦습니다. 그것은 스페인 전통 포도를 많이 사용하는 리오하보다 프랑스 품종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수출시장에서 인기 좋은 나바라 와인의 맛과 향은 인접한 리오하와 소몬타노(Somontano)의 중간쯤 됩니다.

2. 파고 데 시르서스의 역사

나바라 남부의 고지대에는 14세기 나바라 왕국의 건축 양식으로 지은 5성급의 고급 호텔이 있습니다. 파고 데 시르서스(Pago de Cirsus) 와이너리는 그 옆에 있죠.

파고 데 시르서스의 모습
(5성급 호텔의 모습. 방 12개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pagodecirsus.com)

이 멋진 호텔과 와이너리의 주인은 이나키 누네즈(Inaki Nunez)입니다. 이나키 누네즈는 원래 영화업계에서 영화 제작과 배급을 주로 했으며 업무에 관련해서 많은 여행 경험을 가졌습니다. 캐롤 부케(Carole Bouquet)와 마이클 더글라스(Michael Douglas), 샤론 스톤(Sharon Stone) 같은 최고의 영화 제작자와 배우들을 친구로 둔 이나키는 종종 미국으로 여행을 가곤 했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의 캘리포니아가 영화와 와인이 공존하는 장소였기 때문이었죠.

이나키 누네즈입니다.
(이나키 누네즈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pagodecirsus.com/en/inaki/)

이처럼 와인에 빠져 들은 이나키는 나바라의 아블리타스(Ablitas) 자치체에 있는 200헥타르 규모의 "보란딘(Volandin)" 포도밭을 사들이면서 와인의 세계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포도밭에 가장 이상적이며 적합하다고 생각한 포도들을 심었습니다. 48헥타르의 까베르네 소비뇽과 44헥타르의 메를로, 18헥타르의 뗌프라니요, 20헥타르의 샤르도네, 5헥타르의 알이 작은 뮈스까(Muscat=Muscatel)였죠.

2002년에 드디어 "고품질의 레세르바 와인을 만들겠다"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보데가(Bodega)를 설립합니다.

3. 파고 데 시르서스의 와인

이나키는 훌륭한 와인을 만든다는 목표로 주저 없이 포도 수확량을 헥타르당 평균 45,000㎏ 정도로 줄였고, 때때로 더 줄일 때도 있습니다. 고품질 와인에 관해서 말할 때 포도 수확량을 종종 언급하는 것은 포도 수확량과 와인 품질이 반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이죠. 보통 한 그루의 포도나무에 포도송이가 많이 열리도록 하면 수확량은 늘어나지만, 각 포도는 맛과 양분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한 그루의 포도나무가 빨아들일 수 있는 양분과 광합성으로 만드는 포도당의 양이 한정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서 한 그루의 포도나무가 광합성으로 만든 포도당의 양이 1,000단위이고, 그 포도나무에 20송이의 포도가 열렸다면 포도 한 송이당 들어가는 포도당의 양은 50단위가 됩니다. 그런데 포도가 익기 전에 솎아내서 8송이 정도만 남겨두면 포도당의 양은 한 송이당 125단위가 되죠. 단순하게 따져봤을 때 두 배 이상의 당도를 가진 포도를 수확할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품질 좋은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더 뛰어난 맛과 향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포도 수확량을 줄이면 와인 생산량도 당연히 적어지므로 포도 재배자와 와인 생산자는 손익을 잘 따져서 수확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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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파고 데 시르서스에서는 헥타르 당 포도 수확량을 최대로 줄인 다음 아주 품질 좋은 포도로 강한 구조를 가진 우아하고 훌륭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현재 와인 양조는 보르도 그랑 크뤼 1등급인 샤토 오-브리옹(Chateau Haut-Brion)에서 일했던 와인 메이커가 맡고 있습니다.

짧은 와인 생산 경력을 가졌지만, 이나키는 이런 노력으로 나바라 지역에서 벌써 두 개의 금메달을 수상했습니다. 하나는 나바라의 꼴레라(Corella)에서 매년 열리는 와인 경연대회에서 받은 것이고, 또 하나는 코프라디아 델 비노 드 나바라(Cofradia del Vino de Navarra)에서 받은 것이죠. 이외에

• 월드 랭킹 와인 앤 스피리츠(World Ranking Wine &amp Spirits) 2009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Best Winery in the World) 부문 95위

• 디캔터(Decanter) 선정 세계 100대 와이너리

• 인터내셔날 컴피티션 오브 그레이터 프리스티지(International Competitions of greater prestige) 와이너리 부문에서 31개의 금메달 획득

등의 수상 경력이 있죠.

파고 데 시르서스는 나바라뿐만 아니라 서쪽에 있는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 Duero)에서도 와인을 생산합니다.

 

 

국내에 들어온 파도 데 시르서스 와인은 아래의 같습니다.

① 파고 데 시르서스 오11 셀렉시온(Pago de Cirsus O11 Seleccion)

② 파고 데 시르서스 셀렉시온 데 파밀리아(Pago de Cirsus de Familia)

③ 파고 데 시르서스 뀌베 이스페셜(Pago de Cirsus Cuvee Especial)

④ 파고 데 시르서스 샤르도네 페르멘타도 엔 바리카(Pago de Cirsus Chardonnay Fermentado en Barrica)

⑤ 파고 데 시르서스 벤디미아 셀렉시오나다(Pago de Cirsus Vendimia Seleccionada) 

파고 데 시르서스 싱글 빈야드 오크 에이지드(Pago de Cirsus Single Vineyard Oak Aged)

⑦ 파고 데 시르서스 샤르도네(Pago de Cirsus Chardonnay)

모두 나바라 와인이죠.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_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_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3. 와인21 닷컴

4. 파고 드 시르서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