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밸리(Rhone valley) 와인은 우리나라에서 보르도(Bordeaux) 와인 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뛰어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프랑스에선 인기가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보르도 와인과 확실히 다른 개성이 있고 가격보다 품질이 좋아 종종 손이 가죠. 남부 론(Southern Rhone)에서 수확한 그르나슈(Grenache) 80%에 시라(Syrah) 10%, 까리냥(Carignan) 5%, 무흐베드르(Mourvedre) 5%를 넣어서 만든 뻬레 안셀므 라 그리베리에르 꼬뜨 뒤 론(Pere Anselme La Griveliere Cotes du Rhone) 2009도 그런 와인입니다.
1. 와인 이름의 뜻
우선 와인의 긴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볼까요? "Pere Anselme La Griveliere Cotes du Rhone"라는 이름에서 "Pere Anselme"는 와인을 만든 와이너리 이름입니다. "La Griveliere"는 와인 이름, 혹은 브랜드입니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론 지역의 마을 이름을 와인 이름으로 쓴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Cotes du Rhone"은 와인의 지역 명칭, 흔히 AOC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풀이하면 뻬레 안셀므 와이너리가 꼬뜨 뒤 론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라 그리베리에르라는 이름의 와인인 겁니다. 광동제약에서 국내산 옥수수수염으로 만든 옥수수수염차라던가 태평양에서 제주도산 찻잎으로 만든 설록차와 같은 뜻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처럼 복잡한 와인 이름도 막상 풀어보면 별 것 아닌 게 많습니다. 다만 한국인의 이름은 보통 세 음절로 끝나고 외국인의 이름은 더 길 듯 와인 이름도 긴 것이 많아서 우리가 외우기 힘들고 헷갈릴 뿐이죠.
뻬레 안셀므 라 그리베리에르 꼬뜨 뒤 론 2009는 론 지역에서 제일 대중적인 등급인 꼬뜨 뒤 론이지만, 그만큼 가격도 경제적이면서 맛은 꽤 좋습니다. 만약 등심이나 곱창처럼 향이 강한 소고기를 구워 먹을 때 함께 마실 와인을 찾는다면 훌륭한 선택이 될 겁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어두운 자줏빛이지만, 색은 깨끗합니다. 농도는 다른 와인보다 조금 진합니다. 강하고 후끈한 향이 납니다. 남부 론의 열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네요. 서양 자두와 블랙베리 같은 과일 향, 진한 향신료 향, 블랙커런트 싹처럼 풋풋한 식물성 향이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블랙 체리 향이 점점 강해집니다.
진하고 부드러우며 입을 꽉 채우는 느낌입니다. 마신 후에는 탄닌의 떫은맛이 살짝 느껴지네요. 맛은 굉장히 강합니다. 알코올 도수는 14%로 꽤 높고 그 느낌이 와인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그래서 한 잔만 마셔도 입안에 후끈해집니다. 마치 후추처럼 화끈한 맛을 가진 향신료를 타서 마시는 느낌이죠. 드라이하고 산도가 강하며 살짝 단맛과 살짝 쓴맛이 함께 어우러집니다. 농후한 검은 과일 풍미와 후추 같은 향신료 풍미, 약간 비릿한 식물성 풍미가 서로 어우러지면서 지역적인 특성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시간이 지나면 후끈한 맛이 조금씩 잦아들면서 마시기 편해지고 감칠맛도 나옵니다. 나중엔 탄닌의 떫은맛도 완전히 사라지고 매우 부드러운 맛이 나죠. 여운은 제법 길지만, 특별히 인상적이진 않습니다. 대신 높은 알코올 도수로 인해 입안이 후끈해지죠.
탄닌과 산미, 알코올, 향, 질감, 맛, 여운 등등의 요소가 잘 어우러지며 괜찮은 맛과 향을 보여줍니다. 꼬뜨 뒤 론 와인의 특성이 잘 살아있습니다. 맛이 강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가격보다 품질이 좋습니다.
석쇠에 구운 소고기와 양고기, 곱창구이나 곱창전골, 감자탕처럼 향신료를 많이 쓴 탕 요리, 양고기 꼬치와 훠궈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1년 7월 7일 시음했습니다.
※ 쿠팡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