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내가 마신 가장 맛있는 와인 2편은 종류별로 뽑아본 우수 와인 19선입니다.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스파클링 와인, 로제 와인, 강화 와인 그리고 라이스 와인(?)인 국산 청주까지 모두 6가지 종류의 와인 중에서 각각 우수한 제품들을 뽑아보았습니다. 선별 기준은 역시 제가 마시고 매긴 점수입니다.^^
'종류 불문 가격 불문 베스트 와인 10선'과 마찬가지로 각 와인마다 사진과 간략한 시음 내용을 올렸고, 자세한 시음기를 링크로 달았습니다. 작년 말에 시음해서 아직 시음기를 작성하지 못한 와인들에 대한 상세한 시음기는 조만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 종류별로 뽑아본 2011년 우수 와인 19선
1. 레드 와인
1) 펜폴즈 빈 그랜지_Penfolds Bin 95 Grange 1996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와인. 다만 시중에서는 이제 구입할 수 없을 것이고, 구할 수 있다고 해도 가격이 너무 세다는 것이 결정적인 단점이죠. 이걸 드시려면 개인적으로 소장중인 분을 찾으셔야 할 겁니다. 블랙 체리, 블랙 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향, 삼나무를 비롯한 훌륭한 나무향이 이어지는 기품있고 고귀하며 세련된 맛을 지녀 호주 와인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세련되고 탄탄한 탄닌이 입안에서 보여주는 맛은 다른 와인과 비교를 불허합니다.
2) 본 로마네 프르미에 크뤼 레 쉬쇼 프리어 로크_Vosne Romanee 1er Cru Les Suchots Prieure Roch 2001
매우 독특하고 특이한 와인으로 부르고뉴 와인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졸이거나 말린 과일의 단 내음, 오렌지, 사과, 배 향기, 향긋한 나무 수지 냄새와 육계피 같은 스파이스 향이 뒤섞이며 계속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향에서는 오래도록 숙성된 느낌이 난다면 맛에서는 아직 건장한 느낌이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상큼하지만 날카롭지 않고 부드러운 산미의 오묘한 맛을 볼 수 있죠. 밸런스도 아주 좋습니다.
3) 끌로 드 부죠 그랑 크뤼 도멘 프랑소와 라마르끄_Clos de Vougeot Grand Cru Domaine Francois Lamarche 2005
잘 익은 검은 과일들의 농후하고 달콤한 내음이 가득합니다. 여기에 부드럽고 풍부한 오크향이 조화를 이루죠. 또한 동물의 노린내와 달고 매콤한 향신료의 향기도 겹쳐집니다. 시간이 갈수록 향의 깊이는 더욱 깊어지죠. 드라이한 맛에 입안 가득 상큼하고 부드러운 산미가 느껴지면서 침이 샘솟고, 계속 손이 당겨지는 매력을 지닌 와인입니다. 마치 액체로 된 검은 체리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신선한 서양자두와 블루베리, 블랙베리 같은 과일향에 고급 시가의 향긋한 향과 토피_Toffee의 달콤한 내음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향의 어울림이 상당히 그윽하고 고혹적이죠. 드라이하며 적당한 산도를 지녔고 아주 부드럽고 장중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와인입니다. 그 깨끗하며 깊이 있는 느낌 때문에 고귀하고 정숙한 귀부인이 연상됩니다.
보르도 1855 그랑 크뤼 2등급의 와인에 어울리는 수준의 맛과 향을 보여줬지만, 2004년의 포도 작황이 별로 좋지 않았는지 과일향이 조금 부족하더군요. 그래도 맛과 향이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새콤한 자두, 체리, 블랙 커런트의 과일향과 바닐라, 스위트 스파이스, 정향 등의 다양한 향이 납니다. 얇으면서 탱탱한 유리 같은 느낌, 빨간색의 투명한 유리로 만든 장미 같은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1) 꼭똥 샤를마뉴 그랑 크뤼 보노 뒤 마르트레_Corton-Charlemagne Grand Cru Bonneau du Martray 2005
초반에는 견과류와 오크, 신선한 버터향, 중반에는 시나몬 같은 향신료, 흰 꽃, 고소한 코코넛 밀크, 바닐라향, 그리고 후반에는 배, 오렌지 오일향과 함께 은근한 커피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오크, 신선한 버터, 달고 고소한 바닐라, 오렌지 오일향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맛에서는 레몬, 사과 같은 산미가 강한 과일 풍미가 나지만 날카롭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아울러 살짝 배와 시나몬 같은 향신료의 풍미도 납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잡힌 와인으로 우아하고 섬세한 맛이 참 좋습니다.
2) 샤사뉴 몽라셰 프르미에 크뤼 레젬브라제 도멘 모레 에 소피_Chassagne-Montrachet 1er Cru Les Embrazees Domaine Morey et Sophie 2007
서양배, 덜 익은 사과, 복숭아, 모과 같은 과일향에 돌 내음 같은 미네랄 풍미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부드럽고 우아한 나무향과 함께 구운 헤이즐넛과 구운 아몬드처럼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 흘러 나옵니다. 맛은 달지 않고 드라이 합니다. 매력적인 산미와 약간의 쓴맛, 그리고 오일리한 질감이 결합하여 오렌지 오일 같은 맛을 선사합니다. 사과와 풋복숭아, 덜 익은 파인애플 풍미도 나며 미네랄 풍미 역시 맛볼 수 있죠. 다소 견고하면서도 복합적인 면모가 있어 화이트 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적인 느낌이 납니다.
사과, 레몬, 오렌지 오일 등의 향과 함께 코코넛, 버터 같은 고소한 향이 섞여 상당히 다양한 향이 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고소한 향이 두드러져 구운 견과류나 구운 헤이즐넛 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오렌지, 레몬, 사과 같은 과일의 맛과 함께 미네랄의 풍미가 나며, 짜릿하고 기분 좋은 산미가 매력적입니다. 침이 샘솟고 잔에 저절로 손이 가네요. 그냥 마셔도 좋고 음식과 함께라면 더욱 좋습니다.
잘 익은 사과, 레몬, 배, 멜론와 견과류 등의 향이 나고 미네랄과 스모키한 내음도 납니다. 매끄럽고 탄탄한 질감과 진한 농도로 인해 묵직한 힘과 상당한 무게감이 있죠. 매우 드라이하며 사과와 레몬, 미네랄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집니다. 산도가 매우 강하고 기분 좋은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적당히 길게 이어지는 여운은 느낌이 좋고 힘이 있습니다.
농익은 사과의 단 내음과 흰 꽃 향기가 나면서 토스트 같은 구수한 향이 섞여 나옵니다. 고소하고 달콤한 구운 견과류 향도 나오죠. 향은 전체적으로 복합적이며 무게감이 있습니다. 드라이한 맛과 함께 그 맛을 충실히 뒷받침 해주는 산미를 지녔고, 묵직하고 풍부한 맛이 납니다. 다른 샴페인이 여성적인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상당히 남성적인 느낌을 줍니다.
향의 선이 굉장히 가는 샴페인으로 이스트 향 속에서 그린 후르츠 정도의 과일향과 린덴꽃의 향이 나옵니다. 굉장히 정제된 향이 계속 천천히 이어집니다. 후반부에는 껍질을 벗긴 붉은 과일향과 블랙 커런트 향이 살짝 모습을 보이며, 은근한 계피향도 맡을 수 있죠. 맛은 굉장히 드라이하며 산미가 강한데, 깔끔하고 차갑다는 느낌이 듭니다. 섬세한 이스트의 풍미가 마지막까지 계속 나타나며, 끝에 가면 밑바닥에서 살짝 우러나오는 미세한 단맛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 고귀하고 도도하며 가는 선을 지닌, 그러나 강철같은 의지를 지닌 미녀가 칼날 위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3) 샴페인 드 수자 에 피스 레제르브 블랑 드 블랑 브뤼_Champagne De Sousa et Fils Reserve Blanc de Blancs Brut NV
전반부에는 잘 익은 사과나 모과 같은 농익은 과일 냄새가 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이스트와 스모키한 내음이 납니다. 이스트 계열의 향은 점차 강해져서 나중엔 구수한 빵 냄새를 확실히 맡을 수 있죠. 드라이하면서 적당한 산미, 그리고 약간의 쓴 맛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첫 맛은 사과와 풋복숭아를 연상케 하며 여기에 모과 같은 농익은 과일 맛이 약간 납니다. 또한 마시다 보면 잘 익은 부사 사과가 떠오르기도 하지요. 이스트 느낌도 살짝 있습니다.
5) 따흐랑 뀌베 루이 엑스트라 브뤼_Tarlant Cuvee Louis Extra Brut NV
일반 샴페인이 보통 3년 정도 병숙성하는데 비해, 따흐랑 뀌베 루이 엑스라 브뤼는 무려 10년간 병숙성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버블이 아주 미세해지면서 전체적으로 풍성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흘러넘치지지요. 위에 나온 루이 뢰데르가 깨끗하고 얇은 느낌을 준다면, 이 샴페인은 부드럽고 두터운 느낌을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구석도 있지요.
딸기, 산딸기, 약한 레드 체리, 홍사과 같은 새콤한 붉은 과일향에 풋복숭아, 청도 복숭아, 신선한 허브, 약한 나무 줄기향이 더해지는데 깨끗하고 깔끔하며 잡스런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아주 드라이하며 새콤한 산도가 굉장히 인상적인데, 붉은 과일의 느낌이 스며든 신맛은 입 안에 침이 저절로 샘솟게 만듭니다. 살에 붉은 기운이 스며든 백도의 맛과 비슷하지만 귤과 비슷한 풍미도 느껴집니다. 이처럼 깔끔한 풍미가 둥근 질감과 어울려 꽤 맛이 좋습니다.
제법 풍부한 향을 뿜어내는데, 달큰한 향기 가운데 구수한 누룩향도 맡을 수 있습니다. 깨끗하고 깔끔하며 무게감은 가벼운 청주로 인상적이고 풍부한 맛은 아니지만 산뜻하고 적당한 산도와 단맛을 지녀 몇 잔을 마셔도 질리지 않는 느낌을 줍니다. 전통 동동주처럼 진하고 묵직한 느낌은 아니지만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맛과 향이 떨어지지 않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단 내음이 나는 향 속에 구수한 누룩향도 잘 피어나고 있습니다. 슬쩍 과일 계통의 향이 나는 것이 화이트 와인처럼 느껴지는 구석이 있죠. 매끄러운 기운이 느껴지며 깔끔하고 깨끗한 질감을 갖고 있습니다. 기분좋은 산미에 적당한 단맛이 어우러져 꽤 상쾌한 풍미를 보여줍니다. 동급 청주 중에서는 산미와 당도가 상당히 강한 편입니다. 입에 착착 붙으면서 질리지 않는 맛과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는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