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검고 진하며 스파이스한 풍미, 양꼬치와 딱 어울릴 만한 와인 - Santa Helena Seleccion del Directoria Carmenere 2009

까브드맹 2012. 11. 2. 06:00

"감독의 선택"이란 뜻을 가진 셀렉시온 델 디렉토리아 까르메네르(Seleccion del Directoria Carmenere) 2009는 칠레의 와인 전문 경영 그룹인 VSP 그룹에 속해 있는 산타 헬레나(Santa Helena)가 칠레 중부의 센트럴 밸리 리젼(Central Valley Region)에 속한 라펠 밸리(Rapel Valley)의 하위 지역인 꼴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에서 까르메네르(Carménère)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1. 셀렉시온 델 디렉토리아 까르메네르

VSP 와인 그룹은 남미의 유명 와이너리를 소유하거나 많은 지분을 보유한 와인 전문 경영 그룹으로 산타 헬레나 외에 비냐 산 페드로(Vina San Pedro), 타라파카(Tarapacá), 알타이어(Altaïr), 비냐 타발리(Vina Tabali)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핀카 라 셀리아(Finca La Celia)도 VSP 그룹에 속해 있죠. 또한 VSP 와인 그룹의 모회사인 CCU 법인은 칠레에서 가장 큰 음료수 회사이기도 하죠. 산타 헬레나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1994년 몽펠리에 대학 포도주 학과의 쟝-미셸 부르시코(Jean-Michel Boursiquot) 교수는 칠레에서 오랫동안 메를로(Merlot)로 알려져 있었지만, 메를로보다 더 빨리 익는 포도가 사실은 프랑스 보르도에서 사라진 전설의 포도 <까르메네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 발견에 칠레의 와인업계는 흥분했고, 4년 후 칠레 농무부는 장-미셸 부르시코 교수가 찾아낸 포도를 까르메네르로 공식 인정했죠. 이후 까르메네르 와인을 칠레의 특산 와인으로 육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산타 헬레나 셀렉시온 델 디렉토리아 까르메네르 2009는 산타 헬레나의 와인 제품 중 중간 등급에 속한 와인입니다. 꼴차구아 밸리에서 재배한 까르메네르 포도를 평균 26℃의 온도에서 10일간 알코올 발효한 다음 100%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약 8개월간 숙성해서 만들죠.

와인은 코르크를 따고 약 30분 후에 마시는 것이 좋으며, 온도는 18℃가 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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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의 맛과 향

깨끗하고 진한 루비색입니다. 무르익은 서양 자두와 건자두, 블랙 체리, 블랙베리 향이 나옵니다. 오크, 향신료 향과 함께 약간 구수한 향도 있으며 까르메네르 와인에서 종종 맡을 수 있는 피망 향은 별로 없습니다. 점차 후추 향이 올라오고 약간 퀴퀴한 담배 냄새도 풍기네요. 시간이 갈수록 오크와 향신료 향이 두드러지고, 담배 향은 좀 더 우아해집니다. 여기에 정향과 비슷하지만 좀 더 맵싸하고 단 향, 삼나무 향, 씰란트로(cilantro), 볶은 헤이즐넛 향이 섞인 유제품 향이 이어집니다.

매끈하고 탄탄한 질감을 가진 균형 잡힌 와인으로 매우 진합니다. 무게도 제법 있군요. 탄닌은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떫은맛이 있으나 2~3년 정도 더 숙성하면 거의 사라질 듯합니다. 개봉 후 30분 정도 지나면 떫은 기운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탄탄한 질감만 남습니다.

드라이하지만 조금 달콤한 풍미가 돕니다. 산도는 중간 정도로 와인 구조를 강인하게 하기엔 부족하지 않지만, 그다지 도드라지진 않습니다. 그래서 많이 마시면 조금 질릴 것 같군요.

 

 

서양 자두와 건 자두, 블랙베리 등의 농익은 검은 과일과 오크 풍미가 느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후추와 달콤한 향신료 풍미가 슬슬 올라오네요. 떫거나 시지 않고 부드러우며 검은 과일의 단 풍미가 살짝 나와서 레드 와인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도 맛있게 마실 수 있습니다. 까르메네르 와인은 향신료 풍미가 제법 있어서 약간 매콤하게 조리된 고기 요리와 먹으면 꽤 좋은 궁합을 보여줍니다.

여운이 제법 길고 입에서 느끼는 강도나 풍미의 변화도 좋습니다. 마신 후 목에서 은은히 퍼지는 맛과 향이 꽤 매력적이군요.

부드러운 탄닌과 검은 과일의 단 풍미, 두드러지진 않지만 와인을 받쳐주는 산도가 어울려 꽤 좋은 균형을 유지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산미가 조금 더 풍부했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구이, 꼬치구이, 초리조와 살라미 소시지, 양꼬치와 양갈비, 순대 볶음, 중국식 고기 볶음 요리, 제육볶음, 숙성 치즈 등과 잘 어울리는 맛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2년 6월 3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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