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상파뉴, 샴페인 1/2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5. 샴페인 명칭의 (사용) 권리(Right to the name Champagne)
샹파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샴페인은 탄산가스를 주입하려면 규정상 반드시 병에서 2차 발효해야 합니다. 일부 국가에선 "Champagne"이라는 단어를 스파클링 와인을 뜻하는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하곤 하지만, 많은 국가에서 전적으로 프랑스 AOC 규정에 따라 생산하는 샹파뉴 지방의 스파클링 와인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죠.
샴페인 제조 위원회(The Champagne winemaking community)는 샹파뉴 와인 공동 위원회(CIVC, Comité Interprofessionnel du Vin de Champagne)의 후원으로 샴페인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려고 상파뉴 AOC에서 생산하는 모든 와인에 대한 종합적인 규칙과 행동 규정을 개발했습니다. 이 규정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수록되어 있죠.
1) 포도 재배에 가장 알맞은 땅.
2) 가장 알맞은 포도 품종
샹파뉴의 지정된 밭에서 AOC 규정에 따라 재배한 포도만 쓰도록 법으로 정해졌습니다.
② 피노 므니에(Pinot Meunier)
④ 피노 블랑(Pinot Blanc)
⑤ 쁘띠 메슬리에(Petit Meslier)
⑦ 아르반느(Arbane)
이렇게 7종의 포도를 사용할 수 있지만, 최고의 샴페인은 피노 누아와 피노 므니에, 샤르도네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죠. 피노 누아는 오브(Aube) 지역에서 널리 재배하며, 몽타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에서도 잘 자랍니다. 피노 므니에는 발레 드 라 마른(Vallée de la Marne)에서 주로 재배하죠. 샤르도네는 꼬트 데 블랑(Côte des Blancs)에서는 많이 가꿉니다.
3) 포도 재배의 모든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요구되는 수많은 규정.
이 규정에는 가지치기, 포도 수확량, 포도에서 즙을 짤 때 압력의 강도, 병에 담기 전에 와인을 효모 잔해(lees)와 함께 숙성해야 하는 시간 등을 포함합니다. 또한, 가격을 유지하려고 샴페인의 시장 공급량을 제한하는 내용까지 있죠.
이러한 요구 조건을 충족하는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샴페인 제조 위원회가 만든 규정은 CIVC의 동의를 얻은 후에 지역과 품질에 대한 국립연구소(Institut national de l'origine et de la qualité), 즉 이전의 지역 명칭에 관한 국립연구소(INAO, Institut National des Appellations d'Origine)의 승인을 얻었습니다.
2007년 프랑스 국내의 와인 명칭을 관리하는 국가기관인 INAO는 1927년 이래 샴페인 생산지로 규정된 곳을 가장 크게 개정하는 작업을 준비했습니다. 샴페인 하우스들은 급증하는 샴페인 수요와 포도 생산의 한계 속에서 치솟는 가격이 소비자의 반발을 부를 것이며, 향후 수십 년 동안 샴페인 산업을 망칠 거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결국, 확장하는 생산지 속에 포함되고 싶은 마을들이 정치적 압력을 넣는 가운데 계획이 실행되었죠. 생산지 변경은 철저하게 과학적인 조사를 거쳐 이뤄질 거지만, 2020년까지 생산하는 샴페인에는 이런 변경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지만, 국제법은 샹파뉴에서 샹파뉴 와인 공동 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만든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이란 단어를 쓸 수 있도록 규제합니다. 유럽 연합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샴페인이란 명칭은 1891년에 체결된 국제적인 상표 등록에 관한 규정인 마드리드 시스템(Madrid system)으로 보호받습니다. 이 시스템은 생산 제품과 같은 이름을 가진 지역에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을 위한 규정으로 지역 명칭 통제(AOC)처럼 뚜렷한 표준안을 따르도록 한 것이죠. 이 보호 시스템은 1차 세계 대전 후 베르사유 조약에서 재확인되었습니다.
70개가 넘는 국가에서 비슷한 법적 보호 장치를 적용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브라질, 중국이 샹파뉴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에만 "Champagne"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다른 스파클링 와인은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을 통과시키거나 서명했습니다. 2008년에 벨기에 정부는 레이블에 샴페인이란 표시를 한 3,000병 이상의 캘리포니아산 스파클링 와인을 파기하기도 했죠.
미국에선 미국 안에서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이 샴페인이란 명칭을 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2006년 전에 레이블에 "Champagne" 표시를 허가받은 몇몇 스파클링 와인은 계속 사용할 수 있는데, 이때에도 스파클링 와인의 실제 생산지를 함께 표시해야 합니다. 미국의 스파클링 와인은 대부분 레이블에 샴페인을 쓰지 않으며, 오레곤(Oregon)주 같은 곳은 주 경계선 안에서 샴페인이란 명칭을 표시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미국에서도 포도 생산지의 명칭을 보호하는 일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몇몇 주요 와인 생산지,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California)의 나파 밸리(Napa Valley)와 소노마 밸리(Sonoma Valley), 파소 로블(Paso Robles), 오레곤주, 왈라 왈라 밸리(Walla Walla Valley), 워싱턴(Washington)주 같은 곳에선 주에서 생산하는 와인이 나쁜 평가를 받지 않도록 저렴한 포도를 섞어서 만든 다음 유명 생산지의 명칭을 붙여서 판매하는 와인인 제네릭 와인의 레이블에 특정한 표시를 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유럽 연합 의회는 1994년부터 샴페인 방식(méthode champenoise, champagne method)라는 표시마저 사용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2005년 이후에 병에서 2차 발효로 만들었지만, 샹파뉴에서 생산하지 않은 스파클링 와인에는 "méthode traditionnelle(전통 방식)"이라는 표시를 가장 많이 씁니다.
세계 각국의 수많은 스파클링 와인 생산자들이 자신들의 와인을 규정하는 특별한 용어를 사용합니다. 스페인에서는 까바(Cava)를 쓰고, 이탈리아에서는 포괄적으로 스푸만테(spumante)라고 하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캡 클라시크(cap classique)라고 하죠. 모스까토(Moscato) 포도로 만든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은 DOCG 아스티(Asti)이며 글레라(Glerá) 포도로 만든 것은 DOCG 프로세코(Prosecco)입니다. 독일에서는 젝트(Sekt)가 스파클링 와인을 가리키는 일반 용어입니다. 프랑스의 다른 와인 생산지에서도 샴페인이란 단어를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르고뉴를 비롯한 7개 생산지에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은 크레멍(Crémant)이라고 하죠.
소련 시절 러시아에선 모든 스파클링 와인을 "샴판스케(шампанское)"라고 불렀습니다. 예전의 소비에트 공화국들에서 생산하는 일부 스파클링 와인은 오늘날에도 "소베츠코에 샴펜스코에(Sovetskoye Shampanskoye)"와 "로시스코 샴펜스코(Rossiyskoe Shampanskoe)" 같은 이름으로 이 용어를 여전히 씁니다.
이렇게 레이블 표시에 관한 법적 규제, 샹파뉴 지방 정부의 광범위한 홍보과 교육, 샹파뉴가 아닌 곳에서 생산한 스파클링 와인을 부르는 대체 용어가 있어도 일부 소비자와 와인 판매상은 상관하지 않고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을 부르는 대명사로 샴페인이란 이름을 쓰고 있죠.
스위스에 있는 샹파뉴 마을에선 예전부터 샴페인이란 이름의 일반 와인을 생산했습니다. 이 마을의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에 관한 가장 빠른 기록은 1657년의 자료에서 확인되죠. 1999년 유럽 연합의 합의에 따라 스위스 정부는 2004년부터 샹파뉴 마을에서 샴페인이란 명칭을 단계적으로 중지할 것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 후에 마을의 와인 판매량은 연간 11만 병에서 3만 2천 병으로 줄어들었죠. 2008년 봄에 마을 주민들은 공개 투표로 샴페인 명칭의 사용 제한에 대해 싸울 것을 결의했습니다.
6. 샹파뉴 지역의 기후와 토양
북위 49도에 있는 샹파뉴 지역은 양조용 포도 재배의 북방 한계선에 가깝습니다. 높은 위도 때문에 연 평균 기온은 10℃이고 포도 성장기인 7월의 평균 기온은 18℃이죠. 이 정도의 기온에선 와인용 포도가 충분히 익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쌀쌀한 날씨가 포도의 산도를 높여주므로 스파클링 와인 생산에는 이상적인 조건이 되죠. 포도 성숙은 기온을 안정시켜주고 토양이 습기를 머금도록 해주는 주변 숲 지대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연평균 강수량은 630mm이며 수확 기간인 9월에는 약 45mm 정도의 비가 내립니다. 와인 생산자들은 이른 봄의 서리 피해와 일 년 내내 발생하는 곰팡이에 신경 써야 합니다.
약 7천만 년 전에 고대의 바다가 물러나면서 샹파뉴 심층부에 석회암 토양을 남겨놓았습니다. 지난 1천만 년 동안 지역을 계속 흔든 지진이 오징어와 조개 같은 화석이 섞인 해양 침전물을 지표면으로 밀어 올려서 샹파뉴의 지표엔 화석과 석회암이 많이 섞여 있죠. 토양에 섞인 화석은 낮에 태양열을 흡수해서 밤에 천천히 뿜어낼 뿐만 아니라 물이 잘 빠지도록 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이런 흙의 성질은 샹파뉴 와인의 특성인 가볍고 예리한 맛에 큰 역할을 하죠. 다만 토양에 진흙이 많은 오브 지역은 예외입니다. 석회암은 구조가 단단하지 않으므로 샹파뉴에선 지하에 셀러를 만드는 일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와인 하우스가 샴페인을 숙성하는 동안 와인을 차갑게 유지하려고 땅속에 셀러를 파서 사용하죠. 대표적인 곳이 모에 에 샹동으로 지하 저장고의 길이가 무려 28km에 달합니다.
7. 샴페인 등급과 포도밭 규정
샹파뉴의 포도 재배지는 1927년 법률에 따라 오브와 꼬뜨 데 블랑, 꼬뜨 드 세잔(Côte de Sézanne), 몽타뉴 드 랭스, 발레 드 라 마른의 다섯 구역으로 나뉘어 졌습니다. 랭스(Reims)와 에페르네(Épernay)는 상업 중심지로 많은 상인이 샴페인을 거래하죠. 자세한 위치는 아래의 지도를 참조하세요.
다섯 구역에 약 319개의 마을이 있고 포도밭 면적은 총 33,500헥타르에 달합니다. 약 5,000명의 생산자와 약 14,000명의 포도 재배자가 살면서 샴페인을 생산하죠. 샹파뉴는 레이블에 지역 명칭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샹파뉴의 각 구역에선 저마다 다양한 특성의 포도를 생산하며, 샴페인 하우스는 개성적이고 뚜렷한 맛과 향을 가진 샴페인을 만들려고 여러 마을의 포도를 섞어서 사용합니다. 몽타뉴 드 랭스의 북쪽을 향해 경사진 포도밭에서 자라는 피노 누아는 높은 산도와 섬세한 맛을 가진 것으로 유명합니다. 반대로 남쪽을 향한 경사진 포도밭에서 자라는 피노 누아는 좀 더 힘이 있고 개성도 뚜렷하죠.
각 구역의 포도는 샴페인의 2차 향인 부케(bouquet)에도 많은 영향을 줍니다. 발레 드 라 마른의 남쪽을 향한 경사면에선 향이 가득한 잘 익은 포도가 풍부하게 자라죠. 꼬뜨 데 블랑의 포도는 깨끗한 마무리와 신선한 느낌으로 유명합니다. 이곳의 포도는 혼합할 때 근처의 꼬뜨 드 세잔과 비슷한 특성을 더해주지만, 품질에서 아주 미세하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1942년에 샴페인의 명성을 보호하고 판매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포도 재배와 양조 방법을 위한 규정을 제정하고 감시하려고 설립된 <샹파뉴 와인 공동 위원회(CIVC)>는 각 마을의 포도밭과 수확한 포도의 품질을 평가해서 등급을 매깁니다. 이 등급을 에쉘르 데 크뤼(Échelle des Crus)라고 하며 포도 수매가의 기준과 각 마을의 가격 비율을 결정할 때 사용하죠. 에쉘르(Échelle)는 사다리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사다리 꼭대기에 있는 그랑 크뤼(Grand Cru) 포도밭의 포도 재배자는 기준가대로 포도값을 100% 받을 수 있죠. 그 아래의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s) 포도밭은 기준가의 90~99% 비율을 받고, 더 아래의 두지엠므 크뤼(Deuxième Crus) 포도밭은 80~89%의 비율로 받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샴페인에 대한 수요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1999년의 샴페인 판매량은 지난 천년의 끝을 기념하는 행사를 위한 수요까지 겹쳐서 많이 늘어났죠. 프랑스 국내 시장에서 소비된 분량까지 합해서 3억 2,700만 병이 팔렸습니다. 이 기록은 8년 뒤인 2007년에 3억 3,870만 병이 팔리면서 갱신되었죠. 그래서 프랑스 정부는 샴페인 생산량을 늘리려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았고, 상파뉴 AOC에 속하는 포도밭을 추가로 허가해서 샴페인 생산지를 다시 규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조사하도록 했습니다.
INAO에서는 현재의 샹파뉴 생산지와 주변 포도밭 상태를 광범위하게 조사한 후 2008년 3월 14일에 생산지 개정 계획을 발표합니다. 이 계획은 역사와 지리학, 지질학, 식물 군락학, 농업 경제학의 다섯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이뤄진 그룹에서 준비했고, 샴페인을 만들 수 있는 마을을 319개에서 357개로 늘린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죠. 구체적으론 40개 마을의 포도밭을 추가하는 한편, 1927년 규정에 포함되었던 마른 행정구의 제르맨(Germaine)과 오르베-라비(Orbais-l'Abbaye) 두 마을은 제외하는 것이었습니다. 추가된 40개 마을의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마른 : 22개
발리유-레-핌(Baslieux-les-Fismes), 블래시(Blacy), 브와시-르-레포(Boissy-le-Repos), 부방코흐(Bouvancourt), 부아일-쉬르-벨르(Breuil-sur-Vesle), 뷔시-르-레포(Bussy-le-Repos), 샴플뢰리(Champfleury), 꾸흐랑동(Courlandon), 꾸르시(Courcy), 꾸르데망쥬(Courdemanges), 퓜(Fismes), 위롱(Huiron), 라 빌-수-자르베(La Ville-sous-Orbais), 르 툴-트로내(Le Thoult-Trosnay), 루아브르(Loivre), 몽미라일(Montmirail), 몽-쉬르-꾸르빌(Mont-sur-Courville), 삐즈(Peas), 로망(Romain), 쌩-루(Saint-Loup), 수랑즈(Soulanges), 벙트레(Ventelay)
2) 오브 : 15개
아렐르(Arrelles), 발노-라-그랑즈(Balnot-la-Grange), 부싼꾸흐(Bossancourt), 부이이(Bouilly), 에투르비(Étourvy), 퐁반느(Fontvannes), 자베르낭(Javernant), 래-노-부아(Laines-aux-Bois), 메이시(Macey), 메쏭(Messon), 프루니(Prugny), 쌩-제르망-레피네(Saint-Germain-l'Épine), 술리니(Souligny), 또르빌리에(Torvilliers), 빌레리(Villery)
3) 오뜨-마른((Haute-Marne) : 2개
샴꾸흐(Champcourt), 애리꾸흐(Harricourt)
4) 애느(Aisne) : 1개
마르세-엉-브리(Marchais-en-Brie)
이 마을들은 기존 샴페인 생산지의 바깥 경계보다는 영역 안의 틈새 지역에 있죠.
INAO의 계획안은 관련 법률을 만들기 전에 평가해야 할 주제를 설정하고, 즉시 제기될 수많은 질문에 답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샴페인 생산지에서 제외될 예정인 제르맨 마을의 시장과 포도밭 주인들은 INAO의 계획안을 반대하며 곧바로 항의했습니다.
최초의 평가는 2009년경에 끝났고, 새 지역에 대한 포도밭 조성은 빨라야 2015년 경이며, 2021년 즈음에 추가된 포도밭에서 생산한 와인을 시장에서 볼 수 있을 거로 예측됩니다. 일부 비평가는 샴페인 생산지 개정이 품질에 상관없이 생산량만 늘릴 거라고 우려하지만, 영국의 와인 작가이며 샴페인 전문가인 탐 스티븐슨(Tom Stevenson)은 계획된 추가 지역이 샴페인 생산량의 증가보다 대형 샴페인 하우스로의 합병에 더 영향을 미칠 거라고 지적합니다.
8. 샴페인 제조법
샴페인을 생산에 사용하는 "전통 방식"을 간단히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포도 수확
흑포도 껍질에 상처가 나면 색소가 빠져나오므로 기계 수확은 절대 금지하며 들통도 작은 것을 씁니다.
2) 포도 으깨기와 주스 뽑기
으깬 포도 160kg에서 포도즙은 최대 102ℓ까지 뽑습니다. 포도즙을 짤 때 너무 많이 뽑으려고 강하게 누르면 불필요한 색소와 잡스러운 맛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100ℓ의 포도즙 중 먼저 나온 80ℓ를 뀌베(cuvee)라고 부르고, 나머지 20ℓ는 "따이으(taille)"라고 부르죠. 1992년 이전에는 따이으를 짠 후에 나오는 포도즙도 44갤런까지 세컨드 따이으라고 부르며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고급 샴페인은 뀌베만 사용해서 만듭니다.
빈티지 샴페인은 그해의 포도즙을 100% 사용해야 하지만, 넌 빈티지 샴페인은 여러 해의 포도즙을 혼합해서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3) 일반 와인 양조
포도를 품종과 지역에 따라 나눈 후 발효해서 와인으로 만듭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와인 생산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생산한 와인은 향이 강하지 않고 알코올 도수가 낮으나 산도는 높습니다.
4) 아상블라쥬(Assemblage), 품종별로 만든 와인을 혼합해서 하나로 만들기
품종별, 지역별로 만든 와인을 혼합해서 생산자가 원하는 맛과 향이 나는 와인으로 만듭니다. 로제 샴페인을 만들려면 흑포도인 피노 누아와 피노 므니에로 만든 레드 와인과 샤르도네로 만든 화이트 와인을 혼합하죠. 1818년에 뵈브끌리코에서 최초로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섞어서 로제 샴페인을 만든 후로 이 방법으로 로제 샴페인을 만듭니다. 프랑스 와인법에서 이렇게 로제 와인을 만드는 것은 오로지 로제 샴페인을 생산할 때에만 쓸 수 있습니다. 요즘은 일반 로제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 세니에(Saignee) 방식으로 만드는 로제 샴페인도 늘고 있습니다.
5) 와인을 당분, 이스트, 청징제(淸澄劑)와 함께 병에 담은 후 2차 발효, 알코올과 탄산가스 발생
혼합한 와인을 병에 담고 당분과 이스트, 이스트 잔해를 뭉치게 해주는 청징제를 함께 넣은 다음 크라운 캡으로 막습니다. 이스트는 당분을 먹고 탄산가스와 알코올을 배출하죠. 이로 인해 알코올 도수가 1.5~2% 정도 올라갑니다. 발효하면서 생긴 탄산가스로 인해 병 안의 기압은 6기압 정도 되고,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탄산가스는 와인 속에 녹아듭니다.
6) 병 숙성, 발효가 끝난 이스트의 자가 분해로 특유의 풍미 발생
당분을 다 먹은 이스트는 양분이 없어서 죽습니다. 병 바닥에 가라앉은 죽은 이스트는 세포벽이 부서지면서 천천히 분해되죠. 이 과정에서 빵, 비스킷, 토스트, 누룩 같은 독특한 향이 생깁니다. 자가 분해는 4~5년 정도 진행하지만 10년 이상 걸릴 때도 있습니다. 프랑스 와인법에 따라 빈티지 샴페인은 이스트 잔해인 리(lees)와 함께 병에서 최소 3년만 숙성하면 되지만, 고급 샴페인 하우스에선 보통 5년~10년간 숙성한 다음 판매하죠. 넌 빈티지 샴페인은 리와 함께 최소 15개월 이상 숙성해야 합니다.
7) 뤼미아쥬(Remuage), 병을 거꾸로 세우고 천천히 돌려서 이스트 찌꺼기 모으기
법으로 정한 최소 숙성기간이 지나면 이스트 찌꺼기를 제거하려고 병을 천천히 돌려주면서 점차 수직으로 세웁니다. 이러면 이스트 잔해가 천천히 병목으로 모이죠. 예전에는 이 작업을 퓨피트르(Pupitre)라는 선반에서 사람 손으로 8주 동안 했는데, 요즘은 지로팔레트(Gyropalette)라는 기계로 8일 만에 해치웁니다.
8) 데고르쥬망(Degorgement), 모여진 이스트 잔해 제거
이스트 잔해가 병목 부분에 다 모이면 이 부분만 급속 냉각합니다. 그다음에 크라운 캡을 따면 탄산가스의 압력 때문에 이스트 잔해와 약간의 샴페인이 튀어나오죠. 이스트 잔해를 제거하지 않으면 샴페인은 맛과 향이 조금씩 변하면서 계속 숙성하지만, 이스트 잔해를 제거하면 숙성을 멈춥니다. 따라서 병에 담은 날짜와 데고르쥬망을 한 날짜를 확인하면 샴페인의 맛과 향을 짐작할 수 있죠.
9) 도자쥬(Dosage) : 데고르쥬망 과정에서 흘러나온 와인 보충과 당분 첨가
데고르쥬망으로 생긴 빈 부분에 설탕이나 슈가캐인(sugarcane)용액을 첨가한 샴페인을 채워줍니다. 이때 와인에 들어가는 당분의 양에 따라 샴페인 당도가 결정되죠.
10) 코르킹(Corking), 또는 드레싱(Dressing)
마지막으로 병 입구를 코르크로 막고 뮤즐렛이라는 철사 구조물로 고정한 다음 호일을 씌워줍니다.
9. 샹파뉴의 기타 와인
샹파뉴에서는 샴페인을 주로 생산하지만, 샹파뉴의 포도로 만드는 다른 와인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지(Bouzy) 마을 주변에서 만드는 일반 와인들은 레이블에 꼬또 상파누아즈(Coteaux Champenois)라는 지역 명칭을 붙이고, 다른 마을에서도 일반 와인을 만듭니다. 또한, 로제 데 리세(Rose des Riceys)라는 로제 와인도 있죠. 단맛이 나는 라따피아 드 샹파뉴(Ratafia de Champagne)라는 강화 와인도 생산합니다.
하지만 샴페인이 가장 이익이 많아서 일반 와인과 강화 와인 생산량은 매우 적습니다. 즙을 짜낸 포도 찌꺼기로 만드는 말 드 샹파뉴(Marc de Champagne)라는 증류주는 샴페인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의 일종으로 취급됩니다.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3. 방문송 외 6인 공저, 와인미학, 서울 : 와인비전, 2013
4. 김의겸 저, 소믈리에 실무, 서울 : 백산출판사, 2007
5. 영문 위키피디아 샴페인 항목
6. 영문 위키피디아 샴페인(와인 생산지) 항목
7. 영문 위키피디아 샴페인 포도밭의 등급 항목
8.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