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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불가리아 와인에서 느껴지는 쌩-테밀리옹 와인의 느낌 - Domaine Bessa Valley Enira 2015

까브드맹 2023. 3. 26. 15:41

도멘 베사 밸리 에니라 2015

아직은 우리에게 낯선 불가리아 와인. 그렇지만 도멘 베사 벨리(Domaine Bessa Valley)의 에니라(Enira) 2015는 프랑스 보르도의 품종과 기술이 불가리아의 떼루아와 결합한 레드 와인으로 익숙한 맛과 향을 보여줍니다.

1. 불가리아 와인

고대에 트라키아(Thracia)로 알려졌던 불가리아의 와인 역사는 6,000년이나 됩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트라키아 와인은 풍부한 맛과 놀라운 색상, 기억에 남는 향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켜 왔죠.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불가리아 와인은 꾸준히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2차 세계 대전 때 나치 독일의 강압으로 추축국의 일원으로 싸웠다가 패전국이 되면서 불가리아는 전쟁이 끝난 후에 소비에트 연방에 속하게 돼버리죠.

과거 소련의 위성국가 중 불가리아만큼 와인 수출에 열심인 나라도 없었습니다. 1950년대에 불가리아는 소비에트 연방의 나라들에게 대규모로 데일리 와인을 판매하려고 막대한 면적의 땅에 까베르네 소비뇽 같은 국제 품종을 심었고, 이 계획은 한동안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습니다. 1970년대에 영국의 클라레 와인 애호가 중 일부가 값이 싸면서 품질도 나쁘지 않은 불가리아 와인으로 눈을 돌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1985년에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알코올 중독자의 증가를 막으려고 실시한 반알코올 정책으로 불가리아의 와인 수출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와인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많은 포도원이 와인 생산을 포기하거나 방치되어 버립니다. 러시아라는 큰 시장을 잃으면서 불가리아 와인 산업은 큰 혼란을 겪게 됩니다. 그렇지만 불가리아 와인업계는 서방과의 교역으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다양한 토착 품종과 국제 품종으로 만든 싸고 품질 좋은 와인을 다시금 선보이고 있습니다.

불가리아 와인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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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생산자

도멘 베사 밸리(Domaine Bessa Valley)는 프랑스 보르도 쌩-테밀리옹(St. Émilion)의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Premier Grand Cru Classé) B에 속한 샤토 카농 라 가펠리에르(Chateau Canon-la-Gaffeliere)와 쌩-테밀리옹의 페트루스(Petrus), 또는 르 뺑(Le Pin)으로 극찬을 받는 개러지 와인인 샤토 라 몽도트(Chateau La Mondotte)의 오너인 스테판 폰 네이퍼그 백작(Count Stephan von Neipperg)이 오너인 와이너리입니다.

불가리아 수도인 소피아의 남동쪽 120km 지점에 있는 파자르지크(pazardzhik) 지역에 있는 도멘 베사 벨리는 2001년 약 800명의 오그니아노보(Ognianovo) 마을 주민들로부터 토지를 구매하면서 문을 열었습니다. 현재 총 250 헥타르의 대지 위에 140 헥타르의 포도밭을 경작하며, 주요 저장고는 언덕 아래에 아치 모양의 호를 파서 만들었죠. 저장도의 일부는 돌을 쌓아서 만들었는데, 이 돌들은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줘서 와인 숙성에 도움을 줍니다.

현재 포도 수확량은 약 650,000kg이며 이 포도로 매년 72만 병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능숙한 직원의 손으로 수확된 포도는 두 차례에 걸쳐 가장 좋은 것만 골라져서 양조장으로 보내집니다. 발효가 끝난 와인은 2,500개의 오크통을 수용할 수 있는 셀러로 보내져 출시될 때까지 천천히 숙성되죠. 베사 밸리에서는 개당 570유로에 달하는 프랑스산 오크통만 사용해서 와인을 숙성합니다. 오크통은 세 번까지만 와인 숙성에 사용되며 그 후엔 쓰이지 않습니다.

생산된 와인의 80%를 수출하며 주요 시장은 영국과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캐나다, 미국, 러시아입니다, 최근에 중국, 일본, 홍콩, 그리고 한국이 추가되었죠.

 

 

3. 와인 양조

2010 빈티지가 신의 물방울 5권에 나왔던 에니라는 도멘 베사 벨리를 대표하는 와인입니다. 손으로 수확한 포도를 2차례 골라내고 줄기를 제거한 다음 10~12℃에서 5~7일간 보관해 과일 풍미를 극대화했습니다. 그 후 내부를 수지로 바른 콘크리트 탱크에서 24~26℃의 온도로 5~10일간 알코올 발효했고, 다시 28~30℃의 온도에서 10~14일간 껍질과 씨에서 탄닌과 색소를 뽑아냈습니다. 콘크리트 탱크에서 젖산 발효하면서 일부는 새 오크통으로 옮겨서 젖산 발효했습니다.

발효가 끝난 와인을 오크통에 넣고 숙성할 때 10%는 12개월, 70%는 24개월, 20%는 36개월을 해서 와인에 복합미를 추구했습니다. 36개월이 지나면 모든 와인을 혼합한 다음 찌꺼기를 제거하고 병에 담았습니다.

품종 비율은 메를로(Merlot) 60%, 시라(Syrah) 20%,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17%,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3%로 보르도 우안의 품종 비율과 비슷하면서 조금 다릅니다. 와인을 마셔봐도 역시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중간 농도의 루비색입니다. 서양 자두와 블랙베리 같은 진한 검은 과일 향이 퍼지고 기름진 흙냄새도 살짝 나옵니다. 가죽과 오크 향도 올라옵니다.

부드럽고 풍성한 풀 바디 와인으로 잘 짜인 구조가 풍만합니다. 

드라이하면서 부드럽고 질 좋은 산미가 넉넉합니다. 검은 과일과 나무, 구수한 흙의 풍미가 가득합니다. 힘은 알맞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좋아지네요. 나중엔 검은 과일의 단맛이 조금 도드라집니다. 마신 후에도 검은 과일과 구수한 흙 느낌이 길게 남습니다.

부드럽고 충실한 탄닌과 넉넉한 검은 과일의 산미, 알맞은 알코올이 균형을 이룹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면 자칫 쌩-테밀리옹 와인으로도 착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하기 좋은 음식은 역시 양고기와 소고기 스테이크, 소고기와 양고기 구이, 미트 스튜, 미트 소스 파스타와 피자, 갈비찜과 비프 부르기뇽, 숙성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3월 13일 시음했습니다.

 

[불가리아] 불가리아(Bulgaria) 와인 개괄

1. 불가리아 와인의 역사 고대시대에 트라키아(Thracia)로 알려졌던 불가리아의 와인 역사는 6,000년이나 됩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트라키아 와인은 풍부한 맛과 놀라운 색상, 기억에 남는 향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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