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엣 샹동 샴페인 하우스의 지하 셀러의 길이
2007년의 일로 기억됩니다. 자주 나가는 와인 동호회에 모임이 있어서 참석했다가 신입회원들과 와인에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죠. 그러다가 샴페인으로 화제가 옮겨졌고, 국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샴페인인 모에 에 샹동(Moet & Chandon)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한 분이 모에 에 샹동의 유명한 지하 저장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게 길이가 서울부터 부산까지의 길이와 같다면서요?"
라고 하더군요. 깜짝 놀라서 "지하 터널의 길이가 길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닐 겁니다."라고 말했지만, 그분은 자기가 틀림없이 책에서 읽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집에 돌아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책을 뒤져보았는데, 역시 28km 정도라고 나와 있더군요. 모에 에 샹동 홈페이지에도 28km로 나와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56km vs 28km. 대체 어디서 알게 되었기에 이렇게 차이 나는 수치로 기억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뒤 자주 가는 와인 샵에 놓인 어떤 책을 봤습니다. 그 책에는 저자가 모에 에 샹동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 적혀있었는데, 지하 저장고의 길이가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길이와 같다'라고 되어있더군요. '아하, 이 책이 그런 잘못된 지식을 전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책에는 샤토 슈발 블랑(Château Cheval-Blanc)에 주로 쓰는 포도를 메를로(Merlot)라고 적어놓기도 했는데, 샤토 슈발 블랑은 주로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메를로를 혼합해서 만들며, 두 품종의 비율은 빈티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까베르네 프랑을 더 많이 사용한 해도 많죠. 아마 저자가 샤토 슈발 블랑이 쌩-테밀리옹 그랑 크뤼(Premiers Grands Crus Classes) A 등급 와인이기에 으레 메를로가 많이 들어갔을 거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어떤 책인지 말하면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제목은 적지 않지만, 와인을 처음 배울 때는 되도록 여러 가지 책을 읽어봐야 합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의외로 잘못된 지식이 적힌 책이 많더군요.