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호주] 풍부한 산미와 탄탄한 질감을 가진 - Peter Lehmann Art Series Riesling 2007

까브드맹 2010. 12. 19. 08:01

피터 르만 아트 시리즈 리슬링 2007

1. 호주산 리슬링 와인

리슬링(Riesling) 와인 하면 독일에서 만드는 신맛과 단맛이 강한 마시기 편한 화이트 와인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시절에 잠시 마시고 지나가는 와인 정도로 생각하는 분도 많죠. 하지만 리슬링은 샤르도네(Chardonnay)나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과 함께 세계 3대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손꼽힐 정도로 우수하며 가장 오랫동안 숙성하는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입니다. 독일 이외의 지역에서 만드는 리슬링 와인에선 단맛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특유의 높은 산도와 탄탄한 질감은 그대로 나오는 것이 많습니다.

독일 말고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뉴질랜드 등등 세계 여러 곳에서 리슬링을 재배하지만, 구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프랑스 알자스(Alsace)이며, 신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리슬링 와인을 만드는 곳은 호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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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리슬링은 호주 남쪽에 있는 에덴 밸리(Eden Valley)와 클레어 밸리(Clare valley)에서 많이 재배하며 훌륭한 양조자들의 손을 거쳐 뛰어난 와인으로 태어납니다. 호주산 리슬링 와인은 라임과 레몬 같은 감귤류의 풍미가 강렬하게 풍기면서 산도가 높고 질감이 쇠처럼 탄탄해서 리슬링의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물론 장기 숙성하면 꿀과 토스트 향이 나면서 특유의 석유 냄새를 풍기는 리슬링의 특징도 잘 살아있죠.

똑같이 달지 않은 프랑스 알자스의 리슬링과 비교할 때 개인적으론 좀 더 복합적인 풍미가 느껴지는 알자스 리슬링에 한 표 던지겠지만, 와인의 개성이나 떼루아의 발현, 가격 등등의 요소를 고려해볼 때 두 지역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두 지역 모두 각자의 멋진 개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리슬링 와인을 많이 만들고 있거든요.

남호주에서 가장 시원한 곳인 에덴 밸리에서 수확한 리슬링으로 만드는 피터 르만 아트 시리즈 리슬링은 리슬링 특유의 스타일을 잘 표현해내 “인터내셔날 와인 앤 스피리트 컴피티션(International Wine & Spirit Competition)” 에서 베스트 리슬링 트로피를 5회나 수상한 와인입니다. 100% 리슬링은 아니고 샤르도네를 16% 섞었으며, 5년에서 10년 정도 숙성하면 부드러운 구조감과 벌꿀 풍미가 강해진다고 합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맑고 푸른 기운이 도는 중간 정도의 담황색입니다. 풍부하며 매력적인 향이 계속 올라오는데 아카시아 같은 흰 꽃과 살구와 자몽 같은 과일 향이 나며 햇볕 아래 그을린 검은 석판 향도 느껴집니다. 석유 향도 슬쩍 납니다. 

기름진 듯 매끄러우며 쇠처럼 탄탄한 질감이 있는 미디엄 바디의 와인입니다. 독일산 리슬링 와인과 비교할 때 달지 않고 산도는 조금 낮지만, 양은 더 풍성한 느낌입니다. 자몽과 귤, 레몬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과 흰 꽃의 풍미가 있습니다. 여운의 길이는 중간 정도이며 탄탄한 끝 맛이 기분 좋게 느껴지죠. 산미와 알코올, 각종 풍미 등의 요소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호주 리슬링의 특징을 잘 살립니다.

구운 생선, 샐러드, 치킨, 치즈, 향신료가 강한 동남아 요리와 중국 요리, 초밥 같은 일식, 채소와 해산물이 들어간 한식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0년 11월 23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