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코에선 향긋한 나무, 입에선 맛있는 과일 - Domaine Blain-Gagnard Volnay-Champans 1er Cru 2008

까브드맹 2024. 6. 13. 10:07

Domaine Blain-Gagnard Volnay-Champans 1er Cru 2008

도멘 블랭-가냐흐(Domaine Blain-Gagnard)의 볼네-샹팡 프르미에 크뤼(Volnay-Champans 1er Cru) 2008은 프랑스 부르고뉴의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에 있는 볼네 AOC의 1등급 포도밭인 샹팡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도멘 가냐흐-들라그랑주(Domaine Gagnard-Delagrange)의 주인인 자끄(Jacques)와 마리-조세프 가냐흐(Marie-Josèphe Gagnard) 부부는 슬하에 로렌스(Laurence)와 클로딘 자매를 두었습니다. 첫째 딸인 로렌스는 1982년에 공군 조종사였던 리차드 퐁텐느(Richard Fontaine)와 결혼했고, 클로딘은 1980년에 상세르(Sancerre) 출신의 장-마크 블랭(Jean-Marc Blain)와 결혼했죠. 클로딘과 장-마크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디종(Dijon)에서 와인 양조학을 공부하던 중 만났습니다.

자끄와 마리-조세프 부부는 상속세를 절감하기 위해 두 딸이 결혼하기 전에 미리 가냐흐-들라그랑주를 두 딸에게 상속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로렌스-리차드 부부는 상속받은 포도밭을 바탕으로 도멘 퐁텐-가냐흐(Domaine Fontaine Gagnard)를 세웠고, 클로딘과 장-마크 부부는 도멘 블랭-가냐흐를 설립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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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블랭-가냐흐는 샤사뉴 몽라셰(Chassagne-Montrachet)의 그랑 크뤼 포도밭인 르 몽라셰(Le Montrachet)와 바따르-몽라셰(Bâtard-Montrachet), 크리오-바따르-몽라셰(Criots-Bâtard-Montrachet)의 일부 구획을 갖고 있으며, 샤사뉴 몽라셰와 퓔리니-몽라셰(Puligny-Montrachet), 볼네, 뽀마르(Pommard)의 포도밭에서 마을(Village) 등급 이상의 와인을 생산하죠. 레드와 화이트 와인을 모두 생산하지만, 화이트 와인이 더 유명하고 생산량도 전체의 70%로 훨씬 많습니다.

도멘 블랭-가냐흐에서는 뤼트 레조네(lutte raisonée, 합리적인 투쟁)라는 친환경 농법으로 포도원을 관리합니다. 뤼트 레조네는 합성 비료와 살충제, 살균제, 진드기 박멸제 등을 사용하지 않지만, 유기농법보단 유연해서 포도나무가 병충해로부터 위협받는 급박한 상황이 닥치면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기도 합니다.

 

 

2. 와인 생산지와 와인 양조

볼네는 1937년에 AOC로 지정된 와인 생산 지역입니다. 라벨에 "Volnay"라는 지역 명칭을 붙인 와인은 볼네 AOC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야 하죠.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뫼르쏘(Meursault) 마을의 일부 포도밭에서 나오는 레드 와인에도 "Volnay"라는 지역 명칭을 쓸 수 있습니다.

부르고뉴의 많은 마을이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함께 생산하지만, 볼네 지역에선 주로 피노 누아를 사용한 레드 와인만 생산합니다. AOC 규정에는 볼네에서 레드 와인을 만들 때 샤르도네(Chardonnay)와 피노 블랑(Pinot Blanc), 피노 그리(Pinot Gris)를 합쳐서 약 15%까지 넣을 수 있다고 나옵니다. 그러나 부르고뉴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와인을 만드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볼네 AOC 내에 29개의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이 있고, 2007년 기준으로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의 총면적은 132.68헥타르입니다. 직전 5년간 연평균 생산량은 4,756 헥토리터였습니다.

 

 

도멘 블랭-가냐흐는 볼네 AOC에 세 개의 프르미에 크뤼 밭을 갖고 있습니다. 샹랭(Chanlin), 퓌트르(Pitures), 그리고 샹팡입니다. 세 개의 밭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모두 레드 와인입니다.

도멘 블랭-가냐흐에서 레드 와인을 만들 땐 수확한 포도송이에서 줄기를 제거하고, 과일 풍미를 늘리기 위해 3~4일간 저온 침용한 다음 알코올 발효합니다. 야생 효모를 사용하고 발효 기간은 2~3주이죠. 숙성은 중고 오크통에서 하며 숙성 기간은 18개월입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연한 루비색입니다. 과일 향도 강하지만 나무와 나뭇진의 향긋한 냄새가 더 강합니다. 오크와 삼나무, 소나무, 송진 향이 느껴지고, 여러 가지 향신료 향도 나옵니다. 여기에 체리와 라즈베리, 크랜베리 같은 과일 향이 섞여 있네요. 아주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향입니다.

깨끗하고 섬세하며 부드럽습니다. 다소 무게가 있는 밀도와 비단처럼 탄탄하고 잘 짜인 구조를 보여줍니다.

드라이하며 상쾌하고 깨끗한 산미, 거슬리지 않는 적당한 알코올이 아주 좋습니다. 풍부한 산미와 붉은 과일 풍미가 어울려 덜 익은 딸기와 산딸기, 사과의 맛을 납니다. 체리 풍미도 있네요. 향과 달리 맛에선 나무 풍미가 강하지 않습니다. 마신 후 입에 오래 남는 풍미가 훌륭합니다.

 

 

과일 풍미 넘치는 드라이한 맛, 새콤하고 넉넉한 산미, 거슬리지 않는 1.3%의 알코올이 만드는 균형과 조화가 아주 훌륭합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양갈비와 소갈비, 메추리와 오리 같은 가금류 요리와 잘 맞습니다. 꼬꼬뱅(Coq au vin) 같은 부르고뉴 닭요리도 어울리죠. 치즈는 잘 숙성된 옐로 치즈 쪽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가격 상관없이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1년 5월 25일 시음했습니다.

<참고 자료>

1. 와인보우 도멘 블랭-가냐흐 항목

2. 야스퍼 모리스의 인사이트 버건디 도멘 블랭-가냐흐 항목

3. 영문 위키피디아 볼네 AOC 항목

4.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