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 지역 : 충남 > 예산군 > 덕산면
● 재료 : 국내산 백미 100%
● 어울리는 음식 : 도토리묵, 두부김치, 녹두전, 해물파전 등 일반적인 막걸리 안주.
얼마 전에 아버지께서 등산하러 다녀오시면서 막걸리 두 통을 사서 오셨습니다. 막걸리 이름은 "덕산 생 쌀막걸리". 와인을 한잔한 상태라 저녁에 두 사발 정도를 별생각 없이 마셨죠. 그때도 꽤 맛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와인 잔에 따라서 한 잔, 머그잔에 따라서 한잔해서 두 잔을 시음했습니다. 역시 맛이 좋았습니다.
시음하면서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하고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허영만 화백이 그린 식객 20권에 덕산 막걸리를 소재로 한 "할아버지의 금고"라는 에피소드가 있더군요. 그래서 이 덕산 막걸리가 그 덕산 막걸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다른 블로거들의 글도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거의 덕산 막걸리의 맛을 칭찬하는 내용이었고 저도 그 내용에 수긍이 갔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식객에서 나온 덕산 막걸리는 세왕주조에서 나온 것인데 제가 마신 것은 덕산주조에서 만든 것이더군요. 레이블 모양도 조금 달랐습니다. 자세히 백 레이블을 보니 양조장 위치도 다릅니다. 세왕주조는 충북 진천, 덕산주조는 충남 예산이네요. 우연히 이름이 같게 된 것인지, 아니면 한쪽이 다른 한쪽을 따라 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덕산 막걸리를 드실 땐 잘 살펴보세요. 알고 사 마시면 별다른 생각이 없지만, 잘못 알고 사 마시면 묘하게 기분이 나쁘죠. 속았다는 느낌도 들고요.
알코올 도수 6%, 용량 1200mL. 막걸리에 넣는 감미료로 아스파탐을 많이 쓰는데 이 막걸리는 "아세설팜칼륨"을 쓰네요. 개인적인 의견으론 가능한 한 감미료를 안 넣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단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외면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넣을 수밖에 없겠죠. 이런 합성 감미료는 설탕과 달리 비발효당이라서 단맛을 내는 것 외에는 막걸리의 발효나 알코올 도수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소비자들이 단맛을 찾지 않으면 넣을 필요 없는 물질인 거죠. "이소말토올리고당"은 단맛보다 막걸리의 텁텁한 맛을 부드럽게 해주려고 쓴답니다. 결국, 아세설팜갈륨이나 이소말토올리고당 같은 부수적인 재료(?)는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려고 넣는 것이죠. 달지 않고 텁텁한 진짜 전통 막걸리는 아직까진 일반인에게 외면받기 십상인 게 현실입니다.
유통기간은 제법 길어서 한 달입니다. 아마 100% 발효해서 발효성 잔당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기에 한 달 정도 유통해도 맛의 변화가 별로 없는 모양입니다. 국순당 생막걸리도 발효성 잔당이 남지 않도록 하고 효모의 활동도 억눌러서 한 달이라는 유통 기간을 얻을 수 있었답니다.
외국으로 많이 수출하는지 영어와 일어로 자세한 설명을 적어놨습니다.
제조일? 병에 담은 날짜겠죠. 2011년 7월 1일에 병에 담아서 2011년 7월 31일까지 유통할 수 있답니다. 막걸리 유통 기간이 보통 10일 정도였는데, 이제는 유통 기간이 한 달 정도 되는 막걸리가 많이 늘어날 듯하니 조만간 좀 더 다양한 막걸리를 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색은 조금 진한 미색이며 어두운 기색은 없습니다. 발효 후에 아주 가는 체로 걸렀는지 앙금이 매우 미세합니다. 향은 구수하고 찐 옥수수에서 나오는 단 내음 같은 향이 나옵니다. 조금 구린 진한 누룩 향도 있고요. 다만 사발이나 맥주잔에 마시면 그런 냄새를 거의 맡을 수 없습니다. 향을 강하게 붙잡아두는 와인잔으로 시음해야 이런 향을 맡을 수 있죠. 그러니 그냥 드실 땐 안 좋은 향이 나올까 하고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단맛이 있지만, 서울 장수막걸리만큼 달진 않고 다른 막걸리와 비교해도 단맛이 약합니다. 산미는 강하고 부드러워서 마실 때 침이 샘솟습니다. 시원한 느낌도 들죠. 다른 막걸리와 맛이 좀 다르지만, 단맛과 신맛이 잘 어울려서 꽤 맛있습니다. 처음엔 부드럽지만, 입에 넣고 돌려보면 의외로 떫은맛도 나옵니다. 그래서 마신 후에 입안에 깔깔한 느낌이 살짝 남습니다. 그래도 목에 걸리진 않으며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생막걸리이지만 100% 발효를 했는지 탄산가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청량하고 가벼운 느낌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죠. 대신 묵직한 맛이 나서 제법 고급스럽게 느껴지죠. 와인만큼은 아니지만, 여운이 제법 길게 이어지면서 뒤에 남는 풍미가 좋습니다.
탄산가스가 없는 생막걸리를 마시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사람들이 막걸리는 으레 탄산가스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양조회사도 그렇게 만들기 때문인지 탄산가스가 없는 생막걸리를 마시기 참 힘듭니다. 막걸리는 유통기간이 짧고 영세한 회사가 많아서 큰 회사의 제품 외엔 다른 막걸리를 구하기 어렵기도 하고요. 적당한 당도와 무게감, 부드러운 산도를 가진 덕산 막걸리는 꽤 독특하고 맛있습니다. 다만 누룩 향이 강해서 향에 민감한 사람은 조금 마시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