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포도 품종 44

[이탈리아] 아르네이스 - 조그만 푸른 장난꾸러기 (재업)

아르네이스(Arneis)는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주가 원산지인 청포도입니다. 피에몬테주에 있는 알바(Alba) 지역 북서쪽의 로에로(Roero) 언덕에서 주로 재배하며 그곳은 로에로 DOCG의 일부입니다. 또한 랑게(Langhe) 지방에서 DOC 와인을 생산할 때도 사용합니다. 1. 아르네이스의 특성 아르네이스는 피에몬테 사투리로 '조그만 장난꾸러기'라는 뜻입니다.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아르네이스가 다소 재배하기 까다로운 품종이기 때문이죠. 아르네이스는 파우더리 밀듀(Powdery Mildew, 백분병)에 잘 감염되며, 파우더리 밀듀에 좀 더 내성 있는 클론으로 종자를 분리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또한 면적당 수확량이 적고 수확 후엔 쉽게 산화해서 20세기 초중반 동안 아르네이스 재..

[이탈리아] 산지오베제 - 중부 이탈리아 포도의 최강자 (재업)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 와인의 주요 포도인 산지오베제(Sangiovese)는 토스카나 와인 양조자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어린 포도입니다. 한때 잘못된 품질 관리로 저가 와인의 대명사로 취급받았지만, 현재는 세계 각지의 최고급 와인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는 키안티(Chianti) 와인에 들어가는 주요 포도이죠. 1. 산지오베제의 특성 1) 포도의 특성 “슈퍼 투스칸(Super Tuscan)은 최상의 산지오베제를 재배할 수 없기 때문에 자구책에서 나온 와인이다” “만약 좋은 토양을 확보하고 있다면 굳이 다른 품종을 재배할 이유는 없다.” 키안티 와인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까사 루피노(Casa Ruffino)의 양조 책임자 카르멜로 시몬첼리에가 이렇게 말했을 만큼 토스카나주 와인 생산자들의 산지오베제..

[이탈리아] 몬테풀치아노 - 장래성과 낮은 가격의 조화 (재업)

맛있고 경제적인 가격의 레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는 아직 국내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포도입니다. 하지만 고향인 이탈리아에선 널리 재배하는 메이저 품종이죠. 부드럽고 새콤하며, 때로는 깊은 맛과 향을 보여주는 몬테풀치아노 와인은 명랑하고 쾌활한 이탈리아인의 기질을 닮았습니다. 1. 몬테풀치아노의 특성 1) 품종과 와인의 특성 몬테풀치아노는 이탈리아에서 산지오베제(Sangiovese)에 이어 두 번째로 널리 재배하는 토착 포도입니다. 다만 이탈리아 북부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만생종이라 너무 늦게 익어서 날짜에 쫓겨 수확을 서두르면 북부에선 아직 덜 익었을 수 있기 때문이죠. 몬테풀치아노는 넓은 땅에서 나무 사이의 간격을 멀리 두고 재배해야 잘 자랍니다. 충분히..

[프랑스] 믈롱 드 부르고뉴 - 해산물 요리의 절친한 친구 (재업)

뮈스카데(Muscadet)는 프랑스 루아르 밸리(Val de Loire) 지역의 가장 서쪽에 있는 낭트(Nantes)시 인근에서 주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입니다. 와인 이름이 뮈스카데인 것은 만들 때 사용하는 포도 이름이 뮈스카데라서 그런 것이지만, 이 포도는 믈롱 드 부르고뉴(Melon de Bourgogne)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합니다. 1. 믈롱 드 부르고뉴의 특성 믈롱 드 부르고뉴 와인은 특별히 구분될 만한 개성이 없는 편입니다. 드라이하고 때때로 미네랄 때문에 짠맛이 나기도 하죠. 산도는 높지만 둥글고 부드러워서 활력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구조가 견고해서 와인은 힘이 있습니다. 이런 특성이 고급 해산물 요리와 잘 맞아서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알던 시골 와인(?)이었..

[프랑스] 알리고떼 - 부르고뉴의 청순한 아가씨 (재업)

알리고떼(Aligoté)는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에서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 청포도입니다. 루마니아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몰도바, 불가리아를 비롯한 동유럽에서도 이 포도를 많이 재배하죠. 지구상의 알리고떼 포도밭 면적은 약 4만 5천 헥타르이며, 2004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20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포도입니다. 1. 알리고떼의 특성 알리고떼는 샤르도네보다 추위에 강하고 빨리 익으면서 수확량도 적당한 품종으로 양조한 후 바로 마실 수 있는 산도 높은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영국의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인 클리브 코트스(Clive Coates)는 “부르고뉴에서 보조적인 역할이 큰 품종으로 와인은 가볍고 살짝 허브 향이 풍기면서 샤르도네(Chard..

[크로아티아] 비오니에 - 멸종 일보 전에 부활한 포도 (재업)

비오니에(Viognier)는 꽁드리유(Condrieu) AOC를 비롯한 프랑스 북부 론(Northern Rhone) 일대에서 많이 재배하는 포도입니다. 비엔(Vienne) 시 남쪽 약 11km 지점에 있는 꽁드리유 AOC는 오로지 비오니에 와인만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죠. 꽁드리유 와인은 살구와 복숭아, 말린 과일, 흰 꽃 향이 특징이며 아니스(Anise)와 멜론 풍미가 있는 와인도 있습니다. 뛰어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비오니에는 한때 프랑스 여러 곳에서 재배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북부 론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든 포도가 되었죠. 심지어 1965년엔 단 3.24헥타르의 포도밭에서 1,900ℓ의 와인만 생산할 정도로 재배량이 극도로 줄어버렸죠. 이렇게 재배량이 줄어든 것은 비오니에 재배가 매우 까다롭..

[스페인] 모나스트렐/무르베드르/마타로 - 오랜 역사, 넓은 재배지, 세 가지 이름 (재업)

프랑스에서는 무르베드르(Mourvèdre), 호주에서는 마타로(Mataro)로 부르는 모나스트렐(Monastrell)은 7개의 국제 품종에 비길 만큼 많은 지역에서 재배하는 포도입니다. 재배 역사도 아주 오래되어서 기원전 5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죠. 오랜 역사와 뚜렷한 개성을 가진 모나스트렐은 알아두어야 할 또 하나의 양조용 포도입니다. 1. 모나스트렐의 특성 모나스트렐은 아주 늦게 익는 만생종 포도로 바다와 가까운 곳에서 잘 자랍니다. 유럽에선 지중해 연안에서 많이 재배하죠. 중간 크기의 포도알은 푸른 빛이 도는 검정색(blue-black)을 띠며 껍질이 두꺼워서 탄닌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색이 진하고 맛이 강한 레드 와인을 생산할 수 있지만, 때때로 로제 와인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모나..

[스페인] 그르나슈/가르나차 - 재능은 뛰어나지만 혼자선 힘들어요. (재업)

프랑스에선 그르나슈(Grenache), 스페인에선 가르나차(Garnacha)라고 부르는 포도로 프랑스의 남부 론(Southern Rhone)과 남부 프랑스(Sud de France), 스페인의 아라곤(Aragon)과 리오하(Rioja)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널리 재배합니다. 호주와 미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같은 신세계 와인 생산국에서도 많이 재배하죠.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메를로(Merlot), 시라/쉬라즈(Syrah/Shiraz), 피노 누아(Pinot Noir) 같이 단일 품종 와인으로 만드는 일이 거의 없고, 주로 다른 포도와 섞어서 블렌딩 와인으로 만들다 보니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다른 국제 품종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포도입니다. 1. 그르나슈/가르나..

[크로아티아] 진판델/프리미티보 -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포도 (재업)

원래 동유럽에서 태어났지만, 이제는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포도로 자리 잡은 진판델(Zinfandel)은 가장 미국적인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품종입니다. 짙은 색깔, 묵직한 느낌, 풍부하고 부드러운 탄닌, 강렬하고 달콤한 과일 향이 진판델 와인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이죠. 때론 너무 달콤한 향을 풍기고, 다른 레드 와인보다 달아서 드라이한 맛을 찾는 분은 꺼리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매력적인 포도임은 틀림없습니다. 1. 진판델의 특성 진판델의 특성 중 하나는 포도 한 송이에 달린 포도알의 익는 속도가 각기 다르다는 겁니다. 그래서 포도가 완전히 익을 때면 몇몇 포도알은 건포도처럼 쪼글쪼글 말라 있죠. 포도 한 송이당 10~15% 정도의 포도알이 건포도처럼 되는 것은..

[프랑스] 슈냉 블랑 - 과일 향기 넘쳐나는 발랄한 소녀 (재업)

루아르의 피노(Pineau de la Loire)라고도 불리는 슈냉 블랑(Chenin Blanc)은 독특한 향을 풍기는 포도입니다. 쇠같이 단단하고 따끔거릴 정도로 강한 신맛과 함께 진한 벌꿀과 각종 과일 향을 풍기는 한편, 미네랄과 지푸라기 냄새가 나올 때도 있죠. 슈냉 블랑은 오래전부터 유럽에서 재배한 포도입니다. 프랑스 루아르강 중부의 석회질이 많은 응회암질 토양이 깔린 앙주(Anjou)와 투렌(Touraine) 지방에서 4세기경부터 키우기 시작해서 9세기 이후 전성기를 누려 왔죠. 샤르도네(Chardonnay)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에 이어 쎄미용(Sémillon)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청포도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1. 슈냉 블랑의 특성 다수확 품종으로 아무 데서나..

[프랑스] 쎄미용 - 매혹적인 스위트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숨어있는 강자 (재업)

포도 품종을 공부할 때 빠지진 않지만, 와인 라벨에서 품종명을 보기 힘든 포도가 쎄미용(Sémillon)입니다. 대부분 다른 포도와 섞어서 와인을 만들기 때문이죠. 하지만 쎄미용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과 함께 보르도 화이트 와인의 바탕을 이루며, 디저트 와인으로 유명한 소테른(Sauternes)을 만들 때 꼭 들어가는 유명한 포도입니다. 1. 쎄미용의 특성 1) 부족한 산도 국제 품종으로 부르는 양조용 포도를 언급할 때 보통 레드 와인용 포도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 시라/쉬라즈(Syrah/Shiraz), 피노 누아(Pinot Noir)를 들고, 화이트 와인용 포도는 샤르도네(Chardonnay), 소비뇽 블랑, 리슬링(Riesl..

[스페인] 뗌프라니요 - 스페인의 사역마. 그 자체로도 훌륭한 품종 (재업)

스페인의 대표 포도인 뗌프라니요(Tempranillo)는 스페인 전역에서 다양한 맛과 향의 와인으로 생산됩니다. 스페인에선 최고급 와인이든 값싼 와인이든 가리지 않고 뗌프라니요로 와인을 양조하고, 포르투갈에선 주정 강화 와인인 포트(Port)를 만들 때도 사용합니다. 스페인은 19세기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 정치사회적으로 혼란하여 내전까지 일어났습니다. 와인 산업은 어지러운 국내 정세 속에서 다른 와인 생산국보다 뒤쳐지고 말았죠. 그러다 보니 스페인 와인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뗌프라니요도 덩달아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죠. 20세기 후반부터 스페인 와인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뗌프라니요와 뗌프라니요 와인에 대한 소비자와 와인 평론가의 평가도 날로 좋아지고 있습니다. 1. 뗌프라니요의 특성 1) 이름의 ..

[프랑스] 카르미네르 - 진한 선홍색으로 신대륙에서 부활한 품종 (재업)

오늘날 칠레를 대표하는 품종이 된 카르미네르(Carmenère)의 어원은 진홍색(Crimson)을 뜻하는 프랑스어인 카민(Carmin)입니다. 가을에 단풍으로 붉게 물드는 포도 잎사귀뿐만 아니라 카르미네르 와인의 빛이 진하고 선명한 진홍색을 띠기 때문에 카민이 어원이 된 것이죠. 1. 카르미네르의 특성 와인 생산국의 대표적인 양조용 포도로 아르헨티나에 말벡이 있다면 칠레에는 카르미네르가 있습니다. 국내에선 카르미네르란 품종명이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메를로(Merlot)보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인지도가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이 포도가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재발견된 지 25년 정도밖에 안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카르미네르는 까베르네 소비..

[프랑스] 말벡 - 흘러간 세기의 위대한 여행자 (재업)

한때 프랑스 곳곳에서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일부를 제외하곤 보기 힘든 품종, "흘러간 세기의 위대한 여행자(un grand voyageur des siecles passes, Les Mot de la vigne et du vin)”라 일컬어지는 포도. 그러나 신대륙에서 다시 찬란하게 부활한 품종. 바로 말벡입니다. 1. 말벡의 특성 프랑스 보르도가 원산지지만 현재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품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진하고 선명한 색, 적당한 산도, 부드러운 과일 향으로 마시기 무난한 레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죠. 꼬(Cot), 또는 프레삭(Pressac)이라고도 부르며, 프랑스 서남부의 까오르(Cahors)에선 오쎄후아(Auxerrois)라는 별칭으로 부릅니다. 보르도에서 말벡은 까베르네 소비뇽(..

[프랑스] 가메 - 신선한 과일 향의 상큼한 어린 아이 (재업)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이면 전 세계적으로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가 출시됩니다. 수확한 해가 가기 전에 마실 수 있는 와인인 보졸레 누보는 한 해의 포도 농사와 와인 품질을 가늠할 수 있는 와인입니다. 신선한 과일 향과 가벼운 탄닌이 어우러져 상큼한 느낌이 나는 보졸레 누보를 만들 때 사용하는 포도가 가메(Gamay)입니다. 1. 가메의 특성 가메 와인은 붉은 체리 향이 진한 것이 특징입니다. 과일 향이 풍부하고 산도도 충분하죠. 가메로 만든 보졸레(Beaujolais) 와인은 빛깔이 참 아름답습니다. 루비의 붉은빛(Ruby pink), 진한 담홍색(Scarlet, Purple Pink), 홍당무의 붉은빛(Reddish Red) 등으로 표현되며 매우 투명하고 찬란합니다. 색상..

[프랑스] 소비뇽 블랑 - 청초하고 싱그러운 아가씨 (재업)

햇살이 제법 따갑게 내리쬐는 초여름이면 생각나는 와인을 만들며, 풀꽃처럼 청초한 느낌을 주는 싱그러운 소녀같이 매력적이고 톡 쏘는 맛과 향이 담긴 포도. 그것이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입니다. 1. 소비뇽 블랑의 특성 1) 신선하고 상쾌한 와인 소비뇽 블랑 와인에 대해 말하길 "현대적인 와인"이라고 합니다. 또는 "유행, 모드를 아는 와인" 이라고도 하죠. 아마 현대적인 양조 기술과 잘 맞고, 한편으로 현대인의 입맛에 어필하는 향과 맛을 가졌기 때문일 겁니다. 쎄미용(Sémillon)과 샤르도네(Chardonnay) 같은 포도가 전통 양조법과 오크통 숙성을 통해 묵직한 느낌의 와인으로 만들어지는 데 비해 소비뇽 블랑은 청량하고 경쾌한 맛이 나는 가벼운 와인으로 많이 생산됩니다. 소비뇽 ..

[독일] 리슬링 - 추운 북국의 향기롭고 강인한 귀부인 (재업)

197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와인을 만들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선택한 포도가 리슬링(Riesling)이었습니다. 중국과 일본에서 와인을 만들려고 시도했을 때 고른 포도도 역시 리슬링이었습니다. 한국과 중국에서 양조용 포도로 리슬링을 선택한 것은 리슬링이 추운 날씨에도 강건하게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리슬링의 뿌리는 영하 20℃의 추위도 견디는 강한 내한성이 있어서 겨울 날씨가 매서운 독일에서 주로 재배하지만, 호주의 일부 지역에서도 훌륭한 리슬링 와인이 나옵니다. 1. 리슬링의 특성 1) 리슬링과 변종 품종 독일의 와인 학자들은 리슬링을 바탕으로 많은 변종을 만들었습니다. 만생종인 리슬링은 완전히 익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독일의 쌀쌀한 가을 날씨를 생각할 때 포도 수확 시기는 늘 문제였기 때문..

[프랑스] 피노 누아 - 섬세한, 그러나 강인한 부르고뉴의 왕 (재업)

피노 누아(Pinot Noir) 만큼 까다로우면서 매혹적인 품종도 없을 겁니다. 작황이 좋은 해의 피노 누아로 만든 와인은 마치 비단처럼 매끄럽고 탄탄하며, 풍부하고 복합적인 향으로 많은 와인 애호가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아직 어리거나 작황이 안 좋은 해에는 너무 진하거나 묽고 맛도 안 좋아서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숙성 기간이 짧은 고급 피노 누아 와인은 딸기와 크랜베리 같은 달콤한 붉은 과일 향이 나오고, 숙성을 거치면 송로버섯과 부엽토 같은 복합적인 부케를 풍깁니다. 1. 피노 누아의 특성 1) 이름의 뜻 피노(Pinot)는 영어로 파인(Pine)으로 소나무를 뜻합니다. 촘촘하게 알이 맺힌 포도송이 모양이 솔방울과 형태가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죠. 누아(Noir)는 검다는 뜻으로 포..

[프랑스] 시라/쉬라즈 - 강렬한 스파이스 향, 오랜 역사의 포도 (재업)

유럽에선 시라(Syrah), 호주를 비롯한 신세계에선 보통 쉬라즈(Shiraz)라고 부르는 이 포도의 특성은 ‘강렬한 향신료 향과 탄닌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라/쉬라즈로 만든 와인은 감칠맛이 뛰어나고 달콤한 과일 향을 풍기며 때로는 매콤할 때도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맛을 한꺼번에 담아내기도 하죠. 가장 강렬한 맛을 풍기는 시라/쉬라즈 와인은 색이 짙고 탄닌이 많으며 여러 가지 향을 풍깁니다. 숙성을 거치면서 달콤한 블랙커런트와 라즈베리 향이 발달하고 벨벳처럼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까지 갖추게 됩니다. 1. 시라/쉬라즈의 특성 진보랏빛 색채의 포도알은 껍질이 까베르네 소비뇽만큼 두껍지 않지만, 풀 바디 와인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탄닌이 들어있습니다. 산미가 풍부하고 당분이 많아 알코올 도수..

[프랑스] 샤르도네 -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하얀 도화지 (재업)

샤르도네(Chardonnay)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화이트 와인용 품종입니다. 와인이 보여주는 맛과 향의 다양성과 놀라운 완성도에 한 번 맛을 본 사람은 흠뻑 빠지고 마는 품종이죠. 샤르도네는 토양과 기후, 양조법과 숙성 방법 등 모든 외부의 영향을 100% 받아들여 소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 "훌륭하고 완벽한 원자재"로서 떼루아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품종이기도 합니다. 마치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하얀 도화지와 같죠. 1. 샤르도네의 특성 1) 재배하기 쉬운 포도 레드 와인에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 차지하는 위상과 특성을 가진 화이트 와인용 품종이 샤르도네입니다. 까베르네 소비뇽이 왕이라면 샤르도네는 여왕이랄까요?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Mer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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