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생산지

[스페인] 카탈루냐(Catalunya) > 플라 데 바제스(Pla de Bages)

까브드맹 2024. 6. 6. 18:41

플라 데 바제스의 위치
(이미지 출처 : https://www.facebook.com/story.php/?story_fbid=435175135835382&id=100080286977508&_rdr)

1. 개요

플라 데 바제스 DOP(Denominación de Origen Protegida, 카탈루냐어로는 Denominació d'Origen Protegida)는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주의 바르셀로나 지방에 있는 와인 생산지입니다. 1997년에 DOP로 지정되었고, 포도 재배 면적이 500헥타르 미만으로 스페인에서 가장 작은 DOP 중 하나입니다.

플라 데 바제스 DO에서 언제부터 와인 생산을 시작했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바제스(Bages)라는 이름은 이곳에 있었던 고대 로마의 도시인 바카시스(Bacassis)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네딕토회의 산트 베넷 데 바제스(Sant Benet de Bages) 수도원에서 나온 <Miracula Sancti Benedicti>라는 중세 문서에 따르면 바카시스란 도시명은 로마의 주신(酒神)인 바쿠스(Bacchus)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와인의 신의 이름을 땄을 정도로 와인이 중요한 지역이었지만, 19세기말에 필록세라(phylloxera)가 창궐한 후부터 바제스의 와인 생산은 거의 100년 동안 중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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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플라 데 바제스의 역사

포도나무와 와인에 관한 플라 데 바제스의 첫 번째 흔적은 카스텔가리(Castellgalí)의 로마식 빌라 유적에서 발견된 "VINUM"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기원전 1세기~2세기의 도자기 조각입니다. 와인 생산의 가장 오래된 증거는 산 후루이토스 데 바제스(Sant Fruitós de Bages) 지자체에서 발견된 서기 4~5세기의 오래된 돌판으로 포도 압착기의 바닥에 설치되는 물건이었습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무슬림 세력이 이베리아 반도를 침공하면서 많은 지역에서 인구가 줄어들었습니다. 중앙 카탈루냐 역시 9세기까지 주민이 줄어드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죠. 플라 데 바제스에 다시 포도원이 세워진 시기는 940년 경이며, 이후 포도원은 빠르게 늘어나 970년경에는 포도밭이 지역 토지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늘어났습니다. 산트 베넷 데 바제스 수도원은 이 시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봉헌 축일에 기록된 대부분의 기부금은 포도원에서 나왔습니다.

카탈루냐주의 내륙에 있는 바제스 지역은 고품질 와인의 생산지로 밀과 기타 농산물을 재배하는 주변 지역과 물물교환을 통해 와인을 공급하는 "산악 지대의 와인 공급자"였습니다. 당시 소브레로카(Sobrerroca) 관문은 산간 마을과 와인 판매 지역을 연결해 주는 핵심 시설이었죠. 당시 바제스에선 레드 와인을 주로 생산했고, 화이트 와인은 드물었습니다. 끓인 포도즙을 넣어서 만든 "끓인 와인"이란 스위트 와인도 중요한 제품이었죠.

그러나 14세기에 이르러 포도원이 지나치게 늘어나자, 보호주의 정책이 시행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1330년에 알폰스 4세(Alfons IV)는 바제스의 산트페도르(Santpedor) 마을에 외국인의 포도 수확과 와인 생산을 금지하는 특권을 부여했습니다.

 

 

중세에는 포도원에서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포도원에서 와인을 생산한 이유는 포도를 다른 곳의 양조장까지 나르는 것보다 완성된 와인을 운반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포도원은 와인의 안전과 보존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엔 가능하면 양조장에서 와인을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14세기와 15세기에 오크통에서 와인을 양조하는 기술이 개발되었지만, 바제스에선 널리 퍼지지 않았습니다. 14세기 중반에 바제스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양조 시설은 양조장 내부에 설치된 석제 발효조였습니다. 이후 내부에 유약을 바른 세라믹 타일을 깔고, 위에 포도를 으깨기 위한 나무 격자 뚜껑이 설치된 발효조가 개발되었죠. 이런 발효조는 17세기에 널리 퍼졌고, 20세기까지 사용되었습니다.

16세기와 17세기엔 와인 무역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1860년~1890년 사이에 바제스의 와인 산업은 계속 성장해서 카탈루냐주에서 포도밭이 가장 넓은 지역이 되었고, 포도밭 면적이 27,700헥타르에 다다랐습니다. 1860년부터 필록세라가 프랑스의 포도밭을 황폐하게 만들자 와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와인 가격도 급등했습니다. 농민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모든 곳에 포도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러자 포도밭이 산을 넘어 올라갔고, 돌로 쌓은 테라스와 포도원의 오두막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풍경이 탄생했죠.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길지 못했습니다. 1889년에 스페인도 나바스(Navàs)에서 필록세라가 처음 발견되었고, 바제스의 포도밭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필록세라가 퍼진 직후 농부들은 미국산 포도나무 대목을 접목하여 필록세라에 저항성을 가진 포도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1922년 인구 조사에서 바제스 지역의 포도밭 면적이 23,394헥타르로 기록된 걸 보면, 필록세라가 이 지역의 와인 산업을 끝장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필록세라가 퍼진 이후 접목과 석회보르도액 도포 등 새로운 작업과 시간이 많이 필요해졌습니다. 아울러 비용 절감과 품질 개선 전략도 필요했죠. 농민들은 먼저 필요한 자원을 공동 구매했고, 나중에는 와인 생산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1922년의 산페도르(Sanpedor), 1926년의 살레예스(Salelles), 1936년의 아르테스(Artés) 협동조합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1925년부터 1989년까지 바제스의 포도원은 점차 쇠퇴했습니다. 1925년부터 1950년까지 땅 주인과 소작인의 분쟁, 스페인 내전, 곡물 가격의 폭등, 철도와 도로의 개선으로 인해 대부분의 포도나무가 뿌리째 뽑혔습니다. 가파른 경사지의 포도밭은 기계화가 어려워서 1950년~1975년 사이에 버려졌죠. 1955년에 내린 심한 서리는 모든 농작물을 망가뜨리기도 했습니다. 이 기간에 많은 사람이 더욱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포도 농사를 그만뒀죠. 1975년~1982년 사이에도 포도밭은 계속 감소하여 1989년에 500헥타르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바제스 지역의 거의 모든 포도원이 사라진 것을 뜻합니다.

1995년 플라 데 바제스 지역이 DO(Denominació d'Origen)로 지정되면서 규제 위원회가 설립되었고, 이는 새로운 부활을 촉진했습니다. 오늘날 DO를 구성하는 와이너리 중엔 와인 생산자, 100년 된 협동조합, 소규모 가족 와이너리가 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집단적 업적 중 하나는 만도(Mandó), 수몰(Sumoll), 피카폴 네그레(Picapoll Negre)와 피카폴 블랑(Picapoll Blanc) 같은 토착 품종의 홍보입니다.

 

 

3. 플라 데 바제스의 토양과 기후

플라 데 바제스의 포도원은 주로 요브레갓(Llobregat) 강 계곡과 그 지류에 있습니다. 이 지역의 토양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점토와 이회토(marl) 토양으로 이루어진 해발 200m의 중앙 유역(Pla de Bages)과 탄산염 함량이 높은 이회토와 석회를 함유한 토양이 풍부한 해발 500m의 주변 지역(Alt Bages, "Upper Bages")이죠.

플라 데 바제스는 바다에서 꽤 멀리 떨어진 내륙에 있는 지중해성 기후지대이지만, 대륙성 기후의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카탈루냐의 다른 와인 생산지보다 습도가 낮고, 여름은 더 더우며 겨울은 더 춥죠. 연평균 기온은 13℃(여름 최대 35℃, 겨울 -5℃)이며, 낮과 밤의 일교차도 상당합니다. 연평균 강우량은 500㎜~600㎜입니다. 낮은 강수량과 건조한 기후, 뜨거운 여름, 큰 일교차는 와인 재배에 이상적인 조건이 됩니다.

 

 

4. 재배 품종

레드 와인용 품종으로 만도, 수몰, 피카폴 네그레, 가르나차 네그라(Garnatxa Negra), 울 데 리브리(Ull de llebre), 까리녜나(Carinyena = 까리냥), 메를로(Merlot),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시라(Syrah)를 재배합니다.

화이트 와인용 품종으로는 마카베우/비우라(Macabeu/Viura), 빠레야다(Parellada), 피카폴 블랑, 샤르도네(Chardonnay),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게뷔르츠트라미너(Gewürtztraminer), 말바시아(Malvasía)를 재배하죠.

승인된 식재 밀도는 지형에 따라 헥타르당 2,000~4,500그루이며, 최근에 지어진 포도원은 포도 재배의 기계화를 위해 격자(en espaldera) 형태로 포도밭을 조성합니다.

 

 

5. 플라 데 바제스의 와인 생산자

19세기에 필록세라가 창궐하기 전까지만 해도 플라 데 바제스는 카탈루냐에서 포도원이 가장 많은 지역이었습니다. 오랜 와인 재배 전통을 이어받은 이곳의 와이너리들은 대부분 가족 소유이며 모두 자체 포도원을 갖고 있죠. 와인 생산자들은 전통적이면서 매우 세심한 관리로 포도밭을 가꾸며, 이는 와인의 우수한 품질로 이어집니다. 플라 데 바제스 닷컴에는 현재 17개의 와이너리가 등재되어 있습니다.

1) 아바달(Abadal) : 조상들이 후세에 물려준 가치인 가족, 환경에 대한 존중, 영토에 대한 헌신을 바탕으로 와인을 만듭니다.

2) 아르테스 협동조합 셀러(Celler Cooperatiu d’Artés) : 지역 품종에 큰 관심을 두고 환경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는 와이너리입니다.

3) 그라우 이 그라우 와이너리(GRAU i GRAU Winery) : 1885년부터 와인에 대한 열정을 갖고 매 빈티지마다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곳입니다.

4) 마시아 셀러(Celler Macià) : "감각을 일깨우는 와인을 즐기고 싶은 마음으로 와인 생산량을 줄인다."

5) 산마르티 와이너리(Sanmartí Winery) : 고품질 와인 생산과 제한된 생산을 위해 혁신적으로 개조된 역사적인 와이너리입니다.

6) 콜바시 엘 몰리(Collbaix el Molí): 4대에 걸쳐 포도원에 헌신했고, 유기농 생산으로의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7) 엔트레보스크(Entrebosc) : 생태학적 인식과 최소한의 개입으로 소규모 생산을 위해 조심스럽고 정확하게 토지를 경작합니다.

 

 

8) 엑시비스(Exibis) : 수몰과 만도 같은 오래된 전통 품종에 대한 헌신과 함께 지역 와인의 독특한 역사적 특성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9) 셀러 파르가스 파르가스(Celler Fargas Fargas): 포도 재배와 자체 와인 생산에 전념하는 소규모 가족 기업입니다.

10) 에리티지 오에 델 마스(Heritage Oller del Mas) : 오에 델 마스의 유산은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마제나 가문은 사랑으로 보존하고, 현대의 현대성과 하나 되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는 이 역사의 계승자입니다.

11) 레 아까시아스(Les Acàcies) : 천 년 동안 와인을 만들어 온 와인 산지의 정신을 반영하여 즐거움을 위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12) 메스 께 빠라울레스(Més Que Paraules) : 창의성, 노력, 열정이라는 바제스의 전통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이고 친밀한 와인을 제공합니다.

13) 몬도베르트 와이너리(Mond Obert Winery) : 지역 품종에 큰 관심을 두고 환경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와이너리입니다.

14) 셀러 산 미껠 돌로(Celler Sant Miquel d’Oló) : 예술적이고 현대적인 와인을 만드는 소규모 와이너리입니다.

 

 

15) 솔레르지베르 와이너리(Solergibert Winery) : 1730년부터 포도원에 전념해 온 아르테스(Artés) 가족이 소규모의 고품질 와인을 생산합니다.

16) 빈스 콜토(Vins Colltor) : 자연 속에 위치한 작은 와이너리로 장인 정신과 지속 가능한 작업 방식을 갖췄습니다.

17) 지베르 까베스(Gibert Caves) : 와인 양조 분야에서 3세기의 선례를 지니고 1920년에 설립되었으며, 전통 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합니다.

그 외에 라 디페렌타(La diferenta), 무랄리우스(Murallius), 비녜스 데 카스텔가리(Vinyes de Castellgalí), 우르피나(Urpina), 자이아(Jaia) 같은 와이너리 없는 와인 생산자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6. 플라 데 바제스의 와인

DO 지정이 늦고 생산량이 적어서 그런지 국내에 들어온 플라 데 바제스 와인은 많지 않습니다. 아바달과 뱅 그라우(Vins Grau = 그라우 이 그라우)의 와인만 찾아볼 수 있죠. 플라 데 바제스에서 생산되는 와인에 관한 정보는 플라데바제스닷컴의 와인 메뉴를 참고하세요.

※ 플라데바제스닷컴의 와인 메뉴 링크 : https://dopladebages.com/en/wines/

<참고 자료>

1. 플라데바제스닷컴

2. 영문 위키피디아 플라 데 바제스 항목

3. 와인21닷컴

4.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