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청주] 천년을 이어온 전통 양조법인 백하주법으로 만든 - 배상면주가 차례술

까브드맹 2011. 2. 19. 09:04

● 생산 지역 : 한국 > 경기도 > 포천시

● 재료 : 쌀, 누룩

● 어울리는 음식 : 불고기, 생선전, 육전, 잡채 같은 각종 한식 요리, 생선회, 해산물 요리 등.

'배상면주가'는 국순당을 설립한 우곡 배상면 선생의 차남인 배영호씨가 경영하는 주류회사입니다. 국순당과 마찬가지로 우리 고유의 양조방식을 사용한 술을 만드는 회사죠. 주력 제품으로는 백세주와 함께 전통 약주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산사춘이 있습니다.

국순당에서 제례주 시장에 진출하려고 '예담'을 내놓았듯 배상면주가에서도 제례주 시장을 겨냥한 청주를 내놓았습니다. 이름도 차례 지낼 때 쓰라고 '차례술'이죠. 개인적으로는 솔직 담백하고 직관적인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이 "차례술 주세요~"하면 생각나서 바로 꺼내줄 수 있고, 손님도 이름만 보고 술의 성격을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배상면주가 차례술은 '천년을 이어온 우리 고유의 술 만드는 방법'인 '백하주법'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백하주법은 천 년 전에 천안에서 만들어져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전해지는 양조법인데, 백하란 "술이 익을 때 흰 아지랑이가 술 표면에 뜨는 것이 마치 노을 지는 것 같다 해서 붙은 이름으로 술이 잘 익었는지 알려주는 기준"이라고 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생쌀을 발효하여 술을 만든다는 것이죠.

보통 청주를 만들 때는 쌀로 고두밥을 지어서 쌀알의 전분을 발효가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줍니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는 밀로 만든 누룩을 넣고, 일본에서는 쌀에 효모를 배양한 입국을 넣죠. 그런데 백하주법에서는 고두밥을 짓지 않고 쌀을 갈아 수 시간 동안 물에 불립니다. 여기에 끓는 물을 부은 다음 적당히 식었을 때 물에 갠 누룩을 넣어서 발효합니다. 이런 발효기법을 ‘무증자사입법’이라 하며 1766년에 유중림이 지은 농서인 증보산림경제에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보통 90여 일 동안 천천히 발효하는데 맑고 영롱한 색과 특유의 은은한 향과 맛을 갖게 된다고 하네요. '고사촬요'라는 고서에도 '백미 한 되를 갈아 그릇에 담고, 뜨거운 물 세 병을 쳐서 식은 뒤에 누룩 가루 한 되와 주모 한 되를 섞어 독에 넣었다'라고 하여 백하주 빚는 법이 적혀있다고 합니다.

현대에 이르러 국순당을 세운 배상면 선생이 백하주법 복원에 성공해서 국순당에선 백세주에 적용했고, 배상면주가에선 자사의 막걸리와 청주를 만들 때 이 방법을 씁니다. 그런데 국순당과 배상면주가에서 사용하는 생쌀발효법이 정말 전통 백하주법을 복원한 것인지? 아니면 생쌀을 쓸 뿐이지 백하주법과 차이가 있는지? 제조 공정을 단축해서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편법인지? 에 관해 인터넷상에서 논쟁이 있더군요. 아래에 링크된 세 포스트는 배상면주가에서 나오는 느린마을 막걸리와 관련된 세 블로거의 글입니다. 국순당과 배상면주가에서 쓰는 생쌀발효법의 정통 여부와 생쌀발효법으로 만든 술의 맛에 관한 내용이 나와 있으니 한번 읽어보고 직접 판단해보세요.

느린마을 양조장 - 뇌주름님의 포스트

무증자 누룩의 생쌀 발효법에 대해.: 느린마을 막걸리를 위해 - 까날님의 포스트

생쌀발효법 논쟁 - 한도사님의 포스트

생쌀발효법 소개 - 대현농산 홈페이지

블로거 사이에서 벌어진 생쌀발효법 논쟁과 별개로 생쌀발효법은 다른 술에도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초반부터 천안 지역에서 양산하는 '도솔 연미주(蓮美酒)' 역시 생쌀발효법으로 만든 술입니다.

○ 천안시 홍보 블로그 살맛나는 천안 이야기 중 연미주 관련 포스트

국순당에서 사용하는 생쌀발효법은 배상면 선생이 특허 등록을 했으므로 다른 곳에선 함부로 쓸 수 없을 텐데 도솔 연미주에 사용된 걸 보면 두 회사의 기술이 이름만 같을 뿐이지 기법은 조금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논란이 있는 생쌀발효법으로 만든 배상면주가 차례술이지만, 적어도 이번에 시음했던 4천 원대 청주중에선 가장 맛이 뛰어납니다.

아주 진한 황색, 또는 옅은 갈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확실히 백화수복과 경주법주천수하고 확연히 다른 진한 색입니다. 달짝지근한 향이 상당히 풍부하며 구수한 누룩 향도 잘 나옵니다. 과일 계통의 향도 살짝 나와서 화이트 와인처럼 느껴지는 면도 있습니다.

매끄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깔끔하고 깨끗한 맛입니다. 알코올 도수가 12%로 비교적 낮지만, 입안을 강하게 자극하는 힘을 가졌습니다. 기분 좋고 개성적입니다. 잡맛은 거의 찾을 수 없으며 기분 좋은 산미에 적당한 단맛이 어우러져 풍미가 꽤 상쾌합니다. 동급 청주중에선 산미와 당도가 상당히 강해서 독일산 리슬링 와인이 떠오르는군요. 품질 좋은 화이트 와인처럼 산뜻하고 우아한 맛이지만, 곡주 특유의 부드럽고 찰기 어린 느낌이 이 술이 청주라는 것을 인식시켜주네요. 입에 착착 붙으면서 질리지 않는 맛과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청주입니다. 청주를 안 마시는 사람이라도 만족할 만하며 청주를 어느 정도 마셔본 분도 흡족할 만한 맛입니다. 여운은 그다지 긴 편이 아닙니다.

향과 질감, 맛이 잘 어우러져 대단히 맛있는 술이 되었네요. 같은 가격대의 사케가 보통 섬세하고 가냘프지만 때때로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배상면주가 차례주는 부드럽고 정갈하며 상대적으로 풍성합니다. 전체적인 품질면에서는 더 낫다고 봅니다. 같은 급의 국산 청주중에선 제일 비싸지만, 그 이상의 품질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청주입니다. 2011년 2월 16일 시음했습니다.

○ 국산 청주 시음기 글 목록

1.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 백화수복(白花壽福)

2. 오랫동안 국가 공인 대표 청주 - 경주법주(慶州法酒)

3. 우리 음식에 잘 어울리는 뛰어난 맛과 향을 갖춘 - 화랑(花郞)

4. 동급 최저 가격으로 심심한 맛과 향이 개성인 - 경주법주천수(慶州法酒天壽)

5. 종묘제례에 쓰는 본격 국산 전통 청주 - 국순당 예담(禮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