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멘 드루앵(Domaine Drouhin)의 던디 힐스 피노 누아(Dundee Hills Pinot Noir) 2015는 미국 오리건(Oregon)주에 있는 던디 힐스 AVA에서 재배하고 수확한 피노 누아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도멘 드루앵
도멘 드루앵은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1880년대부터 와인을 양조하고 판매해 온 조셉 드루앵(Joseph Drouhin)의 3대손인 로베르 드루앵(Robert Drouhin)과 그의 딸인 베로니크 드루앵(Veronique Drouhin)이 1988년에 미국 오리건주의 던디 힐스 AVA에 설립한 와이너리입니다.
도멘 드루앵은 “프랑스 부르고뉴의 혼, 미국 오리건의 흙”이라는 모토로 오리건주에서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과 가장 비슷한 와인을 만든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리건의 가장 뛰어난 3대 피노 누아 생산자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하죠.
모회사랄 수 있는 조셉 드루앙은 1880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조셉 드루앙은 부르고뉴에서 가장 큰 네고시앙 중 하나이면서 많은 포도밭을 소유한 와인 생산자이기도 합니다. 북으로 샤블리(Chablis)부터 남으로 보졸레(Beaujolais)까지 부르고뉴의 수많은 AOC에서 가져온 포도와 와인으로 166종의 와인을 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1961년 로베르 드루앵은 와인 홍보를 위해 미국에 방문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와인 산업이 도약하고 있었지만, 로베르는 캘리포니아 와인에서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오리건주에서 피노 누아 포도를 키울 수 있는 잠재력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1979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 와인 올림픽에서 오리건 와인이 부르고뉴의 숱한 와인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하자 로베르는 자신의 직감이 맞았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또한 닐 골드슈미트(Neil Goldschmidt) 오리건 주지사가 프랑스 부르고뉴를 공식 방문하여 두 지역의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로베르는 대학에서 양조를 전공한 딸 베로니크를 1986년에 오리건주로 보내서 그곳의 와인 양조를 배우게 했죠. 2년 뒤인 1988년에 로베르는 던디 힐스의 포도밭을 구매하고 정식으로 도멘 드루앵을 설립했습니다.
현재 조셉 드루앵의 부르고뉴 포도밭은 메종 조셉 드루앵에서, 미국 포도밭은 도멘 드루앵 오리건(Domaine Drouhin Oregon)에서 관리합니다. 두 회사의 경영진 모두 조셉 드루앵의 증손들이죠.
참고로 조셉 드루앵 가문은 프리멈 파밀리에 비니(Primum Familiae Vini)의 회원입니다. 프리멈 파밀리에 비니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들의 협회이지만, 가족 경영 와이너리라고 해서 어디나 가입할 순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와인을 생산하는 10여 개의 와이너리에만 멤버십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2. 와인 생산지 - 던디 힐스 AVA
던디 힐스 AVA는 미국 북서부 오레곤 주의 얌힐 카운티(Yamhill County)에 있는 미국 포도재배 지역(American Viticultural Area, AVA)입니다. 윌라멧 밸리(Willamette Valley) AVA 안에 자리한 곳으로 포틀랜드에서 남서쪽으로 약 45km 떨어져 있으며, 던디(Dundee)와 데이턴(Dayton) 마을 근처에 있습니다.
윌라멧 강(Willamette River) 계곡의 서쪽에서 남북 방향으로 뻗은 언덕인 던디 힐스의 전체 면적은 2,809헥타르입니다. 이중 포도밭은 면적은 526헥타르로 전체의 19% 정도죠. 붉은색을 띤 토양은 철분이 풍부하지만, 상대적으로 척박해서 포도 재배에 알맞습니다.
컬럼비아 협곡에서 윌라멧 밸리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지만, 던디 힐스는 북쪽의 셰할렘(Chehalem) 산맥이 바람으로부터 보호해 줍니다. 연간 강우량은 760~1140㎜입니다.
던디 힐스는 오레곤 피노 누아 와인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데이비드 레트(David Lett)가 1966년에 아이리 빈야즈(Eyrie Vineyards)를 세우고 피노 누아와 피노 그리(Pinot Gris)를 심었을 때부터 포도 재배 지역이었습니다. 1975년에 딕 에라쓰(Dick Erath)와 C. 칼베르 크누센(Calvert Knudsen)은 크누센 에라쓰 와이너리(Knudsen Erath Winery)를 설립했고, 이는 던디 힐스에 문을 연 최초의 상업용 와이너리였습니다. 아이리 빈야즈가 던디 힐스 최초의 상업용 와이너리가 아닌 것은 포도밭만 던디 힐스에 있고, 와이너리는 맥민빌(McMinnville)에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던디 힐스 AVA에선 25개가 넘는 와이너리와 독립 포도원이 매년 44,000 상자 이상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3. 도멘 드루앵 던디 힐스 피노 누아 2015의 맛과 향
중간보다 조금 더 진한 루비색입니다. 산딸기와 레드 체리 향이 올라오지만 덜 열린 듯 풍부하진 않습니다. 향신료와 나무 새순 같은 향긋하고 매콤한 향과 나무 수지와 오크의 부드러운 향이 천천히 올라옵니다.
매끄럽고 부드럽지만, 마신 후엔 탄닌 느낌이 강하게 남습니다. 치밀하고 잘 짜인 구조가 우아하고 세련됩니다.
드라이하고 강건합니다. 깨끗한 산미는 힘이 있고 남성적이네요. 덜 익은 딸기와 체리, 레드 커런트 풍미가 있고, 쌈 채소의 쌉싸름한 맛과 살짝 그을린 맛이 함께 합니다. 길고 깔끔한 여운 속에서 덜 익은 붉은 베리 종류 과일과 흰 채소, 타임(thyme) 느낌이 남습니다.
세련되고 힘찬 산미와 강건한 탄닌, 14.1%의 알코올이 균형을 이룹니다. 절제된 듯 조화를 이루는 풍미는 우아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9년 7월 31일 시음했습니다.
4. 함께 어울리는 음식
다른 레드 와인처럼 피노 누아 와인도 기본적으로 붉은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소고기와 양고기로 만든 스테이크와 구이 요리가 최적이죠. 다만 양념을 너무 달게 하면 피노 누아의 섬세한 맛을 가릴 수 있습니다. 달지 않으면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수준의 소스나 양념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풍미가 강한 조류도 피노 누아 와인과 잘 맞습니다. 훈제 오리와 칠면조 구이는 좋은 안주가 되죠.
흰 살 생선은 탄닌이 강한 레드 와인과 상극이지만, 붉은 살 생선은 탄닌이 섬세한 레드 와인과 어울릴 때가 있습니다. 소고기와 흡사한 모습과 식감을 가진 참치 머릿살이라면 피노 누아 와인과 함께 먹을 만합니다.
파스타와 피자도 피노 누아 와인과 잘 맞습니다. 다만 해산물 토핑이 아니라, 고기나 버섯, 치즈 중심으로 토핑 한 피자이어야 하죠. 새우나 게살 피자는 피노 누아 와인과 함께 먹으면 비린 맛이 두드러지게 됩니다.
치즈는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까망베르나 브리처럼 연한 숙성 치즈부터 고다나 체다 같은 단단한 숙성 치즈까지 다양한 치즈가 피노 누아 와인과 어울리죠. 다만 마트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가공 치즈는 안 맞고 천연 치즈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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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1. 와인21닷컴 도멘 드루앵 항목
2. 영문 위키피디아 던디 힐스 AVA 항목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