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와인의 맛과 향
토스카나 끼안티 끌라시코(Chianti Classico Riserva) 지역에서 재배한 산지오베제(Sangiovese) 95%에 메를로(Merlot) 5%를 섞어서 만드는 DOCG 와인인 산 파비아노 깔치나이아 끼안티 끌라시코 체롤레는 루비와 가넷의 중간 정도 색을 띱니다. 필터링하지 않았는지 반짝반짝 영롱하게 빛나진 않지만, 표면은 깨끗하군요. 향을 맡으면 살짝 말린 서양 자두처럼 진한 검은 과일 향이 먼저 올라옵니다. 이어서 삼나무 향이 은은하게 깔리고, 싱그러운 풀 줄기 냄새도 살짝 나오죠. 시간이 갈수록 화려해지는 과일 향과 우아한 삼나무 향이 코와 입을 가득 채우며, 바닐라와 여러 가지 달콤한 허브 향도 맡을 수 있습니다.
질감은 매끄럽고 탄력 있으며 입에 적당히 차오르는 볼륨감이 느껴집니다. 떫은맛이 약간 있지만, 억센 것은 아니고 혀와 잇몸을 살짝 건드리는 정도입니다. 탄닌은 시간이 갈수록 부드러움이 더해갑니다. 둥글둥글한 신맛, 검고 붉은 과일 풍미가 잘 드러나는 단맛, 살짝 느껴지는 기분 좋은 쓴맛, 입안을 가볍게 조이는 수렴성 등등의 특성이 잘 어울리면서 걸리는 것 없이 술술 잘 넘어갑니다. 무엇보다 충만한 볼륨감이 기분 좋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산미가 더 강해지지만, 날카로운 기운이 아니라 싱그럽고 부드러운 느낌이라 군침이 돌죠. 후반에는 송진의 향과 맛도 나타납니다. 다만 지구력이 약한 것이 흠으로 두 시간 정도 지나면 탄닌 기운이 강해지면서 맛이 처음만 못하니 그 안에 다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향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좋으니 너무 실망하지 마시길. 억세지 않고 적당히 부드러운 느낌을 유지하는 여운이 상당히 길고 깊게 이어집니다. 맛과 향의 자취는 와인을 또 부르는 듯 유혹적이죠.
탄닌과 산미, 알코올, 풍미와 향 등의 각 요소가 균형을 갖춰서 상당히 빼어난 맛을 보여줍니다. 감탄을 거듭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절한 무게감과 우아함을 갖춰서 상당히 마시기 좋죠.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듯한 훌륭한 품질의 와인입니다.
향도 맛도 질감도 여운도 좋은 만큼 가격도 높습니다. 11만 원 후반~12만 원 초반의 비싼 가격과 다소 약한 지구력이 이 와인의 아쉬운 점이군요. 섬세하게 조리한 소고기 스테이크, 닭고기와 칠면조 구이, 버섯구이, 버섯과 고기를 토핑 한 파스타와 피자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한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1년 1월 13일 시음했습니다.
와인 생산지인 끼안티 끌라시코에 관해선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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