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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샴페인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

까브드맹 2018. 7. 23. 11:34

아르망 드 브리냑 사진

1. 아르망 드 브리냑

불투명한 금속 빛 병에 담긴 아르망 드 브리냑(Armand de Brignac)은 샹파뉴 까띠에(Champagne Cattier)에서 만드는 샴페인 브랜드입니다. 샹파뉴 까띠에를 경영하는 장 자끄 까띠에(Jean-Jacques Cattier)의 말에 따르면 1940년대 말에서 50년대 초에 까띠에 가문은 "드 브리냑(de Brignac)"이라는 상표를 등록했고 이것이 아르망 드 브리냑의 이름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드 브리냑이란 이름은 장 자끄 까띠에의 어머니가 고른 것으로 그녀가 읽은 소설에 나오는 인상 깊은 등장인물의 이름이랍니다. 하지만 "아르망 드 브리냑" 브랜드의 소유권은 현재 뉴욕에 본사가 있으며 샹파뉴 까띠에와 파트너 쉽을 맺은 소버린 브랜즈(Sovereign Brands)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샹파뉴 까띠에의 홈페이지 사진
(이미지 출처 : https://www.cattie r.com)

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의 크리스탈(Cristal)과 모엣 에 샹동(Moet et Chandon)의 돔 페리뇽(Dom Perignon) 같은 빈티지 프리스티지 뀌베(Vintage Prestige Cuvees)와 달리 아르망 드 브리냑 샴페인은 크룩(Krug)의 그랑 뀌베(Grande Cuvee)처럼 멀티-빈티지(multi-vintage), 한마디로 논 빈티지(Non Vintage)로 만듭니다.

다른 많은 샴페인처럼 아르망 드 브리냑 브뤼 골드 뀌베(Brut Gold Cuvee) 역시 피노 누아(Pinot noir)와 피노 므니에(Pinot meunier), 샤르도네(Chardonnay)의 세 포도를 혼합해서 만듭니다. 사용하는 포도는 오로지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와 그랑 크뤼(Grand Cru) 포도밭에서 수확한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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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망 드 브리냑의 첫 번째 제품인 "아르망 드 브리냑 브뤼 골드(Armand de Brignac Brut Gold)"는 특유의 금색 병과 납땜으로 부착한 스페이드 에이스(Ace of Spades) 표지 때문에 사람들의 눈에 금방 띄며 쉽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아르망 드 브리냑은 브뤼 골드 외에 두 가지 제품이 더 있습니다. 하나는 "로제(Rose)"로 번쩍이는 분홍색 병이며, 다른 하나는 샤르도네 100%로 만든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으로 은색 병이죠. 이 두 뀌베는 모두 2008년에 첫 제품이 나왔습니다. 아르망 드 브리냑 브뤼 골드는 2006년 후반에 와인 시장에 소개되었고, 처음부터 "선택된 시장의 선두에 선 최고급 뀌베(Cuvees)"라는 콘셉트로 고가 샴페인 시장에 맞춰서 마케팅되었죠. 그리고 성공적으로 판매되었습니다.

2. 아르망 드 브리냑에 얽힌 이야기

다른 고급 샴페인보다 역사가 짧은 아르망 드 브리냑이지만, 배경을 살펴보면 매우 복잡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몇몇 힙-합(hip-hop) 뮤직비디오를 보면 황금빛의 아르망 드 브리냑이 나오는 걸 볼 수 있고, 때때로 노래 가사에서 "스페이드 에이스(Ace of Spades)"로 언급합니다. 가수 비욘세 놀스(Beyonce Giselle Knowles)의 남편이며 역시 래퍼인 제이-지(Jay-Z)가 부른 노래인 "쇼우 미 왓 유 갓(Show Me What You Got)"의 뮤직비디오에서도 아르망 드 브리냑의 모습을 볼 수 있죠.

위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제이-지는 파티장에 철가방 하나를 들고 나타납니다. 제이-지와 동양계 미녀와 카드를 하는 가운데, 3분 4초쯤에 웨이터가 최고급 샴페인인 크리스탈을 권하죠. 제이-지는 크리스탈을 물리고 자기가 가져온 철가방을 엽니다. 그 안에서 아르망 드 브리냑이 황금빛 자태를 뽐내며 나타나죠.

제이-지가 다른 샴페인도 아닌 아르망 드 브리냑을 들고 노래를 부른 것은 크리스탈 샴페인과 얽힌 재미난 사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힙-합 가수들은 샴페인을 즐겨 마신답니다. 일종의 유행처럼 번진 현상이라는군요. 잘 나가는 래퍼인 제이-지도 샴페인을 좋아했고 최고의 샴페인인 크리스탈의 단골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크리스탈 샴페인의 책임자가 한 잡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을 봅니다. 

"힙-합 가수들이 우리 크리스탈을 즐겨 마시는 건 잘 알고 있는데, 이건 경쟁사인 크룩이나 돔 페리뇽이 좋아할 일이다."

이 발언은 "힙-합처럼 하급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크리스탈을 마시는 건 우리 이미지에 좋지 않으므로 달갑지 않다."라는 메시지가 숨어있는 것이죠. 이 이야기를 들은 제이-지는 발끈해서 "앞으로 크리스탈을 끊을 것이며 자신이 운영하는 미국 각 도시의 40-40클럽에서도 더는 크리스탈을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합니다. 그러면서 크리스탈을 대신해서 내세운 것이 바로 아르망 드 브리냑이었죠. 좀 더 자세한 이야기와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래에 나오는 꾸브와제님의 포스트를 참조하세요.

 

어느 샴페인의 영리한 마케팅 작전에 관한 이런 저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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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건을 거치면서 아르망 드 브리냑은 미국 샴페인 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이후 다른 많은 뮤직비디오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상황이죠. 그래서 그런지 아르망 드 브리냑에 관한 소식들은 대부분 엄청난 가격에 얽힌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2011년 6월에 미국 프로 농구팀인 "달라스 메버릭(Dallas Mavericks)"의 오너인 마크 쿠반(Mark Cuban)은 NBA 챔피언십의 축하 파티에 쓸 15리터짜리 아르망 드 브리냑을 구매하려고 9만 달러, 원화로 약 9,450만 원을 썼습니다.

 

 

이에 질세라 바로 일주일 후에 보스톤을 근거지로 한 프로 아이스하키팀인 "보스톤 브루인스(Boston Bruins)"에선 30리터짜리 아르망 드 브리냑을 10만 달러에 구매해서 메버릭의 축하 파티보다 한 단계 끌어올(?)린 모습을 보여주죠. 30리터짜리 아르망 드 브리냑에는 멋진(?) 별칭이 붙어있는데, 이 값비싼 제품에 어울리게 "마이다스(Midas)"라고 합니다. 보스톤 브루인스에서 구매한 것은 당시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시한 오직 6병의 "마이다스" 중 하나였습니다. 

2011년 6월 하순에는 돈 존슨(Don Johnson)이라는 미국인 도박사가 런던의 "원 포 원 나이트 클럽(the One For One nightclub)에서 마이다스 한 병을 쐈는데, 전하는 바로는 12만 파운드를 냈답니다. 12만 파운드면 당시 원화로 약 2억7백만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죠! 이 가격은 당시까지 가장 비싼 샴페인의 기록을 갈아치운 거라고 합니다. 이전의 최고 기록은 겨우(?) 15,000파운드였다고 하니 한동안 이 기록이 깨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름 그대로 돈이 많을 듯한 돈 존슨은 마이다스 말고 다른 술도 마시고 갔는데, 그날 밤에 이 양반이 낸 술값이 모두 17만 파운드였다는군요. 아래의 링크를 누르면 당시의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이 돈 아까운 줄 모르는 미친 ㅅㅋ들!"하고 욕이 튀어나올지도...

 

 

3. 아르망 드 브리냑은 실제 품질은 어느 정도?

이렇게 구설수도 많고 주로 엄청난 가격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퍼진 아르망 드 브리냑이지만, 이 샴페인의 높은 가격을 단순하게 마케팅 덕분으로만 돌리는 것은 좀 무리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2011년에 "파인 샴페인 매거진(FINE Champagne Magazine)"에서 1,000개의 샴페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한 후에 결과를 발표했는데, 여기서 아르망 드 브리냑이 당당히 1등을 차지했거든요. 그 시음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 The Top Ten:

① 아르망 드 브리냑 브뤼 골드(Armand de Brignac Brut Gold) NV / 96p → 시음기

② 돔 페리뇽(Dom Pérignon) 2000 / 95p → 1996 빈티지 시음기

③ 멈 뀌베 R. 랄루(Mumm Cuvée R. Lalou) 1998 / 94p

④ 로드레 크리스탈(Roederer Cristal) 2002 / 94p → 2004 빈티지 시음기

⑤ 에저리에 드 빠녜Egerier de Pannier 2000 / 94p

 

 

폴 로저 뀌베 서 윈스턴 처칠(Pol Roger Cuvée Sir Winston Churchill) 1998/ 94p → 1999 빈티지 시음기

⑦ 돔 페리뇽 로제(Dom Pérignon Rosé) 1998 / 93p

⑧ 자까르 블랑 드 블랑(Jacquart Blanc de Blancs) 1999 / 93p

⑨ 로드레 크리스탈 로제(Roederer Cristal Rosé) 2002 / 93p

⑩ 샤르똔-따이에 피아크(Chartogne-Taillet Fiacre) NV / 93p

100점 만점 제로 진행한 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과정이 매우 엄격해서 만약 한 샴페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판정 점수가 4점 이상 차이 나면 다시 테이스팅 해서 재평가했다고 합니다. 

파인 샴페인 매거진은 샴페인만 다루는 세계 최초의 전문 와인 잡지로 편집장인 에씨 아벨랑(Essi Avellan)은 마스터 오브 와인(MW)이며, 편집진인 유하 리토넨(Juha Lihtonen)과 페카 뉘키(Pekka Nuikki), 안드레아 라르손(Andreas Larsson), 아만다 리건(Amanda Regan), 메리 쿠카바라(Meri Kukkavaara) 역시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역사가 아주 오래된 잡지는 아니지만, 권위와 실력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2011년 이후 아르망 드 브리냑의 순위는 많이 낮아졌습니다. 2011년 이후 아르망 드 브리냑의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2년에는 로제가 92점으로 8등, 브뤼 골드가 91점으로 16등.

•2013년에는 로제가 89점으로 33등, 브뤼 골드가 87점으로 83등.

•2014년에는 브뤼 골드와 블랑 드 블랑이 각각 90점으로 25등.

•2015년에는 브뤼 골드와 로제가 91점으로 29등.

•2016년에는 블랑 드 누아가 91점으로 26등, 브뤼 골드와 블랑 드 블랑이 89점으로 64등.

등수가 많이 널뛰기하죠? 그러나 다른 샴페인도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샴페인의 품질 관리가 어렵다는 방증일 겁니다.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일까요? 단순한 마케팅? 아니면 비싼 가격을 받을 만한 품질? 제일 중요한 것은 직접 마셔보고 내 입맛에 좋은지, 기꺼이 돈을 낼 수 있는지 여부겠죠?

<참고 자료>

1. 영문 위키피디아 아르망 드 브리냑 항목

2. PR Web 2009년 9월 24일자 기사

3. 에씨 아벨랑 블로그

4.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